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욱 Jan 23. 2023

오크통 소주(코리안 라이스 위스키?) 4종 전격 비교

알고보면 흥미로운 술 비교의 세계


오크통 소주 4종 비교(feat 코리안 라이스 위스키)


설 연휴가 시작하던 날 소소하지만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평소 너무나도 궁금했던 장안의 화제 '오크통 소주' 4종에 대한 비교 시음이었죠. 최근에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이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주류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스키처럼 오크통에 숙성을 했으며, 또 알코올 도수도 40도 이상으로 도수에 있어서는 위스키의 기준에 부합하는 함유량이죠.


위스키 아닌 위스키와 닮은 소주

하지만 위스키는 아닙니다. 이유는 발아시킨 곡물로 당화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맥아죠. 위스키 역시 보리(몰트)뿐만이 아닌 쌀, 옥수수, 밀, 호밀 등 다양한 곡물을 사용할 수 있지만 스코틀랜드의 경우 무조건 당화과정은 보리(몰트)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스키라고 명명할 수 없죠. 제가 오크통 소주라고 쓴 것도 과정은 전통의 누룩(화요는 입국)등을 사용한 증류식 소주인데 마지막에 터치감을 위스키처럼 오크통에 숙성했기 때문입니다. 단 우리나라의 법으로는 꼭 보리가 아닌 곡물을 발아한 것으로도 가능합니다. 


<국내 주세법 상의 위스키 규정>

(1) 발아된 곡류와 물을 원료로 해 발효시킨 술덧을 증류해서 나무통에 넣어 저장한 것. 2) 발아된 곡류와 물로 곡류를 발효시킨 술덧을 증류해 나무통에 넣어 저장한 것)


어떤 오크통 소주가 등장했나

이날 등장한 오크통 소주는 최근 쌀베니라는 별명으로 구하기 어려워졌다는(?)'화요 XP', 위스키 전문가 분들의 절찬이 이어지는 '마한오크(46도)', 현재 카카오선물하기에서 탑클래스 매출을 달리는 '토끼소주 오크', 그리고 한정판으로 코엑스 주류 박람회에서 장안의 화제가 된 안동 맹개마을의 '안동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입니다. 특히 이번 자리에는 재야의 위스키 고수이자 가구 인문학 작가이신 김지수 대표님이 귀한 코멘트를 해 주셨지요.


사견을 담아 각각의 맛을 커피와 비유한다면


화요 XP는 가볍고 경쾌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한오크(46도)는 적절한 바디감에 특유의 부드러움을 잘 살린 카페라테, 토끼 소주 오크는 샷 두 개를 넣은 아메리카노에 다크 초콜릿이 입안에 머문 느낌, 그리고 진맥 소주 시인의 바위는 과실향에 풍기는 바닐라 라테와 같은 질감이 느껴지더군요.


각각의 맛을 나눠본다면


우디한 향을 포함한 초콜릿향에 있어서는

토끼소주>마한오크>진맥소주 시인의 바위>화요XP


뭉근한 과실감이 느껴지는 바닐라향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마한오크>토끼 소주 오크>화요


알코올의 찌릿한 질감

토끼 소주 오크>화요>진맥소주 시인의 바위>마한오크


강렬한 피니쉬로 끝나는 것은 토끼 소주, 잔잔한 과실 향이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 밸런스가 모두 좋았던 것은 마한오크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장 위스키스러운 술은 마한오크, 라이트한 한국 소주의 텍스쳐를 가진 것은 화요 XP, 독특한 풍미를 가진 것은 진맥소주 시인의 마을, 가장 향미가 강했던 것은 토끼 소주 오크라고 느껴졌습니다.


화요XP가 라이트한 이유

화요 XP의 라이트함에 대해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만약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면  음식과 매칭도 편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나라 정서 상 맛과 향이 너무 많으면 음식과의 매칭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일품진로 10년 숙성과 같이 말이죠.  


참고로 XP의 가장 대표적인 의미는 로마에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사용한 마크이기도 합니다. 의미는 크리스트입니다. 예수를 뜻하는 것이죠. 물론 화요 XP는 'Extra Premium'이라고 합니다.


한국형 라이스 위스키의 장점(?)


오크통 숙성 소주의 맛을 기준으로 라이스 위스키의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면


1.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다.

원재료의 차이로 보다 부드러운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쌀이 맥아(몰트)보다 기본적으로 훨씬 촉감이 부드럽기 때문이죠. 아무리 증류주라고 해도 원재료의 질감이 들어갑니다.


2. 시가와 같은 훈연향이 적다.

위스키의 매력 중 하나는 훈연향인데, 또 이 훈연향을 싫어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훈연향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맥아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화력을 이용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쌀로 만드는 경우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증기로 밥을 찌기 때문에 이러한 향이 없습니다. 다만 오크통 내부가 불로 그을려져 있는 만큼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일부 나겠지만 적어도 몰트 위스키에 비하면 훨씬 적다는 뜻이겠죠.


현재도 일반적인 위스키 시장에서는 몰트 위스키보다 다양한 곡물을 사용한(그레인위스키+몰트 위스키 블렌딩) 블렌디드 위스키가 시장 규모에서는 여전히 점유율이 높은데 그 이유가 이러한 것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3. 숙성의 효과를 더 일찍 볼 수 있는(?) 한국의 환경

한국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는 영국 등에 비해 계절성이 뚜렷해서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경우 수축과 팽창이 더 많이 일어나 알코올이 더 많이 증발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발은 최근에는 오히려 빠른 숙성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많아졌죠.


또 몰트 위스키는 비교적 맛과 향이 강한 것이 많은 만큼 숙성을 더 오래 하면 기가 막힌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쌀로 만든 위스키는 그만큼 숙성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제품이 나올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4. 음식과의 궁합도 더 편해 보인다.

훈연향이나 강렬한 향이 적은 만큼 우리 음식과의 궁합도 잘 맞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한국에서 출시한 오크통 소주만 봐도 이러한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쌀 소비가 저하되어 농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쌀을 위스키 재료로 사용한다면 또 다른 쌀 소비처로 이어져 대한민국 농업 발전으로도 연결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가능성을 본 코리안 라이스 위스키 자리

결론적으로 오크통 소주, 또는 속칭 코리안 라이스(밀 포함) 위스키에 대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본 자리였네요. 현재 주세법상으로는 이렇게 만든 오크통 소주는 위스키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글쎄요, 쌀과 누룩으로 만드는 '코리안 라이스 위스키'는 한국만의 독특한 위스키  카테고리가 생겨도 시장이 흥미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구독자 분들도 오크통 소주를 발견하시면 꼭 한 번 관심을 가져주시면 또 흥미로운 술의 세계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PS : 함께 시음회를 진행해 주신 재야의 위스키 고수이신 김지수 작가님의 저서도 살짝 올려봅니다. 가구에 대한 새로운 인문학적인 접근이 저는 무척 좋았던 책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돌아온 가성비의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