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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Jan 31. 2022

제19화 - 에너지이야기

21세기 에너지 과제는 수급보다 환경오염이 문제다

  인류는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에너지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한 난방용, 수렵 채취한 동물의 고기나 물고기 등을 익히고 조리하는 취사용, 어둠을 밝히고 맹수를 내쫓기 위한 조명용, 금속을 녹여 연장 등을 만드는 야금용 등으로 불이 사용됐다. 이 모든 것이 경제활동이다. 나무나 동물의 배설물 등이 불의 원료로서 당시의 에너지원이었다. 문명사회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에너지원이 석탄, 석유,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다양해졌을 따름이다.

     

100년간 에너지 소비량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활동의 주체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또한 경제활동이 왕성해질수록 에너지사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농경시대에는 인구증가율이 낮았고, 생산과 소비도 자급자족 형태였으며, 경제성장률 또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그러던 인류의 경제활동 양태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크게 달라졌다.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잉여 생산물을 서로 교환하는 교역도 활발해졌다. 인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인류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기초 물자의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맬서스(Thomas R. Malthus)가 대표적이다. 그는 1798년 「인구론」을 발표하면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 증가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그의 우려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극복됐다. 그러나 재생 가능한 농산물 생산과는 달리 에너지원의 경우 대부분 유한한 지하자원에 의존하고 있기에 고갈 문제가 대두된다.

  에너지 사용량을 살펴보자. 2019년 전 세계의 1차 에너지 공급량은 139억4,620만TOE로 10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 TOE(ton of oil equivalent)는 석유환산톤으로 석탄, 석유, 가스,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들을 원유 1톤에 해당하는 열량을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다. 1TOE의 열량은 1,000만kcal다. 석탄은 탄종에 따라 열량이 상이한데 연료용 유연탄의 경우 1톤이 0.616TOE고, 천연가스 1톤은 1.304TOE며, 전기는 1,000kW가 0.211TOE로 환산된다. 2019년 중 전 세계에 공급된 각종 1차 에너지의 열량을 합하면 원유 139억4,620만톤에 해당하는 13경9,462조kcal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 1차 에너지 공급량 추이(18002016)    

   자료 :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1차 에너지란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처럼 다른 형태로 전환되지 않고 자연 상태로 공급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를 그대로 소비한 부분과 전기나 휘발유, 도시가스와 같이 1차 에너지를 가공 또는 변환시켜 사용한 부분을 합해서 최종 에너지 소비라 한다. 예컨대 석탄이나 천연가스로 발전하면 1차 에너지에서 연료로 사용한 양만큼 차감하고, 전기 발전량을 더해서 최종 에너지로 집계한다. 전기나 석유제품 등의 형태로 에너지를 전환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도 1차 에너지에서 자동적으로 차감된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에 의해 최종 에너지 사용량은 1차 에너지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2019년 중 총 3억309만TOE의 1차 에너지가 우리나라에 공급되었는데 최종 에너지로 소비된 양은 2억3,135만TOE로 집계됐다.

     

지난 30년 동안 에너지 효율성은 30% 향상됐다     

  다시 에너지 사용 추이로 돌아가 보자. 맬서스가 「인구론」을 출간했던 18세기 말 세계 인구는 8억명 정도였다. 2019년 현재 77억명으로 거의 10배나 증가했다. 1990년부터 따져도 52억명에서 약 30년 동안 1.43배 늘었다. 경제활동의 총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총생산(GDP) 규모는 같은 기간 동안 28조달러에서 87조달러로 3.19배 증가했다. 총 에너지 사용량은 1990년 81억TOE에서 139억TOE로 1.72배 늘어났다. 1인당 에너지 사용량 역시 같은 기간 중 1.56TOE에서 1.81TOE로 1.16배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 불변가격 기준 1,000달러의 소득을 창출하는데 투입된 에너지는 0.24TOE에서 0.17TOE로 감소했다. 그동안 에너지 효율성이 30% 정도 향상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신탄(薪炭)과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와 비화석연료인 수력, 원자력을 비롯하여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등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석연료란 탄소가 축적되어 화석화된 연료이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한다. 화석연료 중 배사구조 지형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채굴해 온 석유나 천연가스 등을 전통 에너지라 한다. 반면에 진흙이 굳어진 혈암층이나 모래층 등에 섞여있는 석유나 가스, 즉 셰일가스(shale gas)와 세일오일, 오일샌드(oil sand; 油砂), 치밀가스(tight gas) 및 치밀오일 등은 화석연료에 포함되지만 비전통 에너지로 분류된다. 비전통 에너지는 기술 발전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경제성이 확보된 근년에 와서 본격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했다.

