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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May 05. 2019

막걸리, 어디까지 아시나요?

막걸리의 새로운 기준, 숙성


 프리미엄 막걸리의 새로운 개념, 숙성 막걸리


비 오는 날이면 늘 생각나는 술이 있다.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주전자에 받아오기도 했으며, 농촌에서는 새참과 함께 등장했던 것, 허기졌을 때 밥 대신 마시기도 했으며, 덕분에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던 막걸리이다. 한국의 전통주 가운데 가장 많은 소비량을 가지고 있고,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와 넉넉한 크기의 사발 잔은 늘 우리 막걸리의 상징으로 표현되곤 했다.


그런데 늘 같을 것 같았던 막걸리가 최근 수년간 급격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비 오는 날 마시고, 서민적인 술을 벗어난, 기품이 있고, 맛을 음미하는 미식의 영역에 막걸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걸리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일까?


<찾아가는 양조장 울진술도가에서 막걸리를 짜는 모습>


막걸리라는 어원은 신선

막걸리는 거칠게 마구, 그리고 이제 막 걸러서 신선하다는 의미를 가진 술이다. 그래서 막걸리의 발효기간을 보면 대략 2주 전후다. 고급 발효주인 약주 및 청주가 100일 전후, 증류식 소주가 1년 이상 숙성시키는 것을 보면 한마디로 막걸리는 빨리 만들어 빨리 마시는 주종이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신선함을 추구하는 샐러드이며, 치즈로 비유한다면 우유의 풍미가 가득한 모차렐라 치즈와 같은 카테고리다. 바로 원료 자체의 맛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의미, 그래서 생(生)이라는 부분에 고집을 가지는 것이다.


<문경주조에서 3개월 이상 숙성하는 막걸리>

신선함의 역발상, 숙성 막걸리

이렇게 신선함만 추구했던 막걸리가 변하고 있다. 바로 숙성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술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과정이 있다. 발효와 숙성이다. 발효의 경우 당분에서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으로, 효모가 당분을 먹으며 알코올과 Co2를 배출하는 과정이다. 숙성은 이렇게 알코올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맛을 극대화시키고자 진행되는 과정이다. 일부 알코올이 증발되면서 풍미가 농축되기도 하며, 또 알코올 분자와 물분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매끄러운 물질을 형성, 맛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막걸리 업계에서는 숙성이란 개념은 크게 적용되지 않았었다. 이유는 다른 술과 달리 막걸리 자체에 영양성분이 많아 숙성이 아닌 맛 자체가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반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도 6도 전후인데, 이 영역대가 알코올을 식초를 바꾸는 초산균이 가장 좋아하는 알코올 도수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막걸리의 숙성과정은 거의 없거나, 아니면 1주일 이내로 지극히 짧았던 것이 사실이다.


숙성 막걸리의 전제조건. 압도적인 쌀량과 높은 알코올 도수

막걸리의 진짜 도수는 6도가 아니다. 원액으로만 간다면 15도 전후로 와인과 비슷하다. 다만 막걸리는 가수라는 과정을 통해 물을 넣어 도수를 낮추는 과정을 거친다. 70~80년 대 노동주로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도수가 높은 막걸리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고, 그런 의미로 정부에서 아예 막걸리 도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막걸리를 숙성하지 않은 개념은 정부의 규제도 한몫했던 것이다.


결국 숙성을 위해서는 저장성을 좋게 해야 하며, 1차적인 과정으로 알코올 도수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료인 쌀도 많이 사용해야 한다. 쌀을 많이 쓰는 유명한 술로는 일본의 청주 사케(일본주)가 있는데, 쌀에 비해 물을 1.4배 정도만 넣는다. 쌀의 풍미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한 한국의 프리미엄 막걸리는 일본 사케를 훨씬 뛰어넘는 원료 비율을 보이기도 한다.


지역의 좋은 농산물

숙성 막걸리는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오히려 숙성하는 과정에서 산폐 된 맛이 나기 때문에 원료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결국 해당 양조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농산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문화는 결국 지역 농산물 사용으로 이어진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지역 농산물이 가장 좋다는 의미도 된다. 동시에 원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인공감미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토종 효모  재래 누룩으로 많이 만들어

전통주 업계의 오래된 통념 중 하나는 술은 그 집에 사는 귀신이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귀신이란 눈에 안 보이는 미생물로 그 집에 서식하는 효모를 의미한다. 한국의 주류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효모를 수입에 의존해서 정체성에 늘 논란이 따라오는데, 이러한 숙성 막걸리는 대부분 토종 효모 및 재래 누룩으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맛이 독특하며 늘 달라지는 매력이 있다. 마치 HMR과 같은 식단이 아닌, 셰프가 만들어주는 멋진 요리와 같은 느낌이다.


드라이하게 즐기는 숙성 막걸리 기대

현재 한 달 이상 숙성하는 제품으로는 수십여 종이 있다. 아직은 단맛 위주의 제품이 많은데, 모두 인공감미료의 단맛이 아닌 모두 쌀이 주는 단맛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단맛이라도 계속 즐기기에는 물릴 수 있다. 소비자의 먹거리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도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 것이 좋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문정훈 교수는 지금까지 막걸리 산업이 생산시설 표준화 등을 통해 품질을 전반적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면, 이제는 이 숙성 막걸리가 막걸리의 고급화 및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뉴트로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숙성 막걸리

술과 같은 음료는 물론 최근에는 생선회,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신선육에도 숙성의 개념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제까지 생각도 못한 프리미엄 숙성 막걸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모든 제품은 한국 전통주의 문헌에 근거하고 있다. 즉 원래 없었던 것이 아닌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고 있는 과정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이러한 시장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주가 새로운 복고라는 뉴트로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되며, 동시에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가 시장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이 프리미엄 숙성 막걸리이다.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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