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마포, 이수에 있는 막걸리 맛집 3곳
6월은 무더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다. 낮에는 30도를 가볍게 넘기며, 살짝만 걸어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힌다. 따뜻한 커피보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본격적으로 팔리는 시기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주류의 매출이 활발한 때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낮은 도수에 수분함량이 많고, 탄산의 청량감을 가진 생막걸리와 맥주 시장이 가장 수혜를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막걸리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에 막걸리 및 전통주만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전문점이 등장하고 있다. 수십, 수백 종류의 막걸리와 전통주를 취급하며, 제철 재료 및 산지직송을 통해 미식의 문화로 들어가는 영역이다. 그리고 주문하는 멘트도 기존과 달리 제품명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곳들이 있는데, 그중 3곳을 골라봤다. 마포와 홍대, 그리고 이수에 있는 곳이다.
레트로한 그 느낌 그대로. 홍대 산울림 1992. 전통주 190 종이나 취급해
홍대의 유명 명소인 산울림 소극장 맞은편에 있는 곳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90년대 주점의 모습이지만, 자세히 보면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 연출과 트렌디한 카운터 바의 모습이 레트로한 느낌을 그대로 준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오너 셰프 홍학기 씨. 홍대 토박이인 그는 17년 전에 이곳을 인수, 학사주점으로 꾸준히 운영해 왔다. 하지만, 늘 같은 술과 음식을 즐기는 한국의 음주 문화에 아쉬움을 느껴서 약 수년 전부터 전통주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전통주를 늘려나가게 된 결과, 지금은 막걸리와 전통주 190 종류나 취급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늘 같은 제품이 아닌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맛을 알려주고 있다.
이곳 음식의 특징은 술맛을 잘 느낄 수 있게 최대한 강한 맛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달고 맵고 짠맛을 최대한 배제함으로 써 막걸리 맛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게 제공된다. 한마디로 술맛을 음식이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으로는 족발을 직접 삶아 누른 편육을 덩어리채 구워낸 '족발구이', 20kg 정도의 대왕문어를 적당히 삶아 유자 폰즈 소스와 절인 치아시드와 같이 먹는 '대왕문어 초회', 홍두깨 한우를 쓴 '한우 육회'는 녹차소금과 트럼프 대통령 만찬주인 풍정 사계의 술지게미를 이용한 소금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뿌려준다. 돼지 목살을 된장에 숙성 후 65도로 수비드 한 후 구워낸 요리인 '수비드 된장 맥적'도 매력적이다.
시그니쳐 메뉴로는 한우 곱창과 벌양과 각종 야채를 푹 끓여내어 만든 한우 내장찜이 있다. 달큰 한 국물과 부드러운 내장이 특징으로 다른 곳에서 즐길 수 없는 이곳만의 맛이다.
막걸리 및 전통주를 190종류나 팔다 보니 늘 주종이 바뀐다. 최근에 입고된 새로운 제품으로는 부산의 무감미료 기다림 막걸리, 드라이한 맛이 일품이라는 배혜정도가의 우곡 생 주, 전북 부안의 청주 스타일로 오크통 숙성한 '해밀 약주', 드라이한 맛의 '여주 순향주', '백년향', 홍천에서 만드는 소주 '메밀로' 등이다. 모두 비교적 덜 알려진 제품으로 주류 마니아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좋다.
이렇게 새로운 술을 알리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양조장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문경의 오미나라, 문경주조, 오미로제, 문경주조, 제주도의 고소리술 익는 집, 신평 양조장, 예산 사과와인, 덕산 양조장, 호랑이 배꼽 막걸리, 함양 솔송주, 홍천 예술 등이 대표적이다. 직원이 우리 막걸리와 전통주를 잘 알아야 더욱 잘 소개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100년의 한옥에서 즐기는 마포 삼씨오화
원래 포구 주변이었던 마포에는 오래된 주막이 많았다. 이러한 느낌이 살아있는 곳이 바로 마포의 삼씨오화다.
마포나루를 다니던 소금장수가 100여 년 전에 지었다는 한옥 속 공간은 옜스러운 느낌을 살리면서 트렌디하게 즐기는 뉴트로란 콘셉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창업자 모두가 특별한 전통주 전문가라는 부분이다. 방배동 가양주 연구소 전통주 최고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박경삼 씨와 전통주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오화진 씨가 그 주인공이다. 삼씨오화라는 이름도 박경삼 씨의 삼씨와 오화진 씨의 오화에서 이름에서 따왔다.
