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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14. 2020

위기의 위스키, 그 해법은?

위스키의 실패와 앞으로의 전략

위기의 위스키 업체, 해결책은 저도수, 탄산, 그리고 복고와 홈바


코로나로 인해 홈술 소비가 늘어난 품목이 있다면 아마 와인과 전통주일 것이다. 외식 소비가 줄다 보니 그것을 대체할 작은 사치의 술로 와인이 필요했고, 전통주의 경우는 다양해진 품목을 배경으로 유일한 비대면 구입 주류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하나가 늘었다면, 줄어드는 것도 당연한 처사. 와인과 전통주가 빛을 보고 있다면, 반대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위스키다.

위스키는 2009년부터 꾸준히 판매량이 내려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이기 시작했고, 2016년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법률 시행과 2018년 52시간제 도입으로 2,3차는 물론 회식이 사라져 가고 있는 만들었다. 여기에 코로나 19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중지(집합 금지 명령)에 들어갔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위스키 수입량은 1만 441톤으로 작년 동기 대비 18.5%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액 역시 7447만 달러(약 728억 5000만 원)로 26.5% 급감했다. 외식업 업계만 본다면 코로나 19 사태로 매출 70~80%가 빠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위스키는 주로 유흥업소에서 많이 소비되던 주류이며, 무엇보다 과음과 폭탄주로 이어진 과격한 술 문화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스키는 이렇게 무너지기만 할까?

위스키 소다보다는 생맥주 스타일의 하이볼


위스키에서 권위를 뺀 위스키 '하이볼'

최근 주요 상권 내 주점에서는 하이볼(highball) 제품이 기본적으로 자리 잡혀있다. 하이볼이란 위스키에 탄산수, 레몬 등을 넣은 위스키소다. 이렇게 하이볼이 인기인 이유는 위스키의 높은 도수와 가격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40도. 하지만 하이볼은 6~7% 전후로 맥주와 비슷하며,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 역시 한 잔에 5,000~6,000원부터 시작하는 등 일반 위스키에 비해 훨씬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산과 얼음이 들어가 맥주 및 칵테일과 같은 느낌으로 즐길 수 있어서, 독주를 마신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는 것 역시 가장 큰 강점이다.


그렇다면 하이볼은 기존의 위스키소다와는 뭐가 다를까? 기존의 제품도 토닉워터 등 탄산수를 이용해서 위스키를 희석해서 마시곤 했다. 하지만 잔 자체가 키가 작은 온 더 록스(On the rocks) 잔에 마셨다는 것. 그리고, 내가 스스로 조절하기보다는 남이 따라주는 것을 받는 데 정신없었다. 즉 내가 술량을 조절할 수 없었고, 강압적인 술 문화 속에서 군대문화, 조직문화의 일환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하이볼은 다르다. 주문할 때 탄산, 얼음량, 위스키량 등을 조절해서 주문할 수 있다. 즉 내 취향에 맞게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잔이 다르다. 생맥주잔, 그리고 키가 큰 칵테일 잔을 사용하고 있다. 생맥주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따라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 잔속에 맥주가 떨어져도 남의 잔으로 내 잔에 따라주지는 않는다. 즉, 술을 내 취향대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칵테일도 마찬가지다. 주문해 놓고 내 스타일대로 천천히 마셔도 되고, 남이 마신 술량을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이러한 부분이 기존의 제품과 차별화를 가지고 있고, MZ세대가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하이볼을 좋아하게 되면, 그 원액인 위스키에도 언젠가는 즐기게 된다는 포인트. 이 부분이 위스키 업계가 노리는 부분 중 하나다.


참고로 하이볼(highball)의 어원은 골프를 칠 때 공이 올라간 사이에 빠르게 마신다는 영국에서 나온 설과, 미국 서부 시대에 볼이 올라가면 기차가 출발한다는 것에서 뭔가를 빨리 처리하라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내용 등이 있다.


