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시간의 의미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기다리는 마음이
가장 큰 사랑이었다는 걸
너무 나중에야 알게 된다.
우리는 사랑을 자꾸만 ‘행동’으로 증명하려 한다.
표현하고, 확인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래야만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어떤 사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가운데 깊어지기도 한다.
말을 걸지 않고,
마음을 들추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머무는 일.
어쩌면
기다림은 사랑의 가장 조용한 형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알게 됐다.
그 사람이 멀어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자리,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는 걸 알기에
조금 더 다가와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긴 것뿐이다.
기다림은
돌아오기를 바라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같은 마음으로 머물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건
흔들리는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는 일.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을 믿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흘러가는 시간 속에
조용히 머무는 감정이 있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놓치지 않은 시간.
그게 바로
기다림이 사랑이 되는 순간이다.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달빛 아래 머무는 마음」
기다림은
밤이 되지 않은 하늘에
미리 떠 있는 달빛 같아.
밝지만 또렷하진 않고,
흐릿하지만
분명히 거기 있다.
마음도 그런 식으로
천천히 번져간다.
말하지 않아도
건네지 않아도
달빛 아래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처럼
그 사람을 향해
조용히
흐르고 있는 거다.
머무는 쪽이
결국
기다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