     

천연가스가 석유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인류는 에너지원을 바이오매스(신탄 포함)에서 시작하여 석탄→석유→가스→원자력→신재생에너지 순으로 사용해 왔다. 바이오매스(바이오연료)는 연료로 활용되는 나무, 사탕수수 등 식물 줄기, 동물 배설물 등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식물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의미한다. 20세기 이전까지는 바이오연료가 전체 에너지의 98%를 차지했으며, 오늘날에도 그 비중은 10% 정도에 이른다.

  석탄은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석유와 천연가스는 각각 1870년대와 1890년대부터 에너지원으로 등장했다. 원자력은 상업용 원자력발전이 시작된 1965년 이후 새로운 에너지원에 포함됐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최근에 와서 각광받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2019년 기준 에너지원별 세계 1차 에너지 공급 비중을 보면 석유가 33.1%로 1위였고, 그 다음으로 석탄 27.0%, 천연가스 24.2%였으며, 신재생에너지는 5.0%를 차지했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의 비중은 84.3%로 1981년의 91.1% 대비 6.8% 포인트 낮아졌다. 화석연료 중에서는 천연가스가 석유를 빠르게 대체하는 추세로 전체 1차 에너지에서 점유하는 비중이 1981년의 19.9%에서 2019년에는 24.2%로 4.3% 포인트 높아졌다. 동기간 중 천연가스 소비량은 2.5배 이상 늘었다. 반면 석유 소비량은 61% 증가에 그쳤다.     

세계 에너지원별 1차 에너지 공급 추이(단위 : 백만TOE, %)

   주 : ( ) 내는 구성비임

  자료: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0

     

에너지 분야에 환경이 주 이슈로 등장했다     

  1차 에너지 공급의 주종이 화석연료고,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다 보니 우선 에너지원의 고갈 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된다. 비록 신규로 탄광과 유전 및 가스전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으나 화석연료는 유한한 자원이어서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비전통 에너지의 채굴도 가능해졌지만 이 또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채굴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세일가스의 경우 혈암층에 물과 화학약품을 고압으로 주입하여 파쇄한 후 생산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불가피해진다.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는 아황산가스(SO2), 아산화질소(N2O)를 비롯한 질소산화물(NOx) 등 각종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특히 화석연료의 구성요소가 탄소(C)고, 탄소를 연소하여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필연적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물질이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대신할 대체 에너지의 사용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대두된다.  

                                          에너지 문제 

  허나 원자력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안전성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은 에너지원이어서 사용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에는 태양광, 태양열, 풍력, 조력(潮力) 등이 포함된다. 이들을 활용하여 주로 전기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는 에너지원으로 경제성이 낮다. 또한 에너지 생산량이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에너지 공급의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 가능하며,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필요하다.

  불과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 문제는 공급과 가격 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현재는 환경 이슈에 더 큰 비중이 두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화석연료 사용 자체가 현안과제로 대두되기 때문이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후 교토의정서(2005년)와 파리협정(2016년) 등을 통해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범세계적으로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제로(0)로 하겠다는 이른바 ‘탄소배출 제로’란 목표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러자면 식목 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의 확대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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