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애주가였던 친구와 늘 논쟁하던 것이 있었다. 술은 약이 되는가라는 부분이다. 주종에 따라서는 항암효과에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다양한 약리 작용을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술은 약이라는 배경을 가졌을까? 실은 한자 하나만 봐도 그 예시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의술, 또 의학에 쓰이는 한자인 고칠 의(醫) 자다. 고칠 의(醫)를 하나씩 풀어보면 상단부에는 아플 예(殹), 아래에 술단지 유(酉)가 받치고 있다. 바로 아픈 것을 술로 치료한다는 의미다. 결국 술은 약이 된다는 의미인가?
동의보감에 기록된 약 중의 약, 술
동의보감에는 술은 상약 중에 상약, 백약지장(百藥之長)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마취제, 또는 소독의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술을 약과 함께 섭취하면 약용 기능이 훨씬 빠르고 강해진다. 물에도 잘 섞이고 지방과도 잘 섞이는 에탄올은 물과 지방층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반 수분보다 체내 흡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 의학의 입장에서는 약리 효과가 너무 빨라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알코올은 탈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몸속의 수분함량을 낮게 하고, 또 간에서 대사가 될 때, 약의 분해를 방해하기도 한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만약에 술을 사용한 약을 섭취해야 한다면 꼭 의사의 처방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드링크, 이온음료 등과 섞어 마시면 위험한 이유
최근에 다양한 증류주를 콜라, 이온음료, 에너지 드링크, 자양강장제 등과 카페인이 있는 음료와 섞어 마실 때가 있다. 이렇게 마시는 것은 무척 위험한 방법 중에 하나다. 알코올로 인해 카페인의 작용이 더 커져서 졸리거나 나근해지는 현상이 급속히 적어진다. 즉, 수면을 취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체내 염도와 비슷한 이온음료와 술을 같이 마시면 이번에는 알코올의 체내 흡수가 더 빨라진다. 한마디로 더 빨리 취하는 현상을 인다. 결국 이온음료나 자양강장제 등은 급속한 과음을 유발하며, 심하면 급성 알코올 중독을 더욱 빨리 일으킬 수 있다.
이온음료는 숙취해소에 좋은 역할도 있다. 단 술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아닌 술을 다 마시고 다음날에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의학 상식 서적 최고의 음주 방법(最高の飲み方)에 따르면 이온음료는 알코올로 인한 탈수현상을 보완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만, 차가운 상태가 아닌, 데워마셔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유는 체내 온도와 비슷해야 수분 흡수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차가운 상태로 마시면 음료의 온도가 36.5도로 올라갈 때까지 위장에서 머물다가 간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결국 1시간 동안 흡수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부룩하며 힘든 상황이 이어진다.
현대의 술은 더 이상 약이 아니다.
술은 현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다양하게 약으로 사용되어왔다. 중세 시대의 위스키 등도 페스트 등의 전염병의 치료제로 쓰이기도 했으며, 콜라 역시 시럽 대신 와인을 넣어 남북전쟁 때 마취제 등으로 사용되었다. 이뇨작용을 돕고자 주니퍼베리라는 열매를 넣어 만든 진(Gin) 등도 결국 약용 술의 산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시대와 너무나도 다르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좋은 약이 나오게 되었고, 굳이 약으로 술을 즐길 필요는 없는 시대이며, 약으로 즐기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긴다고 말 하였다.
술은 술로써 농업이 기반이며, 농산물의 풍미와 지역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 좋다. 오히려 그것이 술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천천히 음미하는 문화로 인해 과음 등의 음주 폐해도 적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