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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Jan 12. 2021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  술의 어머니는 누구?

술 역사에 지대한 공헌자 루이 파스퇴르

서양 음악사에는 양대 부모가 있다. 바로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헨델이다. 여기에 둘은 활동한 시기는 물론 태어난 연도, 게다가 둘 다 독일 출신인 것도 같다. 이러한 것으로 출판업계에서는 이 둘을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곤 했다. 그렇다면 음악에도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데, 술에도 비슷한 것이 있을까? 아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라고 불릴 수 있는 인물은 있다. 우리에게는 우유 회사로 친근하기도 한 루이 파스퇴르. 세균학의 시초라고 불리는 위대한 과학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와인 산지에서 태어난 파스퇴르

파스퇴르는 1822년 프랑스 쥐라(Jura) 아르부아(ARBOIS)라는 와인 산지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와인과 많이 접하고 살았다. 어릴 적의 그는 지극히 평범했다. 그의 화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땄으나 그의 성적은 평균을 맴돌 뿐이었다. 오죽했드면 지도교수가 그를 '평범'하다고 지칭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파스퇴르가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이후 와인 제조업자들과 나폴레옹 3세로부터  '와인의 산패 원인을 조사해 달라'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부터다. 한마디로 와인과 맥주가 식초가 되어버리는 과정을 알려달라고 한 것. 파스퇴르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유년기 시절의 마을인 쥐라 마을 아르부아 포도원으로 돌아가 이 문제를 연구한다. 그리고 이 연구가 그를 위대한 세균학자로 발돋움하게 한다.

파스퇴르의 고향 아르부아. 와인 산지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그는 와인이 산패되는 이유를 연구한다.
세균은 부모가 없어도 생길 수 있다?

여기서 그가 발견한 것은 산패의 원인이 미생물이란 것. 하지만 당시의 상식으로는 미생물은 공기만 있으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자연 발생설'을 믿고 있던 시대였다. 한마디로 균은 개체가 없어도 자식이 생긴다는 것. 이 자연발생설을 술을 통해 '틀렸다'고 알린 것이 파스퇴르다. 이러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1862년 목을 길게 늘인 목 플라스크(백조목 플라스크라고도 불림) 끓여 놓은 육즙을 넣고, 공기를 차단하니 더 이상 육즙이 부패되지 않았다. 즉 멸균한 상태에서 완벽한 밀봉은 부패를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정식 인정을 받게 된다.


식초는 술에서 탄생한다

여기에 와인 및 맥주를 식초로 만드는 초산균을 발견한다. 초산균은 알코올을 먹고 초산을 만드는 존재. 이전에는 이러한 과정을 몰랐지만, 이제 초산균만 없앤다면 와인이나 맥주가 식초로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세상의 모든 양조식초는 술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저온살균법이다. 파스퇴라제이션(Pasteurization)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출하 전의 맥주 및 와인을 60~70도로 20~30분 가열하는 것으로 잡균은 사라지며, 이내 저장성 좋은 와인과 맥주가 나오게 되는 역할을 한다. 이 방식은 맥주 등에서 끝나지 않았고 우유 등의 식음료의 유통 혁신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맥주 및 우유를 마시고 있는 것도 파스퇴르의 덕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술의 알고리즘을 발견한 파스퇴르

파스퇴르가 술의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알코올을 생성하는 효모(酵母) 역할의 발견이다. 효모는 레벤후크가 현미경을 발견하면서 존재 자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할이 확실하지 않았는데, 이 것을 파스퇴르가 발견한 것이다. 효모라는 한자를 보면 그 역할을 그대로 할 수 있다. 술 유(酉)에 효도 효(孝)가 들어간 발효 효(酵) 자에 어미 모(母) 자. 수분 속의 당분을 먹고 그 당분을 알코올과 Co2로 바꿔주는 효모의 역할을 발견함으로써 술의 알고리즘을 밝혀낸다. 결국 술을 낳는 어머니적 존재를 정확히 발견한 것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대표적 에일인 호가든과 버드와이저. 현재 전세계의 맥주는 90% 라거 형태인데, 이것 역시 파스퇴르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특히 저온 상태에서 천천히 발효시키는 라거 형태의 하면 발효의 우위성, 에일 형태의 상면발효의 취약성을 알리고, 결국 하면 발효를 하는 라거 형태의 맥주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맥주 마니아들은 파스퇴르 때문에 획일적인 라거 맥주가 전 세계를 지배했다고도 말할 정도다.


물론 한국 역사에도 술의 아버지, 어머니가 등장을 한다. 바로 최초의 가전체 소설이라고 불리는 이규보의 국선생전. 국선생이란 것은 맑은 술인 청주를 뜻하는 것이며, 여기서 아버지는 막걸리, 어머니는 곡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출신은 주천(酒泉). 술이 있는 샘을 뜻한다.


백신이라는 용어도 만든 파스퇴르

파스퇴르는 술 이외에도 세균학에 다양한 공헌을 세웠다. 바로 1881년

백신(종두법·Vaccination)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광견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 낸 것이다. 당시 9살의 조세프 마이스터라는 어린아이가  광견병에 걸렸는데, 파스퇴르가 살려줘서 평생을 이 파스퇴르 연구소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 스토리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백신(종두법·Vaccination)은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기원하며 천연두 백신에서 유래하게 되었다.


참고로 파스퇴르가 태어난 쥐라(Jura) 지방은 1억 3년만 년 전의 지층이 발견된 곳이다. 여기서 유래한 것이 바로 쥐라기 시대(Jurassic period). 우유와 와인, 맥주와 영화, 그리고 코로나 시대의 백신으로도 이어지는 파스퇴르와 우리의 풍부한 인연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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