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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Aug 01. 2019

알고보면 한집 식구. 카스와 테라

카스테라의 격전, 한국 맥주 전쟁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테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불과 3개월여 만에 판매 1억 병을 넘어서며 국산 맥주 부동의 1위 OB의 카스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하이트진로(당시는 조선맥주)는 천연암반수 맥주라는 별명으로 1996년도(당시 하이트)부터 2011년까지 국내 맥주 1위를 수성한 바 있다. 하지만, 카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2012년부터 OB는 1위 자리에 올랐다.  롯데주류는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물 타지  않은 맥주'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지만, 카스의 아성은 무너트리지 못했다. 그 결과 OB맥주는 2위보다 시장점유율이 2배 넘게 차이 나는 등, 한국 맥주 시장의 부동의 1위가 된 모습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테라가 등장했다. 기존과 다른 녹색병에 호주의 청정지역 골든 트라이앵글의 황금보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테라는 기존의 제품과 얼마나 다르고,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을까? 그리고 과연 카스의 아성을 무너트릴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테라의 등장 배경

테라의 등장 배경에는 하이트맥주의 위기감이 있었다. 52시간 근무 및 기업 회식 등의 문화가 줄어든 지금, 업소에서의 맥주 소비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굳건히 1등 자리를 꽤 차고 있는 카스에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클라우드 맥주도 부담이었다. 여기에 기존의 하이트 맥주 제품 자체는 오히려 점유율을 낮춰갔고, 맥주 사업은 2014년도부터 영업적자로 돌아서며 5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테라는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2년 전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 올해 3월에 출시되었다. 하이트 맥주의 사활을 제품이라고도 있다.


테라가 기존의 제품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것은 일단 맥아. 호주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나오는 자연 탄산으로 맛을 냈다고 발표했다. 실질적으로 한국의 대기업 맥주 중에서 맥아의 생산지를 정확하게 밝히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이며, 나름의 리스크도 있다. 공급처가 한 곳이면, 흉년 및 재해의 발생으로 원활한 공급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원료의 산지를 밝혔다는 것은 나름의 자신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연 탄산 부분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맥주는 출하 직전에 한번 더 탄산을 주입하고 출하했다. 하지만 테라는 원래 발효 시에 나오는 탄산을 가지고 맛을 낸 제품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탄산 맛을 추구하려고 노력한 제품이다.


왜 녹색병으로 했을까?

제품명 '테라'는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 등을 뜻한다. 결국, 미세먼지 등으로 뒤덮인 한국에서 즐기는 청정 라거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했다. 녹색병으로 디자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맥주병은 대부분 갈색이었다. 이것은 빛 투과를 막는 역할로 맥주의 맛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있다. 하지만 신선한 맛이라는 이미지는 적었다. 그래서 청정 맥주라는 느낌을 주고자 녹색병으로 출시했다.

초록색 병으로 마케팅에 성공한 하이네켄. 붉은 별은 중세 시대의 맥주 양조장의 부적이였고, 둥근 원은 트랙(스포츠)를 뜻한다.

또 하나는 갈색 맥주의 이미지가 기존의 유흥시장용이라는 이미지였던 것. 따라서 젊은 맥주, 신선한 맥주라는 이미지와 차별화를 위해 병색을 과감하게 바꾼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녹색병을 사용해서 성공한 맥주 업체가 하이네켄이다. 하이네켄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업계 최초로 녹색병 맥주를 만들어서 미국으로 수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맥주가 단순한 술이 아닌 스포츠와 야외활동, 그리고 경쾌하고 가볍고 고급 이미지를 선사한 것이다. 테라의 녹색병은 이러한 전략 아래 진행된 것이다.


