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에 마시는 소주? 도소주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한국의 술, '도소주'

수년 전부터 서점가를 강타한 서적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는 같은 인간이라도 문명 발달의 수준에서 차이가 난 것은 총과 균, 철기, 그리고 지리적 요건에 의해 결정이 났다고 정리했다. 특히 유럽인이 다른 민족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총과 철을 사용했고, 그것으로 인한 풍부한 식량 공급과 인구가 밀집하게 된 것도 설명했다. 즉, 그들이 높은 문명을 이룬 것은 그들이 우월해서가 아닌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특히 유라시아 대륙이 발전하게 된 것은 비슷한 위도도 인해 같은 계절을 가지게 되었고, 또 이로인해 서로의 문명과 문화의 충돌로 인해 발전도 잦았지만, 아프리카 및 남미의 경우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상대적으로 교류 및 발전이 적었다고 소개한다. 

미대륙을 점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균의 전파

여기서, 유럽인이 아메리가 대륙을 점령하게 된 것은 바로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중요한 작용을 했다고 언급한다. 당시 유럽의 도시는 인구가 밀집하고 가축과 함께 생활을 했다. 바로 여기서 천연두, 홍역 등의 질병을 발생시켜 한때 수천만 명을 죽음으로 이끌었지만, 결과적으로 면역력이 생긴 유럽인은 결국 미대륙을 침략, 해당 균을 전염시키며 아메리가 대륙의 인구를 소멸시켰다는 해석이다. 

흑사병의 모습을 나타낸  그림. 죽음이 무도. 유럽인구의 1/3이 사망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전염병이 국가를 무너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험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숙지했을 것이다. 중국대륙을 호령한 원나라 조차도 이 전염병이 나라를 멸망시켰다고도 해석한다. 

사악한 균을 도륙내는 술 '도소주'

그래서, 우리 문화에서는 새해가 시작과 함께 도소주(屠蘇酒)라는 술을 마셨다. 여기서의 도소주(屠蘇酒)는 단순한 소주(燒酒)가 아니다. 바로 때려잡을 도(屠), 사악할 소(蘇), 그리고 술주(酒)로 즉, '사악한 존재를 도륙 낸다는 술'이다. 일반적인 소주의 소가 구울 소(燒)라면 여기서는 사악할 소(蘇)를 나타내며 그 사악한 것은 바로 전염병이다. 한마디로 전염병을 때려잡는다는 의미다. 

물론 우리가 기존에 먹는 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술이다. 소주가 증류주라면 이 술은 발효주에 가깝다. 

흑사병을 치료하던 의사의 모습. 긴 부리와 가면은 지금에 비유하면 방독면이었다. 

도소주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맑은술이 오두거피, 대황, 거목, 도라지, 호장근 등 10가지 약재를 배주머니에 넣고 끓이면 된다. 그리고 이 다양한 약재가 돌림병을 물리쳐준다고 동의보감에는 기술되어 있다.

도소주는 마시는 순서가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마시는 순서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가장 어린아이부터 마셨다는 것. 장유유서라는 유교문화가 깊은 우리나라에 어린이부터 마시게 했다는 것은 무척 색다른 일이다. 이것은 나이가 어릴수록 전염병에 취약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또 나이 어린 사람은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축복을, 나이 든 사람은 한 살 더 먹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술 마시는 풍속에 나타나 있다. 

도소주에 들어가는 다양한 약재. 출처 장희주

도소주는 새해에 온 가족이 모여 ‘올 한 해 무병 건강하자’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 도소주를 마신다고 무조건 무병장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늘 조심하고 축복을 한다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수 있는 도소주

집에서 도소주를 만든다면 맑은술을 하나 구입해서 만드는 것이 좋다. 약주도 좋고 청주도 좋다. 약재는 일반적으로 마트 등에서 판매하지만 어렵다면 삼계탕에 들어가는 약재만으로도 충분히 그 느낌을 낼 수 있고, 최근에 삼계탕 약재 팩을 아예 팔기 때문이다. 술을 자녀에게 준다는 '음주권장'같은 고민은 덜 해도 된다. 

가볍게 끓이면 알코올이 남지만, 장시간 끓이면 알코올을 다 증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