관점의 차이

'조화' 와 '조잡'

by 수키니피그

본격적인 여름이 몰아닥치기 전이었다. 안국역 옆에 위치한 '송현문화공원'에 들렀다. 2020년까지는 유휴지로 높은 가림막에 가려진 채 도심 속 흉물, 서울의 블랙홀 등으로 불리었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그 부지를 사들여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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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봄이지' 속으로 감탄을 했다. 여름에는 보기 힘든 덜 여문 연둣빛 풀들이 가득하고 이름 모를 꽃들과 GD 때문에 유명해진 데이지도 만발해 있었다. 혼자인 것은 거의 내가 유일했던 것 같다. 땅 위에 만발한 꽃도 풀도 군집을 이루고 있었고 곳곳에 쌍쌍이 연인이요. 가족과 친구들이 삼삼 오오였다. 심지어 비둘기도 짝을 찾으려고 한껏 깃털을 세우고 암컷 비둘기를 꼬여내고 있었고 팔락이는 흰나비는 제 색깔과 비슷한 하얀 데이지꽃 주위에서 춤을 추며 꿀을 얻어내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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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잘들 논다" 혼자인 사람은 모든 쌍쌍인 것들이 조금 부럽고 짜증이 나나보다. 괜히 내 배알이 꼬였다. 암컷 비둘기에게 차인 수컷 비둘기를 보며 '쌤통이네'를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때였다. 저기에서 초등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아빠와 대화를 하며 걸어왔다.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흥분하며 말했다

"와! 여기 꽃이 되게 많다! 예쁘다!"

그 말에 아빠가 그야말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꽃을 아무렇게나 모아 놔서 조화롭지 못하잖아!"

아들이 반박하듯 말했다.

"조화로운데!"

아빠가 받아치며 말했다.

"저건 조잡이라고 하는 거야!"

굳이.... 날 좋은 주말, 한창 감수성이 충만한 아들 둘을 데리고 봄나들이를 나온 아빠가 아이들의 그 긍정적이고 충만한 감성을 사재폭탄으로 날려버렸어야 했을까? 아이들의 기억 속에 그날의 공원은 '조화'로 남을까? '조잡'으로 남을까? 괜히 또 오지랖을 섞어 생각해 보았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그날의 공원은 '조화'일 수도 '조잡'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나들이의 취지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그날의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마음 한 구석이 약간 뒤틀려있는 사람은 다정한 연인이 부럽기만 하고 수컷비둘기의 실패가 통쾌했다. 그러다가 나 같은 사람을 마주한 것이다. 거울 치료다.

정답이 없는 일에 대하여 '관점'이라는 건 대단히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 그날의 공원이 아빠와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지, 기대하고 들렀다가 조잡한 꽃만 보고 돌아온 찝찝한 기억으로 남을 지는 두 개의 관점 중 어느 것을 고르느냐가 좌우할 것이다.

나는 언제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살아왔기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그러다 보니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씩 관점을 긍정적으로 가져 가려 노력하고 있다. 혹, 결과가 부정적이면 어떠랴 결과는 아직 멀었고 긍정적인 과정은 정서가 된다.

그날 공원의 진짜 모습은 꽃이 아니라, 그 꽃을 바라보던 나의 시선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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