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강사가 되기로 했다면 '혼자 매트 위에 서는 연습을'
퇴사 2년 차 프리랜서 생업과 취미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취미가 특기가 되면 어떨까 하는 짐짓 "여유로운 마음"으로 요가 지도자과정을 시작했지. 그 마음은 요가에 대한 기만이었어.
취미는 그저 좋아하는 것이고, 특기는 잘하는 것을 말해. 우리는 이 개념을 초등학교 때 확실히 배웠지. 그 시절의 어린이들은 유독 취미와 특기를 잘 구분해 자기소개를 했거든. 새 학기마다, 국영수사과도음미체 매 수업마다 반복한 탓인지 이십 년 만에 문득 떠올린 취미와 특기도 확실히 분간할 줄 알았어.
요가를 특기(特技) "특별한 재주“로 삼겠다는 천진한 발상의 대가는 "요가 그리고 또 요가하는 일상"이었어. 엄청난 시간을 쏟아야 했거든. 500쪽짜리 책도 5분으로 요약해 주고, 누군가의 파란만장했던 10년 인생도 3분으로 요약해서 인생 공략법으로 말아주는 콘텐츠에 익숙해진 탓일까. 극단의 효율 "시간 자본주의" 세상에서 요가는 오히려 그 반대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휘어지고 뒤집어진 요가 동작들은 한 달 만에 뚝딱 나오지 않아. 요가 수련은 네 생각보다 훨씬 장기전이야, 눈에 띄게 근육이 붙는 것도 아니어서 남들이 알아 줄리도 없어, 그러니까 요가꼬마들은 SNS 같은데 자랑도 못해, 실용서와 방법론만 팔리는 세상에 요가 이론은 경전을 바탕으로 배워, 고전이지. 여기까지만 봐도 '지금 부자 되는 법을 떠드는' 세상과 요가는 조금은 멀게 느껴져.
2024년 우리는 불안사회에 살고 있어. 위험요소는 철저하게 없애고 "안전지대"를 지향하지. 그런데 요가를 즐기는 수준을 뛰어넘으려면 부상의 위험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 요즘 내 정강이에는 피멍이,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다 배겼어... 고작 3개월 하고 비교하는 게 가당치도 않지만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 생각났다니까? 하하하. 세계 정상을 찍고 35년 동안 발레를 한 사람.. 박지성, 손흥민 같은 운동선수들이 정말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를 머리로는 알았는데. 있잖아. 내가 몸으로 느꼈어. 그들은..... 초능력자였어(꺄아악!!!!!)
이 모든 걸 고스란히 내 몸에 하나하나 새겨나가는 과정이 요가수련이구나. 조금은 단순하고 무식하게 ,, 이런 게 인공지능 AI에 대체될 수 없는 인간다움이 아닐까.
고수가 되는 길은 다 비슷하다고 하잖아. 나는 고작 3개월 본격적으로 요가를 배우며, 실력이 왜 이렇게 안느는 걸까 답답해했는데. 인생에서 3개월? 그 짧은 시간에 나를 감정적으로 분리해서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됐고, 남을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어. 다른 사람의 아사나를 부러워하기는 해도 질투가 나지는 않아. 나도 언젠가 하겠지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 그리고 그가 얼마나 노력했을지가 조금은 그려져서 그 꾸준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마음이야. 이제 막 돌 지난 아기가 첫걸음마를 뗀 기분이랄까. 그냥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이 힘은 아쉬탕가 마이솔에서 크게 얻은 것 같아. 90일 동안 매트 위에서 성실하게 짜낸 거야... 정직한 땀과 눈물이랄까 ㅋ8월 한여름에 매일 90분씩 아쉬탕가요가를 해댔으니 저절로 도를 닦는 것 같았어... 고생한 만큼 실력이 안느니까 눈물도 나고 뭣하러 이 시간을 쓰고 있나 하는 자책과 체념 그리고 1mm만큼의 성장... 결국 이 3개가 다 더라. 사실 이건 무슨 일을 하던 겪는 거잖아?
요가 지도자과정을 밟는 친구들에게 마이솔을 꼭 추천하고 싶은 이유야. 온전히 움직이는 내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힘을 길러 줄거라 확신해. 먼저 자신을 볼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따뜻하게 바라보고 요가의 세계로 안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shanti shanti soom3na
샨티 샨티 숨 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