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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정수 Jan 16. 2017

[묘사 연작]맑은 아침, 하늘에 빛이 켜졌다

해뜰녘. 달이 질 녘

집에서 나온 순간이었다. 비현실적으로 크고 흰, 하늘에 조명을 켠 듯 달이 어스름한 새벽 하늘에 박혀있었다. 검은색, 남색,어둠이 아닌 푸른색에 가까운 새벽하늘이었고 신식 LED가로등처럼 이상하게도 빛나는 달이었다. 한 쪽을 지우개로 문지른듯 이울기 시작한 달을 보며 걸음을 내딛고 있는데 한 발짝 한 발짝 뗄 때마다, 그 순간 그 달빛의 반대편에서였다. 내가 어떤 신호라도 보낸 것처럼 가로등이 하나씩 꺼졌다. 있는 줄 인식하지 못했던 빛이 갑자기 어둠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무의식중에 발걸음을 멈췄지만 이미 가로등은 모두 꺼진 채 고요했다. 어둔 건물 그림자 뒤편으로 빛의 스펙트럼이 나타났다. 지상에서부터 주광색 전구빛으로 하늘이 밝아오고있었다. 오렌지색과 다홍색, 그 어디쯤엔가 내려앉은 빛은 새벽 산동네의 붉은 가로등과 묘한 스펙트럼으로 맞물렸다. 마치 산동네에서부터 밝아오는 것 같은 해였다.


맑은 아침이었다. 버스를 타야했다.


#커버: 2017.01.16 정릉 V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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