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된 그물의 세계
남자는 매일 동이 트기 전에 물에 나갔다. 파도도 없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였다. 닻을 올리자, 배는 알아서 나아갔다. 항구에서 떨어진 얕은 만灣에서 남자는 어김없이 그물을 던졌다. 하지만 새까만 어둠뿐이라, 바닷물에 던지는지 밤하늘에 던지는지 남자는 매번 헷갈렸다.
어젯밤에 침대가 울렁울렁거려서 뱃멀미를 했었다. 남자는 어지럼증에 반사적으로 옆을 더듬거렸지만 빈 그물처럼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그물에 난 구멍으로 빠져나간 사람을 오래도록 찾았다.
몹시 졸음이 쏟아져서 남자는 잠시 앉았다. 그는 언제나 피곤했고 반쯤 조는 채였다. 남자는 수평선을 보고 있었다. 붉은 해가 떨어지는 하늘과 새파란 바다가 길게 양분되어 있었다. 남자는 더 이상 졸리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배는 만선이고 물고기를 가져다줄 사람을 생각하며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상어가 지느러미로 배를 툭 치고 지나갔다. 잠에서 깬 남자가 어둠 속에서 반사적으로 그물을 잡아챘다. 그러나 가벼운 그물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동안 제대로 잠에 들지 못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배에 탄 것처럼 침대에 누워도 어지럽고 잠에서 자주 깨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옆을 더듬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손을 뻗듯.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때마다 내 손을 잡아주는 이 덕분에 나는 여러 번 구명되었다.
정서적 연결이라는 건 인간으로서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권력과 부를 다 가져도 내 옆에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사람이 없다는 건, 지금까지 일궈놓은 성공이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사람이 사람다워질 수 있는 건 사람 덕분이다. 반대로 사람이 없다면 사람다워질 필요도 없다는 뜻이 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건 결국 인간답게 살기로 상호 간에 암묵적인 약속 덕분이니까. 인간이 없다면 지킬 약속도 없게 된다.
세상에 나만 남게 된다면 예의도, 선함도, 악함도, 정의도, 신념도 전부 필요 없게 된다. 그러니까 나를 이루는 거의 모든 근간이 타인의 존재가 사라짐에 따라 삭제되는 것이다. 아무리 어획을 해도 소비해 줄 사람이 없다면 그저 죽은 물고기일 뿐인 것처럼. 서글프지만 인간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해 왔다. 그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와 인식의 문제다. 인간의 종이 한 명이라면 굳이 화성에 갈 필요가 있을까. 백만장자가, 불로장생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사람에게 사람이 없다면 결국에는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최소한의 관심과 애정이다.
내 손을 잡아주는 어제의 당신 손이
오늘의 나를 살린 것처럼.
동이 트기 전에 나가서 동이 지고 나서 집에 돌아와도
문 앞에서 당신이 웃어주면
내 마음은 곧 만선滿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