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의 신은 어디 출신인가?
일본의 고대사를 보면 한반도에서 수많은 문물이 넘어간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사서인 고사기 및 일본서기에 그 내용들이 기술되어 있고, 다양한 유물 및 유적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제는 한학, 불교, 천문, 지리, 의학, 음양, 공예, 그리고 건축까지 그 종적을 남기는 등, 일본의 고대 문화이자 도시와 궁전 등이 세워진 아스카 문화를 이끌어 냈다. 그래서 아스카 지역에는 백제(百濟)의 지명이 들어간 곳이 있다. 나라 현의 고료초 구다라(廣陵町 百濟)와 시가현의 ‘히가시 오우미 시 햐쿠사이지초(東近江市百濟寺町)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이러한 백제가 들어간 지명은 1910년 한일 강제합병 전에는 더욱 많았다고 하니 백제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백제는 술 빚는 방법도 전래해줬다. 일본 최고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 따르면 응신 천황이라는 일왕이 수수보리(須須保利)라는 백제인이 빚은 술을 마시고 이렇게 표현한다. “수수보리가 빚는 향기로운 술에 나는 취해 버렸네. 무사 평안한 술 웃음을 자하 내게 하는 술에 나는 취해 버렸네” 한다미로 향이 좋은 기분 좋은 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수보리라는 (형제 또는 남매라는 주장도 있다)은 573년 교토의 사가 신사(佐牙神社)라는 곳에서 일본 사케의 신으로 모셔지며, 이후 수수보리라는 단어는 일본 남쪽 지역에서는 누룩과 콩, 현미 식초를 넣은 발효 및 절임음식의 이름으로도 쓰이게 된다. 그래서 일본 사케의 어원이 이 사가신사(佐牙神社)의 사가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한반도 출신의 핫타 가문을 기리는 교토의 마츠오타이샤(松尾大社). 에 있는 사케 통.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술의 신이 된 한반도 인 핫타 씨족을 기리고 있다. 일본 청주 용 술통 등이 보인다. 한번 쯤 가볼만한 곳이다. 사진 출처 전통주 갤러리 명욱>
또 하나의 사케의 신
일본에서는 술 관련 된 또 하나의 신이 있다. 바로 하타(秦) 씨족이다. 역시 한반도 출신으로 백제의 궁월군의 후손이라고 일본서기는 말하며, 일본 고대 역사의 기틀을 잡았다고도 할 만큼 족적이 뛰어나다. 볍씨를 가지고 와서 저수지와 논을 만들었고, 일본 국보 1호라고 불리는 반가사유상이 있는 고류지(広隆寺)라는 절을 만들었다. 특히 술 빚기 기술이 특별하여 주변에서 추앙을 했다. 그래서 이 씨족을 기리는 신사가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인 마츠오 타이샤(松尾大社)이며, 매년 일본의 사케 양조장 대표와 기술자는 이곳에 와서 이 가문을 기린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양조장에 위패를 모시고, 술을 빚기 시작할 때 술의 신 하타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 하타 씨족의 출신에 관하여는 다양한 주장이 있다. 하타라는 이름이 바다에서 왔다는 것과 울진의 옛 지명인 파단((波旦)에서 왔다는 설 다양하다. 또 진(秦)이라는 한자에서 유추하여 진한(辰韓), 또는 신라 출신이라고도 한다.
사케의 어원은 삭히다?
또 사케의 어원은 식혜, 또는 삭히다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재일동포 출신의 사가현립대학 인간문화학부 정대성 교수의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음식'에 따르면, 삭다에서 삭아, 사카, 그리고 사케로 변형되었다고 언급했다. 실질적으로 사케의 신 수수보리를 모신 신사의 이름이 사가이며, 일본 내에서도 사케의 원형이 사가에서 왔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일본에서 백제를 부르는 말은?
백제는 일본에서 쿠다라(くだら)라고 말한다. 쿠다라의 어원 중 유력한 것이 바로 큰 나라, 대국을 일 컷 는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일본어에서 촌스럽다, 세련되지 못하다, 흥미 없다는 표현을 쿠다라 나이(くだらない)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백제가 없다는 뜻이고, 백제가 없다는 뜻은 촌스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1500년의 역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것을 우리 스스로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 것이 최고라서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 것으로 고부가가치 문화로 만들고, 그것을 전래해 준 우리는 그렇게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배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