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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라이 Oct 22. 2023

좋아하는 일 찾기 2

초짜의 꿈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러면 도전에 더 많은 목적의식이 생긴다."고 했다. 많은 목적의식으로 도전할 용기를 줄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윈스턴 처칠은 "용기는 모든 덕목 중 최고로 여겨지는데, 이는 다른 덕목들이 여기에 의지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전 영국 총리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윈스턴 처칠은 청소년 시절 말썽꾸리기 낙제생이었다고 한다. 성적도 좋지 않았고, 지각대장이었으며, 물건도 잘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역사적 인물들의 특장을 행동지침으로 삼아 실천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결정투성이라도 관심이 쏠리는 것에 마음을 두고, 그 분야에서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을 모델링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실낱같은 희망의 빛이 보이자, 메마른 현실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윈스턴 처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하라고 했다. 지금 있는 자리는 가사와 육아의 자리였다. 15년 동안 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며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오후 1시가 조금 지나면 아이들이 한 명씩 귀가한다. 아이들이 귀가하면 간식도 챙겨줘야 하고, 픽업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겨우 4시간 동안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인데, 내 사정을 봐주면서 고용해 줄 오너가 있을까? 그럴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밖에 없다. 엄마. 그러니까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세상천지에 엄마 같은 오너는 없을뿐더러 나는 경단녀였다.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길렀다. 친구들 중에 가장 먼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기 어려웠다. 그때 선배 언니들이나 강연을 찾아다니며 육아를 배웠다. 책은 거의 보지 않았지만, 강연은 기회가 될 때마다 틈나는 대로 쫓아다녔다. 당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나마 자유로운 집 안에서도 제약이 있었다. 나는 관성대로 스마트폰을 켜고 평소 즐겨보는 세바시 강연을 봤다. 세바시를 보면 강연자가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부터 극복한 현재까지의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풀어놓는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는 마음을 울리고 가슴을 웅장하게 한다.  



<정글북>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은 "역사를 이야기로 가르치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날 본 강연자의 이야기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잊히지 않았다. 세바시 강연이 끝난 후, 강연자의 스토리를 더 들어보고 싶었다. 다대한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이 켈리 최의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였다. 이것을 계기로 독서를 시작했다.  



책은 두서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때그때 구미가 당기는 책이나 추천받은 책 중 손이 가는 대로 즉흥적으로 골라 읽었다.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의 저자 모기 겐이치로는 "마음먹은 즉시 시작하라. 당신의 뇌는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했는데,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과학적인 방법이었다. 모기 겐이치로는 "뇌 활동의 본질은 자발성"이라고 했는데, "뇌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강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하든 스스로 선택했다는 감각이 강화학습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 바로바로 읽음으로써 책을 읽는 즐거움과 지식욕이 충족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말한 "인간의 뇌의 대단한 점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울 때 기쁨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기 겐이치로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과거 소설, 뇌과학, 경제, 고전 문학, 자기 계발 분야에는 철저히 무관심했는데, 두서없이 읽음으로써 다채로운 신세계가 열리는 듯했다.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으며 경이로운 신천지를 경험했다. 시인 장석주는 "인생에는 오로지 두 개의 길이 있다. 내가 걸어온 길과 내가 가지 않은 길이다."라고 했는데, 내게는 가지 않은 길이 무수히 많았다. 그 무수한 길 중에 수전 케인이 쓴 <콰이어트>는 조용하지만 강한 길이였다. 그녀는 <콰이어트>에서 "자신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를 알아내는 방법을 제시하며, 이를 알아내기 위해 세 가지 중요한 단계를 밝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자신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말한다.

수전 케인 <콰이어트>



그녀는 "첫째, 어린아이 일 때 무엇을 좋아했는지 회상해 보라. 어릴 적에, 크면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는가? 그때 했던 구체적인 답변은 표적에서 빗나갔을 수도 있지만, 그 아래 깔려 있던 충동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한다. 어릴 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했을지 기억해 보는 것이다. 경찰관이나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대답했다면, 그 밑에 깔려있는 욕구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면,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는지, 아이들을 좋아했는지, 안정감 있는 패턴을 좋아했는지 그 이유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에도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을 좋아하는 세 남자 나루세, 도루, 사쿠라이가 있다. 그들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다. '충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루세는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사진을 좋아한다. 반면 사쿠라이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고 말한다. 이에 나루세는 "내게는 없는 발상이었다. 내게 사진은 사람들의 웃는 얼굴과 함께하는 것이지 나를 바꾸는 무언가는 아니다."라며 놀라기까지 한다. 이면에 존재하는 욕구가 달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도루는 "사진은 소설처럼 다양한 장소로 자신을 데려가 준다"고 말한다. 도루는 가정 사정 때문에 여러 곳에 다닐 수 없었고,  "예쁜 사진을 보면서 그 장소에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소속된 장소 외에는 알지 못하는" "삶 속에서 사진은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는 매개체"였던 것이다.

이치조 미사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둘째, 자신이 끌리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자." 끌리는 일이기에 시키지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내가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끌리는 일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셋째, 자신이 부러워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자. 질투는 추한 감정이지만 진실을 알게 해 준다. 우리는 대부분 자신이 갈망하는 것이 있는 사람을 시샘한다." 나는 세 번째 단계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무엇이 부러운가? 그 사람의 무엇이 갖고 싶은가?



욕구 단계 이론의 창시자 에이브러햄 H. 매슬로는 "음악가는 음악을 만들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시인은 시를 써야만 궁극적인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진실해야 한다. 이것이 자아실현의 욕구다."고 한다. 예전에 한 강사님이 어릴 때 무엇으로 칭찬을 받았는지 떠올려 보라고 했다. 최초의 칭찬. 즉 본성을 찾으란 이야기였다. 거기에 답이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쓰는 것으로 칭찬을 받았던 적은 없다. 그러나 '쓰기 성적'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점수가 답이라면 답일까? 그게 답이었으면 하고 내가 바라는 것일까?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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