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본다고 해서
모두가 뒤로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과거는
다시 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잠시 확인해야 하는 자리다.
문제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대신 살아버릴 때 생긴다.
과거에 머무는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에 서 있다고 믿지만,
지금의 순간마다
이미 겪어본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아무 일도 없는 침묵에
이유를 찾고,
조금 늦어진 말에
의미를 덧붙인다.
현재의 장면 위에
과거의 결말이 겹쳐진다.
그래서 지금은
있는 그대로 머물지 못하고,
언제나 무언가의 전조가 된다.
과거에 머무는 그녀는
현재를 불신한다.
이 평온이 얼마나 갈지,
이 관계가 어디까지 버틸지를
미리 계산한다.
그 계산은
불안해서라기보다
이미 한 번 잃어본 시간에서
배운 방식이다.
그래서 그녀는
현재를 붙잡으려 한다.
지금 말하고,
지금 확인하고,
지금 분명해지고 싶어 한다.
그 행동은 종종
예민함이나 집착으로 보이지만,
실은
현재를 현재로 만들기 위한
가장 성실한 시도다.
하지만 현재는
붙잡는다고 머물러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
그 순간,
과거에 머무는 그녀는
현재에서 밀려난다.
“지금 느끼는 이 감각은
말해도 되는 게 아니구나.”
“이 마음은
혼자 견뎌야 하는 거구나.”
그래서 더 익숙한 시간으로 돌아간다.
이미 알고 있는 감정,
이미 겪어본 결말 쪽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를 지키려던 그 마음이
현재를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이미 선택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득 흔들린다.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동시에 마주하는 순간,
믿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흔들리고 있다는 감각이
더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과거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를 완성하려 들지 않는 것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과거는 언제나
불완전한 채로 남을 수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에야
현재는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