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사랑
"오빠 장가간다!"
열심히 불판 위에 삼겹살을 놓고 앞뒤로 골고루 굽고 있을 때였다. 그 말을 들은 건...
나에겐 7년간 썸만 탄... 아니... 결국엔 명분만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내다 끝난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사랑이 있었다. 그날도 녀석은 저녁을 먹자며 날 불러냈고 삼겹살을 사주며 결혼을 한다는 말을 마치 딴 녀석 이야기하듯 했다.
"우와~~~ 축하해!"
난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축하해 줬고 그 밖에 다른 덕담들을 해 주었던 것 같은데 당연하게도 딱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냥 멍했을 뿐.
하지만 진짜로 나는 나 스스로 놀랄 만큼 무덤덤했다. 결국 삼겹살을 다 먹고 하하하 웃으며 헤어져 집엘 왔다.
그 녀석이 삼겹살 집에서 '장가'를 선언하기 7년 전... 그 녀석과 나는 내 친구의 아는 오빠로 볼링장에서 처음 만났다. 20대 초반.... 볼링이라는 것을 처음 쳐보는 날이었다. 당연히 공은 내 맘대로 굴러가 주지 않았고 나는 또랑으로 빠지는 공을 차마 볼 용기 초자 없어 그만 볼링 레일 위에 엎드려 누워버렸다. 차라리 또랑으로 빠지는 볼을 지켜보는 게 레일 위에 눕는 거보다 덜 민망했을 텐데 나는 도대체 왜... 누워버렸는가? 그렇듯 나의 20대는 좌충우돌 요상 망측했다. 그런데 그런 나를 재밌고 엉뚱하다며 좋아해 주던 사람이 그 녀석이었다. 볼링 레일 위에 눕는 사람을 난생처음 봤다나? 나 역시 난생처음으로 내 엉뚱함을 좋아해 주는 남자를 만났으므로 나는 이내 사랑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시작된 지루한 외사랑.... 그 녀석은 한 발짝 다가왔다가도 어느새 멀어져 있고 잊을 만하면 찾아왔다. 그렇게 평행선을 그리는 시간이 길어지며 난 알게 되었다. 그는 뇌의 한 구석에 날 킵해두고 계속 다른 여자를 찾고 있다는 걸... 하지만 나에겐 그 녀석과의 관계를 정리 할 용기가 없었다. 그가 주는 긴장감과 설렘이 좋았다. 섣불리 관계를 정리한답시고 나대다가 그 달콤 쌉싸름한 설렘마저 사라질까 두려웠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가슴 한편에 그 녀석은 킵 해 둔 채 다른 사람을 찾았다. 이게 아주 이기적인 태도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그렇다고 느낀다.)
그 녀석은 결국 나에게 청첩장을 주지 않았다. 나는 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둘 사이에 암묵적 헤어짐의 세리머니였으며 결국 친한 오빠 동생사이라는 말은 개소리였다는 방증이었다.
7년이다. 내 20대의 초, 중반을 꼬박 그 녀석의 진심이 뭔지 궁금해하다가 끝난 거다. 다소 허탈했지만 또 그닥 슬프지도 않은 것에...'그래 나도 성숙했구나'하며 삼겹살집에서의 밤이 한참 지난 후 어느 저녁이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다가 자려고 누웠다. 그런데 이게 뭐지? 갑자기 알 수 없는 눈물이 울컥하고 터져 나왔다. 나는 이불속에서 꺼이꺼이 울었다. 어떤 트리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상 속 무덤덤의 감정 뒤에 숨어있던 '슬픔이'가 가슴이 미어지는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 나온 것이었다. 그때 알았다 감정에도 각각의 자아가 있다. 내 '슬픔이'는 수줍었던거다. 돌이켜 보니 그랬다. 슬퍼야 할 법한 일이 닥치면 난 언제나 곰곰이 생각하거나 애써 무던한 척했었다. 그때마다 슬픔이는 가면 뒤에 숨어서 계속 슬퍼하고 있었을 게다. 내 슬픔이는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었다. 슬픔아! 내가 널 소홀히 대했던 거 미안해.... 그렇게, 내 슬픔이에게 사과를 했고 나도 그제야, 진짜 이별을 했다.
노래: W.H.I.T.E.1995.09.09
7년을 만났죠
아무도 우리가 이렇게 쉽게 이별할 줄은 몰랐죠
그래도 우리는 헤어져버렸죠
긴 시간 쌓아왔던 기억을 남긴 채
우린 어쩜 너무 어린 나이에
서로를 만나 기 댔는지 몰라
변해가는 우리 모습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도
이별하면 아프다고 하던데
그런 것도 느낄 수가 없었죠
그저 그냥 그런가 봐 하며 담담했는데
울었죠 우우우
시간이 가면서 내게 준
아쉬움에 그리움에 내 뜻과는 다른
나의 맘을 보면서
처음엔 친구로 다음에는 연인사이로
헤어지면 가까스로 친구사이라는 그 말 정말 맞는데
그 후로 3년을 보내는 동안에도
가끔씩 서로에게 연락을 했었죠
우우우우우-
다른 한 사람을 만나 또다시
사랑하게 되었으면서도 난
슬플 때면 항상 전활 걸어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너도 좋은 사람 만나야 된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아직 나를 좋아한다 괜히 돌려 말했죠
알아요 우우우
서로 가장 순수했었던
그때 그런 사랑 다시 할 수 없다는 걸
추억으로 남을 뿐
가끔씩 차가운 그 앨 느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죠
나 이제 결혼해
그 애의 말 듣고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울었죠
그 애 마지막말
사랑해 듣고 싶던 그 한마디 때문에
우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