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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Oct 13. 2019

한국이 위스키를 안 만드는 이유

실패한 한국의 위스키 산업. 그리고 재도전은?

작년 여름, 위스키 업계에는 신선한 소식이 하나 들려온다. 바로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이 한국에 상륙하는 것이다. 대만 최초의 위스키 `카발란`은 2006년 대만 `킹카 그룹(King Car Group)`이 설립한 대만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 `카발란`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으로 한 곳의 증류소에서 몰트(맥아)로만 만든다는 '싱글 몰트 위스키'로 분류되는 주종이다.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을 했으며, 특히 2017년 위스키 바이블에서는 위스키 맹주인 일본 제품을 물리치고 올해의 아시아 위스키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만 싱글 몰트 위스키 카바란, 숙성년도가 기입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대만과 일본도 만드는 위스키, 우리는 만들고 있는 것일까? 실은 반만 만들고 있다. 바로 위스키의 원액을 가져다가 한국에서 맛과 도수를 맞추는 블렌딩 작업만 하기 때문. 직접 발효를 하고 증류를 하는 대만과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그저 남의 것을 가지고 제품화시키는 정도다. 그래서 국산 위스키라고 불릴 수는 있으나 한국의 위스키라고는 부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위스키를 만들지 않았을까? 실은 만들었다. 1982년 두산그룹(당시 OB씨그램)이 위스키 원액을 만들기 시작했고, 진로는 다음 해 3월에 이천에 위스키 공장을, 그리고 지금은 롯데주류 백화수복의 전신인 백화양조는 군산의 소주 공장을 개조, 역시 위스키 원액 제조에 참여했다. 그리고 1987년부터 국산 위스키 원액과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같이 넣은 국산 위스키가 등장을 하게 된다. 


윈저 17년 산. 출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적으로 OB씨그램의 디플로맷과 진로의 다크호스라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국산 위스키라고 해봐야 당시 수입 원액 100%로 만든 스카치위스키인 패스포트, 섬씽 스페셜 등과 비교해 가격적 우위가 지극히 적었다. 해외여행도 가기 힘든 시절, 유럽 문화에 동경을 하던 사람이 많던 그 시절에는 결과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졌고, 당시 국산 보리 가격도 술로 만들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오크통 숙성 시의 위스키 증발량이 스코틀랜드에 비해 훨씬 많았다. 국산 위스키 제조의 선구자인 오미나라의 이종기 박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는 1년에 증발하는 위스키의 양이 총 1~2% 정도. 한국은 5~10%나 증발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10년이 지나면 총 알코올 생산량의 10% 전후로 사라지는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한국에서 숙성을 하면 20~30%가 증발이 돼서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이렇게 증발량이 다른 이유는 한국과 다른 스코틀랜드의 독특한 기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건조하기보다는 안개와 비가 많으며, 그리고 날이 덥지 않다는 이유였다. 한국은 사계절이 또렷하고 스코틀랜드에 비하면 뜨거운 날씨도 많은 것이다. 


결국, 국산 위스키는 몰트의 훈연처리설비 및 오크통 등 수백억의 설비를 포기하고, 1994년부터는 임페리얼 등 당시로는 특급 스카치위스키인 12년 산 위스키 등을 출시하기도 한다. 


다만 최근에 위스키는 아니지만 포도 및 오미자, 사과를 증류한 국산 블랜디 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바뀌는 이유는 술에 지역이라는 로컬적 문화가 들어간 것이며, 숙성으로 알코올은 증발되지만 맛과 향은 그대로 간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왼쪽 12년 숙성 위스키, 오른쪽 3년 숙성 위스키, 증발된 양이 다르다. 결국 위스키는 오래 숙성할 수록 원가가 높아진다. 


또,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의 경우 알코올 증발량이 많아, 아예 숙성연도를 기입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스카치위스키처럼 숙성을 하면 이곳 역시 기후가 달라 원액이 다 증발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빠른 시간이라도 알코올이 증발이 되면 풍미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숙성기간이 12년, 18년, 30년처럼 숙성기간으로 위스키가 평가되는 만큼 짧은 숙성기간을 기입할 수는 없다. 기간만 보면 괜히 저렴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예 숙성연도를 기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위스키가 2017년 아시아 대표 위스키가 된 것이다.

즉, 꼭 스카치위스키처럼 숙성연도에 집착을 하며 술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위스키 제조가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맥주, 와인, 브랜디 다 만들고 있으면서 이 위스키만 국산 시장이 없다. 외국의 것을 왜 우리가 만드냐고 하는 사고방식도 지금의 시대와는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격적인 측면은 가치를 중시한 지금의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그 가치는 바로 지역과 농산물의 가치이다. 언젠가 외국의 특급호텔에서 일류 바텐더가 원하는 최고급 위스키 한잔 맛보고 싶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리안 싱글 몰트 위스키, 싱글 라이스 위스키라며 말이다. 


문경 오미나라에 있는 1980년 대 사용한 위스키 증류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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