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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Dec 19. 2020

술 없는 술가게도 인기였던 2020년 술 트렌드

2020년, 주류 시장의 위너는 와인과 전통주


2020년도 곧 마무리된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마무리되는 2020년. 이러한 상황은 술 문화를 비약적으로 바꿨다. 요식업 시장에 절대적으로 기대하던 주류 소비는 이내 홈술이라는 이름으로 가정 속으로 들어왔고, 이러한 홈술 문화는 단순히 집에서 마신다는 것에서 머무리는 것이 아닌 잔, 거치대, 셀러 등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홈바로 변신, 최근에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 키친 인테리어는 이러한 홈바의 형태를 그대로 옮겨왔다. 술 하나가 인테리어는 물론 집안의 소비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최대 위기 속에 빠진 국산 위스키
힘든 상황에 처해진 주류 1. 위스키, 2. 소주, 3, 맥주

주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타격이 큰 것은 위스키. 유흥시장과 직결되는 부분이 때문이다. 특히 맛과 멋을 즐기는 싱글몰트 위스키 및 개성 있는 위스키 시장은 그래도 살아남고 있는데, 기존에 부어라, 마셔라 했던 국산 위스키부터 수입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은 아사 직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일반적인 소주, 맥주 역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이전의 맥주, 소주의 외식 시장 비율은 약 60% 전후. 술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소주 맥주는 여전히 외식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주종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소주, 맥주의 외식업 시장 비율은 40% 전후까지 떨어진 상황. 아쉽게도 떨어진 이 숫자가 모두 홈술로 바뀌지는 않았다. 한국의 소주 맥주는 지금 홈술과는 거리가 있는 회식의 술이기 때문이다. 


마트 초저가 와인. 홈플러스 카퍼릿지, 이마트 도스 코파스, 롯데마트 레알 푸엔테. 모두 5000원 이하로 홈술 와인 시대를 연 대표적인 제품이다. 


코로나로 성장한 술 1. 와인 2. 전통주 3. 수제 맥주(캔)

반대로 힘든 시기에 홈술의 주인공으로 성장한 술은 와인과 전통주를 들 수 있다. 올해 와인 수입량은 전년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수입한 금액은 1억 6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대형 마트 등에서 진행하는 5000원 미만 초저가 와인의 공세와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만큼 모든 와인 구입을 국내에서 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의 소비 패턴에 있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면세로 구입했다면, 지금은 99% 국내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통주 역시 유일하게 100% 비대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주류인 만큼 인터넷 시장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콜라보를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수제 맥주. 과연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


지난달 23일 발표한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8년 전통주 시장 규모는 456억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7년(400억 원)보다 14.0% 늘어난 수치다. 이것은 다양한 전통주 콘텐츠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등에서 '전통주'로 검색을 하면 다양한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가깝게는 tvN 슈퍼 주니어의 규현이 등장한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 할 거야'에서 나온 전통주 시음부터, 개그맨 이용진 씨와 방송인 허영지 씨가 양조장을 찾아다니는 '술기로운 여행', 그리고 파란 눈의 외국인 소믈리에 저스틴의 전통주 탐방 스토리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최초의 전통주 구독 서비스 술담화의 등장으로 전통주에 대한 맛과 스토리, MZ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더 힘들어진 수제 맥주

수제 맥주 역시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선됨으로써, 가격을 4캔에 1만 원에 맞출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수제 캔 맥주들이 편의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특히 콜라보로 진행된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 등은 상당한 이슈를 끌었다. 다만, 너무 캔맥주와 콜라보 제품에만 치우쳐저 업체들 사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캔 시절을 갖춘 수제 맥주 업체들은 10% 수준. 나머지는 오히려 경리단길, 이태원 등의 상권 침체로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돌파구로써는 인터넷 판매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해야하지만, 전통주만 허용되는 만큼, 이 부분은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순당 수출용 막걸리. 복숭아 막걸리, 바나나 막걸리, 유자 막걸리. 막걸리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잘 낮춰줬다. 
비대면 시장 뚫어 수출 최고치 찍은 업체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 최고치를 기록한 전통주 기업도 있다. 국순당의 경우,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10% 정도 늘어난 670만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원래 막걸리를 주축으로 한 전통주 매출은 일본 시장이 90%였다. 하지만, 험한 등으로 막걸리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다 보니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렸고, 신남방 시장이라고 불리는 동남아시아 시장이 급부상했다. 국순당은 신규 비즈니스 전략으로 일반 주민이 비대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시장에 포커싱을 맞췄고, 접근성 좋게 탄산감 좋은 과일 막걸리를 선보이면서 이후에 쌀막걸리를 적극 홍보해 나갔다. 결과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요식업 시장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시장이 커지면서 국순당의 현지화 전략은 맞아떨어지게 된다. 이번 수치는 10년 전에 있었던 막걸리 수출 거품과는 다른 형태로,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실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CU의 포켓 CU와인샵과 GS25 엡. 모두 고급 제품을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다.
스마트 오더, 편의점의 주류 시장 메카로 만들어

