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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Feb 24. 2023

공모전에 왜 그리 응모했냐고?

처음 공모전에 낸 글은 어린이집 수기였던 것 같다. 맘카페에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공모전을 보고 스르륵 쓴 글이 최우수상에 당선되었다. 그러고 나니 도서관 독후감 공모전에도 응모하게 되었고, 평소 읽던 책에 대한 감상으로 응모해 수상을 할 수 있었다. 한두 번의 경험이 쌓이니 다른 분야에도 도전을 하게 되었다. 

    

제1회 제주시 창직 아이디어 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올레코스 픽업 드라이버를 제안하며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올레코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2017년에는 공무원 발표 경진대회에서 1등을 했다.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느낀 불편 사항들을 조합해 기관 간의 협업을 제안했는데, 전자정부 서비스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문화재청에서 공모한 우리 얼 문화유산 발굴 국민제안 공모에서도 당선이 되었다. 전국 공모였고 300여 명이 응모했다고 하는데, 10명을 뽑았다. 상금이 100만 원이었지만, 제주에 있는 관계로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않았다(비행기 왕복 금액이 20만 원 넘었다.). 당선 이후에 담당자가 EBS 역사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오지 않겠냐고 제안이 왔지만, 역시 지역적 제한 때문에 나가기는 힘들다고 고사했다. 실비를 지급하겠다며 담당자가 여러 번 제안했는데, 그때 나갔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전자정부서비스 관련 아이디어 본선을 통과해 서울역 회의실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다. 내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 외에도 다양한 공모전에 응모를 했고, 수상을 했다. 상장을 받은 것만 30여 개, 상장을 받지 않은 작은 수상작도 수십여 개에 이른다. 슬로건, 아이디어, 독후감 등 글과 관련된 공모전은 두루 도전해 본 듯하다.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잠깐 반짝 공모전 응모에 열정을 부었다.     



나는 왜 나를 그렇게 증명하려고 했을까.     



오랫동안 글을 쓰며 살았으면서도 내게 당신은 이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오.라는 말을 해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등단을 하지 않고서는 작가에게 공식적인 자격증이라 할만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공공기관에서 연설문 작가로 2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나는 늘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일까. 그냥 이 자리에 있어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데 하며, 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자격을 얻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이 자리에서 자신 있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말이다.     


그러한 도전의 시기에는 계기가 있었다. 함께 일하던 팀장이 퇴직을 앞두고 있었다는 것, 그 팀장의 자리가 내게 올 수 없는 구조라는 것, 그러니 누군가 와서 자리만 차지하고, 내게 된통 일만 던지기 전에 이 구렁텅이에서 얼른 탈출해야 한다는 것. 더는 우물 속 개구리로 살 수 없다는 것.     


그리하여 열심히 공모전에 응시했고, 밖에서 내가 그래도 글을 좀 쓰는 사람이라는 껍데기를 얻었고, 자그마한 상금으로 용돈벌이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관 또한 같은 우물이었던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다. 나는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서 거친 세상을 외면하고, 보호받아 왔다. 그것을 다시 다른 곳에 와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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