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Sep 23. 2021

컬레버로 영역 확장 중인 전통주

경계의 틀을 허무는 술 트렌드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참 많이 바꿨다. 회식은 사라지고 가족 중심의 소비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명동, 종로 등 사람들이 모이는 거대 상권은 맥을 못 춘 채 오히려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와 로컬이 중요하다는 슬세권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다. 집밥 시장이 커지다 보니 소고기, 돼지고기 값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으며, 여기에 가족끼리 작은 사치로도 즐길 수 있는 와인 시장이 2배 가까이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소주, 맥주 등 밖에서 마시는 회식의 술로 여기던 주류들은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홈술의 영역에 들어가고자 병과 라벨 디자인을 바꾸고, 도수를 낮추는 등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 중이다. 여기에 온라인 시장이 활성되면서 비대면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무알코올 맥주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아사히 맥주, 기린 맥주 등은 편의점의 매대를 비우기 시작했고, 이 자리에 이른바 타 브랜드와 제휴한 콜라보 맥주 등이 들어오면서 매출 상승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이 곰표 밀맥주, 유동 골뱅이 맥주, 말표 흑맥주, 백양 맥주, 금성 맥주, 주시 후레시 맥주 등이다. 


대부분 기업과 콜라보한 제품으로 맥주 업계에 신선한 이미지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맥주 외에 또 다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제품은 없을까? 흥미롭게도 전통주가 이 부분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류 중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만큼 언제 어디서든지 보고 집 앞까지 술을 택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컬래버 전통주 들은 수제 맥주처럼 기존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제품도 있는가 하면,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표문 막걸리. 사진 한강주조
곰표 막걸리? No, 표문 막걸리

올해 가장 히트 친 맥주라고 한다면 아마 곰표 밀맥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감귤계의 시트러스 한 맛과 레트로적인 옛 디자인이 히트의 비결이라고 볼 수 있다. 재고 소진이 워낙 빨라 부족해 CU의 자사 앱에서는 곰표 맥주 재고량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곰표 맥주의 뒤를 이은 것이 바로 표문 막걸리라고 볼 수 있다. 표문은 곰표를 뒤집으면 나오는 이름. 햅쌀 등을 사용한 좋은 막걸리의 침전물은 식이섬유 및 다양한 영양을 가진 만큼 뒤집어가며 잘 섞어 마셔야 한다. 이번에 나온 표문 막걸리는 이러한 막걸리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려 해당 제품명을 표문 막걸리로 정한 것이다. 힙함을 추구하는 성수동 양조장 '한강주조'와 대한 제분 곰표가 함께 출시한 막걸리로 서울의 막걸리라는 콘셉트에 맞게 순수 서울 쌀인 '경복궁 쌀'을 100% 사용, 전통의 밀누룩으로 발효하는 제품이다.  친환경이 중시되는 시대인 만큼, 재활용 최우수 등급 페트병을 사용하였으며 보냉박스로 보내진다. 오랜 숙성으로 탄산감이 적어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이 막걸리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 도수 5%, 500ml

과실향 ★★★☆☆

단맛 ★★★☆☆

산미 ★★★☆☆

쓴맛 ★☆☆☆☆

탄산 ★☆☆☆☆

후미 ★★★☆☆ 


써머 딜라이트 샤인머스켓. 사진 대동여주도
이게 와인이야? 막걸리야? '써머 딜라이트 샤인머스켓'

최근 주류들의 특징을 언급하자면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이 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전통주라고 하는데 갈색의 위스키 같기도 하며, 또 위스키라고 불리는데 결국 맥주처럼 마시는 하이볼도 유행하고 있다. 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며,  다양성과 다변화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본다. 이번에 소개하는 제품도 경계가 사라진다는 맥락과 유사하다. 와인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주세법상 완벽한 탁주이기 때문이다. 특징은 수년 전부터 메가 히트를 치고 있는 씨 없는 청포도 '샤인 머스켓'을 듬뿍 넣었다는 것. 문헌에 근거한 찹쌀 구멍떡으로 세 번을 발효를 한 삼양주에 샤인 머스켓 과즙을 넣고 만들었다. 찹쌀이 주는 매끄러움과 본연의 단맛, 그리고 샤인 머스캣이 추구하는 신선한 산미와 시트러스 계열의 다양한 과실 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주 비즈니스 플랫폼 대동여주도와 연희동의 '같이양조장'이 콜라보하여 만들었다. 아쉬운 것은 샤인 머스켓은 단 3개월만 선보이는 한정판이라는 것. 샤인 머스켓 자체가 9월부터 11월까지만 생산되기 때문이다. 대신 청포도를 넣은 제품은 연중으로 판매된다. 인터넷 판매보다는 주로 애주금호, 누바서울 등 전통주 바틀샵 중심으로 판매가 된다. 진한 맛을 가진 만큼 얼음과 물을 더해 마셔도 맛있다는 평이다. 알코올 도수는 10%, 용량은 750ml이다. 