두사람이 이곳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다양한 우리 술을 알리기도 싶었지만, 함께 전통주를 공부한 동문들의 술을 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수많은 동문들이 양조장을 차리면서 자신들의 술을 직접 만들고 있었지만, 수제라는 고급 영역은 시장이 작아 판로개척이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던 것이다. 그 덕분인가, 이곳에서 판매된 수많은 동문들의 제품은 이제는 내로라하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농식품부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술샘의 '미르 40'을 시작으로, 무감미료 '술아 핸드 메이드 막걸리'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이곳에서 판매되는 막걸리와 전통주는 상기 제품 외에도 총 60가지. 술샘 이화주, 샴페인 막걸리 이화 백주, 시뻘건 색을 자랑하는 '술 취한 원숭이'이며, 약 청주 계열로는 '솔송주', '술아 과하주', 소주류로는 국내 유일 스님이 빚는 술 '송화백일주', 춘향이가 이몽룡을 잡기 위해 이별주로 내놨다는 '감홍로', 조선 3대 명주 등으로 불리는 '이강주' 등이다.
이곳의 요리는 한마디로 힘을 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식이라는 이름에 얽매이기보다는 맛있는 술, 맛있는 음식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식에 복잡한 데코레이션도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메뉴는 삼씨오화 삼합. 불향 입힌 돼지 목살구이와 젊은 층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안 삭힌 홍어장, 오이지와 세트로 제공되는 메뉴다.
해물 삼파전은 파전에 들어가는 필수 해물인 오징어, 조갯살, 새우가 들어간 안주다. 돼지고기, 부추, 시래기를 넣어 직접 빚은 만두요리도 인기가 많으며, 그리고 계절별로 겨울에는 방어회와 봄에는 봄나물전, 여름에는 줄전갱이(시마아지회)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언제나 신선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이유는 노량진 수산시장과 가깝기 때문. 이러한 재료를 위해 매일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매일 장을 보러 가는 것이 특징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막걸릿집, 이수역 정작가의 막걸리집
한국에서 가장 작은 막걸리 집 중 하나로 불리는 곳인 정작가의 막걸리집. 누군가는 정 씨 성을 가진 작가의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바로 '정말 작은 가게'라는 의미의 '정작가'다. 이름 그대로 5평 남짓의 정말 작은 공간에 빼곡히 쌓여있는 막걸리와 전통주를 보면 정체성을 잘 살렸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공간의 주인장은 바로 정경채라는 인물로 남산 막걸리 학교를 졸업하고, 원래는 와인바였던 공간을 '막걸리 바'로 바꾼 전통주 전문가이다.
정말 작은 가게이지만, 알고보면 나오는 음식은 정반대로 푸짐하게 나온다. '수소문'이라는 돼지수육, 소라, 문어가 같이 들어간 메뉴를 시작으로, 순대를 크림스튜와 같이 매칭 한 '순대 크림스튜'의 경우 탄산감 좋은 막걸리와 잘 어울린다. 강판에 직접 갈아 튀긴 뜨거운 '치즈 감자전'도 시원한 막걸리와 정말 잘 어울린다.
현재 판매하는 주종은 60종 정도. 기존에 인기가 많았던 정통파 제품과 신제품을 골고루 넣어 판매하고 있다. 벌꿀을 넣어 만든 대대포 막걸리, 짜릿한 탄산으로 유명한 2012년 핵정상 건배주 '복순도가', 평택의 현미로 빚은 '호랑이 배꼽 막걸리', 무감미료 막걸리로 드라이한 맛을 자랑하는 해남 '해창 막걸리' 등이 주력 제품이다.
워낙 작은 공간이다 보니 손님들끼리의 호흡도 특별하다. 특히 90년, 2000년대 초반의 음악이 흐르면 갑자기 모두가 떼창을 부르기도 한다. 워낙 주인과 가까우니 소통도 이곳의 매력이다.
우리 식문화의 다양성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공간 한식주점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을 보면 모두 와인을 비롯한 다채로운 술을 구비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즐겼을 때, 식사가 마무리되는 모습을 본다. 술이 단순히 취하는 것이 아닌 소통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한식이라는 좋은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좋은 술 문화는 잊고 살았다. 그저 싸게 많이, 빨리 취할 수 있으면 그것이 최고였고, 그것이 한국의 술 문화라는 오인을 샀다. 그래서 근현대에 들어와서 일본의 이자까야, 이탈리아의 비스트로와 같이 다양한 술과 음식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세분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제야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료 본연의 맛을 가진 음식과 지역의 문화를 가진 술이 만났을 때, 진정한 음식 문화가 살아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