이번 2020년 주류 시장 중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한 판매처라면 편의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마트 24의 경우는 올해 이미 와인 150만 병을 팔았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수준. GS25의 경우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은 올해 1월 1일부터 11월 27일까지 와인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7%, 49.7%씩 성장했다. GS25도 1월부터 10월까지 와인 카테고리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간보다 28.7% 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홈술, 혼술의 영향도 크지만, 레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 것이다. 즉, 엡으로 와인을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받는 방식이다. 이제까지는 모두 좋은 와인을 구입하려면 백화점 또는 주류 전문점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엡 하나만 있으면 집 가까이의 편의점에서 가볍게 들려서 받아 오는 것이다 


편의점의 주류 엡 서비스 명칭은 다음과 같다.

=

1. GS 25의  THE POP 와인 25 플러스

취급 주종: 와인, 맥주, 수제 맥주, 위스키, 칵테일, 전통주


2. 세븐 일레븐의 와인/주류 예약주문

취급 주종 : 와인, 샴페인, 위스키 전통주


3. CU편의의 포켓 CU와인샵

와인, 샴페인, 소주, 맥주, 전통주, 보드카, 테킬라, 리큐르, 진, 압생트


4. 이마트 와인 포인트와 스마트 오더

와인, 샴페인, 위스키, 브랜디

=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주류 소매점도 늘어났다. 특히 전통주 소매점의 숫자가 지속적으로 확산 중이다. 충무로의 술술상점, 영등포의 현지날씨, 그리고 최근에는 아예 전통주 프랜차이즈 바틀샵도 생겼다. 바로 '이유 있는 술집'. 부산을 중심으로 울산, 서울 등 다양한 곳에 사업 확산 중이다. 



술을 팔지 않았던 술가게 두껍 상회
술 없는 술가게도 인기였던 시대

국내 최초 주류 캐릭터 샵이었던 두껍 상회가 성료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다. 어른이 문방구라는 콘셉트로 8월 17일부터 10월 25일까지 70일간의 영업을 진행했으며 무려 1만 명이 방문을 했다. 주류 캐릭터 샵이라는 이름 그대로 이곳에서는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캐릭터를 구입하는 곳으로 라인 프렌즈 및 카카오 프렌즈샵과 같은 콘셉트이다. 인기 상품은 요즘 쏘맥잔, 진로소주잔, 한 방울 잔 등 술잔 굿즈였다.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두꺼비 피겨 인형, 두꺼비 키링 등도 찾는 고객이 많았다. 이 매장이 성공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제는 술을 마시는 것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 캐릭터로 즐기고, 경험으로 즐기는 술의 다양성을 보여준 하나의 시그널이었다. 


과음과 멀리 있어야 성공하는 주류 시대

와인과 전통주가 코로나 시대에 성장한 이유도 실은 이러한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술과 상관없이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와인과 전통주는 지역과 농업에 기반하는 술이 많다. 이렇게 지역에 기반하는 경우는 해당 지역의 역사와 사람, 그리고 기후와 여행, 인문학으로도 연결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많은 술은 서로 맛을 보기 위해 마시는 만큼 과음에 대한 스트레스도 적어진다. 또 이전의 회식 문화에서의 위스키, 소주, 맥주 문화처럼 부어주고 따라주며 무조건 마셔야 하는 분위기와도 이별할 수 있다. 즉 내 페이스대로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위스키가 최근에 위스키 탄산수 하이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다. 원하는 취향대로 만들어서 원하는 만큼만 즐기라라는 의미다. 그래서 굳이 위스키가 대용량일 필요가 없다. 많이 안 마시는 사람은 적은 양이라도 충분하다. 소용량 위스키 등 술병이 작아지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것과 관련성이 있다. 


조직보다 개인과 가정이 중요한 시대

코로나 시대에 회식이 사라지고 홈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실은 코로나로 인한 폐해도 있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조직에 대한 맹목적 충성보다는 개인과 가정이 중요한 시대. 결국 조직에 맞추는 것이 아닌, 내 취향대로 가고 그리고 내가 나를 책임지겠다는 것. 그래서 술은 더 세분화되고, 개인화에 맞춰 진행되고, 코로나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구성원인 가족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역설적으로 과음과 멀리해야 성장하는 주류 시장이 되었다는 것. 코로나가 알려준 중요한 가치가 아닌가 싶다. 


PS: 2020년 주류 트렌드 발표합니다. 해당 칼럼보다 10배는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원래는 강당에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유튜브 채널로 바꿨습니다.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채널에서 12월 21일 월요일 오후 2시~3시 30분까지 진행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아래 채널에서 좋아요, 구독, 알림 설정 해주시면 됩니다. 

해당 글보다 약 10배 이상의 정보가 올려져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들으실 수 있는 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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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유튜브 링크(좋아요, 구독, 알림 설정만 해 주시면 21일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S5HX1nPK6MH6RYVUbxMn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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