과실향 ★★★★★

단맛 ★★★★☆

산미 ★★★☆☆ (3.5로 별 세개 반입니다) 

쓴맛 ★☆☆☆☆

탄산 ☆☆☆☆☆

후미 ★★★★☆ 


인어교주해적단술. 출처 영덕주조
푸르른 동해의 이미지를 담은 인어교주해적술

유럽의 고급 와인 및 위스키에는 자연을 품었다는 술이 많다. 그윽한 아침 안개를 품었다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짜릿하게 맑은 하늘의 프랑스 부르고뉴의 와인. 모두 이러한 자연환경에서 발효 및 숙성되는 만큼 지역성을 품었으며, 특징과 개성으로도 이어진다. 이번에 소개한 제품은 바로 푸르른 동해바다의 이미지를 담은 술이다. 해산물 콘텐츠 플랫폼인 인어교주해적단과 경북의 전통주 전문 기업 영덕주조가 콜라보하여 만든 제품으로 파란 동해바다의 이미지를 그대로 그려냈다. 특히 좌우로 흔들어 주면 영롱한 은하수 모습의 펄이 그대로 드러나 바다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우주'의 모습도 보여주기도 한다. 얼음을 넣어 온더록스로 즐겨도 좋으며, 어두운 조명아래 핸드폰 전등 위에 올려놓고 마시면 영롱한 빛깔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9월 15일 전후로 판매 시작예정이다. 알코올 도수 15%, 375ml

과실향 ★★★☆☆

단맛 ★★★★☆

산미 ★★★★☆ 

쓴맛 ★★☆☆☆

탄산 ★★☆☆☆

후미 ★★★☆☆ 

오디여라. 출처 부국상사


전북 무형문화재와 협업한 유기농 오디술 '오디여라'

흔히 말하는 조선 3대 명주라고 불리는 술이 있다. 국어학자 육당 최남선 선생이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책에 언급한 술로 감홍로, 죽력고, 그리고 이강주(이강고)다. 모두 전통 약소주이며, 해당 제품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오디여라'는 이강주를 제조하는 전북 무형문화재 조정형 명인과 전통주 전문 유통업체 부국상사가 콜라보하여 만든 제품이다. 지역의 사투리를 제품명에 구수하게 잘 풀어내기도 했다. 국내산 유기농 오디와 국내 기술로 분리한 토종 베리효모를 사용, 저온 발효와 오크통 숙성을 거쳐 만들어졌다. 물론 이 제품에는 전북무형문화재의 술 이강주의 원액이 들어간다. 알코올 도수가 38%로 높아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는 부담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칵테일, 온더록스, 소다 등을 넣어 마시는 것이 좀 더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유통기한이 없는 만큼 두고두고 천천히 마실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알코올 도수 38%. 375ml

과실향 ★★☆☆☆

단맛 ★★☆☆☆

산미 ★★☆☆☆ 

쓴맛 ★★★☆☆

탄산 ★★☆☆☆

후미 ★★★★☆


복순도가 체리블라썸 패키지. 출처 복순도가
본격 나들이용 샴페인 막걸리 ‘복순도가 체리블라썸 패키지’

샴페인 막걸리의 원조라고 불리는 울주군 복순도가에서 만드는 제품으로 신세계백화점은 케이스스터디와 협업한 체리블라썸 패키지다. 흥미로운 것은 막걸리만 들어있지 않다는 것. 복순도가 손막걸리 3병에 소풍 등 나들이용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보닝백, 샴페인이 터지는 듯 한 디자인의 매트, 레트로한 분위기를 물씬 담은 카메라까지 담았다.


복순도가 손막걸리의 특징은 강렬한 탄산도 있지만, 막걸리에서 풍부한 사과향이 난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수많은 팬층을 가진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주류뿐만이 아닌,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한율과 협업, 빨간쌀 진액 스킨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알코올 도수 6.5%. 용량 935ml


과실향 ★★★☆☆

단맛 ★★★★☆

산미 ★★★☆☆ 

쓴맛 ★★☆☆☆

탄산 ★★★★★

후미 ★★★★☆


마케팅의 부재, 이제는 컬래버로 보완

전통주는 단순한 술의 영역에서 코스메, 뷰티, 나아가 바이오의 영역까지 확장한 것이다. 이렇게 전통주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인터넷 판매도 있지만, MZ세대가 적극적으로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케팅, 기획에 부족한 양조장과 협업을 통해 호리병과 페트병에 얽매였던 전통주가 이제는 다양성의 매력으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지역 농산물과 그리고 무감미료 등 본질에 충실하다는 부분도 강화되었다 겉모습은 변한 지금의 전통주가 수십 년 전의 전통주보다 더욱 전통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 전통주 산업은 이제 성장 동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수제 맥주(?)가 뜬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