테슬라 VS카스처럼

테라는 이미 초기부터 시장 타깃을 정확하게 잡고 있었다. 그것은 요식업 시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맥 시장이었다. 국내 맥주 시장은 가정용과 업소용으로 나뉘는데, 매출 비중이 4 대 6 정도로 업소용이 더 높다. 그리고 이 높은 업소용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주종이 소맥인 것이다. 그래서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한 3월부터 아예 테라에 참이슬을 합친 '테슬라'라는 이름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비공식적인 이유는 테슬라가 타사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테슬라와 카스처럼을 대결구도로 가져가며, 실질적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맛의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카스를 닮은 테라의 맛. 알고보면 카스의 홍보까지 같이 해

테라의 맛을 보면 기존 하이트 맥주와는 달리 강해진 탄산, 후미에서 느껴지는 깨끗함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하이트 맥주가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었다면, 테라는 강한 탄산과 깔끔함이 승부처로 보인다. 즉, 기성 제품 중에서 가장 카스를 닮은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테라는 개발 초기부터 카스를 극복한다는 목표 아래 개발된 제품이라고  보인다. 그래서 나온 신조어가 카스와 테라를 합친 '카스텔라'다. 어쩌면 테라가 카스의 홍보까지 자연스럽게 하는 현상인 것이다. 테라역시 100% 몰트맥주아니다. 다양한 곡물을 넣어 라이트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실은 이부분도 카스와 비슷하다.


세 번째 맞는 맥주 삼국지

한국 맥주는 OB와 하이트진로가 시장을 양분해왔다고 하지만, 의외로 3파전도 꽤 있었다. 첫 삼파전은 1970년대 한국과 독일의 합작기업인 이젠벡 맥주가 등장했을 때였다. "이제부터는 이젠벡입니다'라는 새롭다는 슬로건으로 한때 맥주 시장 점유율 15%까지 차지했던 거센 돌풍을 일으켰던 기업이었다.


새롭다는 것을 내세운 이젠벡 맥주 달리 OB맥주는 옛 제품을 아끼고 정을 호소하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그것이 유명한  "친구는 역시 옛 친구, 맥주는 역시 OB"다.  이내 이젠벡 맥주는 무릎을 꿇고, 내외부의 구설수에 오르면서 결국 2년 만에 하이트진로에 인수 합병된다.


두 번째는 진로쿠어스의 등장이다. 80년대에는 맥주 시장 점유율은 OB와 하이트맥주가 8대 2 정도라고 했으나, 수도권에서는 9대 1이라고 말할 정도로 OB가  압도적인 시장 장악을 해 나간다.

<1996년.남자 맥주 카스라고 광고했던 진로 쿠어스의 카스.유튜브 갈무리>


알고보면 카스와 테라는 한 집안 제품

90년 대 초의 맥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OB를 계속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91년도에 OB맥주 계열사인 두산전자가 페놀을 낙동강에 방류하고, 이로서 OB의 신뢰는 바닥을 친다. 이때 지하 150m의 천연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하이트 맥주가 93년도에 출시, 3년 후인 96년도에는 맥주 업계 1위를 달성한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1994년 진로가 미국의 쿠어스사와 합작, 진로 쿠어스를 설립, 카스를 출시한다. 비열처리 맥주를 슬로건으로 신선함을 담은 카스는 개별 브랜드로는 점유율 15%까지 올리는  등 양 거대 맥주 회사 상대로 선전을  한다.

하지만, IMF 위기를 맞아 진로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 199년 진로쿠어스를 OB에 매각하게 된다.두 번째 맥주 3파전은 5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그토록 이기고자 하는 카스는 알고 보면 하이트진로의 제품이었다.

  <1996년 진로 쿠어스의 카스 광고. 최민수 씨가 광고모델이다.알고보면 카스는 지금의 OB가 아닌 지금 하이트진로에 합병된 진로의 제품이었다.당시 남자 맥주로 PR>


테라, 어디까지 올라갈까?

결국 지금 테라의  상승세를 보면 상당 부분 빼앗긴 자리를  되찾아 올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맛 자체가 카스와 비슷하고, 음용방법도 같은 소맥이 주요 매출인 만큼, 1993년도에 출시된 하이트 맥주만큼 시장을 뒤엎는 정도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신제품 출시에 인색했던 한국 맥주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필라이트, 필굿 등 저렴한 발포주 시장으로 저가로만 치닫는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좋은 시그널로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여전히 음용하는 방법이 소맥 등으로 일관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앞으로의 시장은 시원하게 마시는 소맥 시장이 아닌 맛으로 즐기는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이번 기회로 한국의 맥주 업계가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기를 기대해 본다. 단순한 가성비가 아닌 맛과 철학을 담은 한국 맥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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