패스포트

추억팔이로 감성 마케팅 추진하는 위스키

이번에 80,90년대를 풍미한 패스포트라는 술이 다시 등장을 했다. 숙성 연도를 표기하지 않은 논에이지(Non Age) 제품인 12년 산, 18년 위스키 등에 밀려 2010년 대 이후 거의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복고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한국의 위스키 시장은 80, 90년 대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1984년부터 위스키 수입 규제가 완화되면서  스코틀랜드 위스키 원액 100% 제품을 소비자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위스키 원액 30%에 주정 70%를 섞었던 술이 위스키로 판매되었다. 위스키가 아닌 술이 위스키로 판매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초로 나온 스카치위스키가 바로 패스포트다. 1984년에 한국에 수입된 위스키로 시바스 브라더스(Chivas Brothers) 사에서 생산한 대중적인 제품이다. 고대 로마 시대의 통행증(패스포트)을 모티브 한 디자인한 사각형 디자인이 아이콘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위스키를 즐기지도 못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 원액은 신선한 맛이었고 가격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여기에 위스키 시장을 크게 이끌었던 것이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의 정식 등장은 1982년 롯데 그룹에서 '롯데 세븐' 1호점을 개점한 것이 최조. 하지만 이내 곧 사라지게 되고 1989년 세븐일레븐이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상가에 생기게 되고, 이때부터 편의점 붐이 불게 되면서 MBC 드라마 질투에서최수종과 최진실이 이 편의점에서 데이트를 하면서 엄청난 유행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 편의점에 늘 있었던 술이 바로 패스포트와 섬싱 스페셜이다. 이러한 분위기 덕분에 그러면서 편의점 앞의 파라솔에서는 우유와 함께 위스키를 마시는 풍경이 자주 보였으며, 은근슬쩍 자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소용량 위스키

늘려가는 소용량 위스키 제품군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집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류 품목이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취미로 술맛을 즐기는 층이 늘고 있다. 여기서 술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굳이 대용량의 제품이 필요가 없다. 100ml, 200ml만 돼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대형마트 등에서는 소용량 주류 품목을 대폭 늘렸다. 늘 가격 부담이 었던 위스키가 작아지면서 만 원짜리 한 장으로도 꽤나 즐길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맥캘란 위스키 바스켓

홈바(Home Bar) 액세서리 시장을 노려라

집에서 즐기는 홈쿡(Home cook), 홈바(Home Bar)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출이 올라가는 제품이 주류 관련 액세서리다. 잔, 거치대, 와인 셀러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최고급 위스키를 표방하는 맥켈란은 벤타 코리아와 협업, 북유럽 스타일의 위스키 바스켓(basket)을 판매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 바스켓이 아닌 따뜻한 황금색 조명이 들어온다는 것. 여기에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연결,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바스켓의 임무에 충실하게 끔 내부에는 얼음을 넣는 공간도 있어 시원한 상태의 위스키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결국 외식 시장이 아닌 집과 야외에서 무드 있게 즐기기 위한 아이템. 위스키의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폭음의 위스키는 하락, 미식의 위스키 시장은 성장

전체적인 위스키 시장은 작아지고 있으나 차별화된 맛과 콘텐츠로 승부하는 위스키 시장은 성장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싱글몰트 위스키(Single malt wiskey). 기존의 국산 위스키는 대부분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iskey)라고 하여, 맥아(몰트) 뿐만이 아닌 다른 곡물(밀, 보리, 감자 등)을 넣은 위스키를 배합하여 숙성해서 만든 제품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오직 맥아로만 만들었으며, 하나의 증류소에서 증류 및 배합을 진행한다. 즉, 양조장 특유의 맛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제품. 여기에 셰리 오크통, 버번 오크통 등 숙성용기에 따라 맛을 달리하고, 숙성 장소에 따라 또 차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제품군을 통해 꾸준히 위스키 마니아를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위스키는 단순히 마시자가 아닌, 맛과 멋, 그리고 권위에서 탈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모습.  위스키뿐만이 아닌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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