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듯이

문득 5월이다.

by 수키니피그

2025년 새해가 밝았다며 인사를 주고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예상했지만 시간은 또 이렇게 쏜살처럼 흘러 5월이다. 시간이 이토록 빨리 흐를 것이라는 걸 이미 연초에 예상하고

"두고 봐! 또 금방 25년도 눈 깜짝하면 지나있을 걸?"이라며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스몰토크는 어김없이 현실이 되고 있다.

4월 중순쯤... 듬성듬성 벚꽃이 피는 거 같길래

'올해는 벚꽃을 보러 갈 시간이 될 까?' 생각하며 벼르고 있었는데 역대급 심한 바람이 불고 비가 한번 내리고 나니 벚꽃이 그만 다 졌다고 했다. 믿기지 않았다. 제대로 피지도 않은 것 같은데 졌다고?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건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흐름은 모두에게 다르게 느껴진다.

어릴 땐 하루가 길었고, 계절 하나가 천천히 흘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가속도를 붙이고, 어느새 손끝을 빠져나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볼 때, 기억의 ‘양’과 ‘밀도’로 시간을 가늠한다. 어린 시절은 매일이 새롭기에 기억이 풍성하고, 시간도 길게 느껴진다. 반면 어른이 된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 줄고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일이다. 기억은 엷어지고,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낄수록, 나는 그만큼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보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동의한다. 그래서일까? 벚꽃이 졌다는 소식 앞에서, 나는 마치 인생의 한 조각을 놓친 듯한 씁쓸함을 느꼈다.
제대로 피지도 않았는데, 벌써 졌다고? 언제 피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지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것이 인생이다.

꽃은 하루아침에 피지 않는다. 작은 씨앗이 흙을 뚫고, 바람과 비를 견디며, 어느 날 조심스럽게 꽃망울을 틔운다. 우리는 그렇게 한 사람의 ‘나’로 피어난다. 누군가는 일찍 피고, 누군가는 천천히 피어난다.
어떤 꽃은 화려하고, 어떤 꽃은 조용히 향기를 남긴다. 그 다양함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러나 꽃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피고, 시들고, 지고, 사라지는 그 모든 과정 속에 삶의 진실이 숨어 있다. 죽음을 염두에 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동안 가장 진실하게 존재하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세상에 눈부신 존재감으로 피었다가 간다. 어떤 사람은, 마치 올해의 벚꽃처럼,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진다. 나는 어떤 쪽인가. 나는 과연,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향기’로 기억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피었다는 사실조차 스스로에게 숨긴 채, 수줍고 부끄럽게 지고 있는가.

그래서 결국, 인생은 ‘어떻게 피었는가’보다 ‘어떤 향기를 남겼는가’가 더 중요하다.
올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향기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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