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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Nov 05. 2021

영남 알프스로 떠나는 발효마을 여행

KTX울산역에서 시작하는 발효 여행

영남 알프스로 떠나는 발효마을 여행


한국에서 알프스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한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군을 가지고 있으며, 태백산맥의 끝자리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낙동강과 평행을 이루며 형성된 곳.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시작해 밀양, 양산, 청도, 경주에 걸쳐 5개 시군에 형성된 곳으로 바로 영남 알프스다. 이 영남 알프스 자락에 발효마을이란 곳이 시작을 했다. 울주군 상남면을 중심으로 한 이곳에는 수제 맥주, 전통 장류, 치즈, 요구르트, 그리고 우리 전통주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샴페인 막걸리의 원조 '복순도가'

먼저 KTX 울산역에서 내리면 가장 접근성 좋은 곳이 샴페인 막걸리라는 별명을 가진 복순도가다. 천연 탄산을 그대로 막걸리에 용해시켜 용솟음치는 듯 한 탄산감을 그대로 표현, MZ세대들이 샴페인 막걸리라는 별명을 붙여준 곳이다. 예약을 통해 방문하면 양조장 견학이 가능하며, 예약 없이도 가볍게 시음 및 구매를 할 수 있다. 양조장 앞에 작은 테라스가 있는데 가을 하늘 속의 햇살 속에서 막걸리 한 잔 하는 것도 이곳만의 운치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백스피릿에서 백종원 씨와 나영석 PD가 등장, 김치와 함께 즐긴 곳이기도 하다.

복순도가


울산 수제 맥주의 원조 '트레비어 양조장'

복순도가에서 차로 약 15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수제 맥주 명가가 있다. 바로 트레비어다. 2003년도부터 묵묵히 수제 맥주를 만들어 가는 곳으로 수제 맥주의 명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수제 맥주의 정체성인 지역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독일산 밀로 만든 울산 밀맥주 바이젠을 시작으로 둥켈, 그리고 필스너 등 수제 맥주가 갖춰야 할 라인업을 잘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특유의 허브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홉향 가득한 호피 라거, 그리고 팬데믹 시대에 영웅으로 등장한 울산 출신의 처용의 전설을 담은 처용 IPA, 무엇보다 우리 쌀을 사용한 우리 쌀 라거 등 흥미로운 요소를 갖춰놓고 있다. 예약을 통해 양조장 견학도 가능하며, 그냥 방문해도 다양한 수제 맥주와 더불어 누룽지를 품은 장작불 로스트 치킨, 독일식 족발인 학센, 피자 등 다양한 맥주 안주와 따스한 햇살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트래비어 양조장의 모습


울주군에서 꼭 들려야 하는 곳, '유진 목장&본밀크'

트래비어 양조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목장이다. 35년째 2대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목장에서 소비자에게 오는 시간이 24시간 이내로 철저히 관리되며 운영되는 곳이다. 다양한 목장 체험이라기보다는 유진 목장의 제품을 맛볼 수 있고, 다만,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늦게 가면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주말에는 송아지 우유주기 체험이 1일 4회 진행된다. 귀여운 사슴도 산책을 하는 개성 있는 공간이라서 주말에는 인기가 높다. 내부에는 작은 카페가 있어서 음메리카노, 목장 라테, 임산부 배려를 위한 음료도 준비 해 놓고 있다. 이곳을 방문할 시간이 없다면 시내에 있는 유진 목장 직영 매장을 탐방해도 좋다. '본 밀크'라는 이름의 이곳은 아주 작은 매장이지만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 요구 루트, 치즈 등 수제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원유의 품질을 추구, 저온살균으로 우유를 유통하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본밀크에서 맛본 아이스크림과 밀크쉐이크. 맛이 확실히 다르다.



계곡에서 놀기 좋은 전통장 카페 '소이빈삼동'

유진목장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전통장을 테마로 한 '소이빈 삼동'이라는 카페가 있다. 계곡과 함께 있어 계곡 카페로도 유명. 또 루프탑 카페로도 유명하여 자연 바람을 즐기기 쾌적한 곳이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 장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있다는 것. 여기에 장류의 메카답게 고추장 불고기 피자 등 흥미로운 메뉴도 있다.  3층은 노 키즈존인 만큼 데이트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통도사와 거리가 가깝다. 

발효카페 소이빈삼동 카페


흙도 어떤 면에서는 발효. 소박한 도자기 공방 '향산요'

흙에서 도자기가 되는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불을 통해 성질이 완전히 바꿔 세라믹으로 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1100도 전후에서는 항아리라고 불리는 석기, 그리고 1300도 전후로는 도자기가 등장한다. 

세밀하고 정교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형태가 흐트러지거나 깨지게 된다. 이러한 것을 모두 손으로 한 땀 한 땀 빚어서 만드는 곳이 있으니 바로 향산요다. 이곳의 특징은 회령유라는 전통방식. 회령류란 함경도 회령의 지명으로 임진왜란 전 후로 이 지역의 도자기 장인들이 일본으로 가서 만든 도자기 방식이다. 즉 북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도자기의 방식을 다시 살리고 복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특징은 화려한 발색보다는 은은하고도 세련된 푸른 빛깔. 하나하나 보면 섬세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 4회 대한민국 공예대전서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상 수상을 하는 등 안팎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곳의 대표는 지구웅 씨. 원래 음악을 전공한 그의 모습에서 차분함 그 자체가 느껴진다. 방문만 해도 차 한 잔은 대접해 주는 넉넉한 곳. 어찌 보면 가장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일 수도 있다. 


향산요의 지구웅 씨. 방문하면 넉넉한 차 한 잔이 기다리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언양 불고기

울주군의 대표 음식이라면 언양 불고기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언양은 울주군 서부지역에 있던 옛 행정구역이다. 현재의 울주군 언양읍, 상북면, 삼남읍, 삼동면 지역을 관할하였다. 언양 불고기는 국물이 없는 구운 불고기 형태다. 특히 석쇠에 다지듯이 칼집을 내어 양념한 고기를 숯불에 뒤집어가며 바짝 구워낸다. 일반적으로 조리가 끝난 상태로 테이블로 올라와 집어 먹는다. 1960년 대 언양 불고기란 소금구이를 지칭했고, 따로 양념 불고기라고 불린 것이 지금의 언양 불고기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기와집과 진미불고기. 모두 주말에는 대기를 각오해야 할 만큼 인기 음식점이다. 다만 진미 불고기의 불고기는 떡갈비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것이 특징. 알고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언양 진미불고기의 언양 불고기와 진미 불고기.




세상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하고 화려하고 특별한 것을 보러 떠났다면, 이제는 일상의 탈피, 소박함 속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떠난다. 영남 알프스의 발효 마을이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 화려하지 않지만 넉넉함이 있으며, 자극적이지 않지만 소박함이 그대로 있다. 그런 의미로 2021년도 마지막 가을에 이곳을 방문해 보면 어떻까? 웅대한 영남 알프스 자락에서 피어나는 멋진 발효향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영남 알스프의 유명 계곡인 작천정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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