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 동백꽃, 김유정
아이와 한참을 다툰다.
점순이는 [동백꽃]에 나오는 아이라고,
아니야, [봄봄]에 나온다고!
김유정의 소설을 두고 둘이 분분하다.
네이버 검색을 돌려본다.
그러다 29살에 요절한 김유정의 나이를 보며
한참 묘해진다
이 친구가 이런 소설을 써서 우리에게 분쟁의 꺼리를 제공하는 동안
나는 뭘 하고 있었나.
다시 또 숙연해지는 시간.
우리는 서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주인공의 설정이 같았다.
김유정의 소설을 어쩌면 어느 시절 대부분 읽어봤을텐데,
동백꽃은 왜 기억할 수 없는가.
노란 동백꽃.
읽지 않았나보다.
작가 김유정은 1908년 1월 11일에 강원도 춘천의 '실레'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김유정은 2남 6녀 가운데 일곱째로 태어났는데,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했고 게다가 말더듬이여서 휘문고보 2학년 때 말 더듬는 걸 고쳐 주는 '눌언교정소'에 다니기도 했다. 그 영향으로 평소에도 말이 좀 없는 편이었다.
5살 때인 1913년에 가족이 모두 서울로 이사했고 2년 뒤인 일곱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홉 살 때는 아버지까지 돌아가셔서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졌다. 아플 때 약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병든 몸으로 누나의 집에 얹혀살기도 했다.
스무세 살이던 1930년에 고향에 내려가서 잠시 있었고 1932년 다시 실레 마을로 돌아가서 야학 운동을 했다. 나중에 야학당을 넓혀서 '금병의숙'이라 이름 붙이고 간이학교로 인가까지 받았다. 이름을 '금병의숙'이라고 붙인 건 실레 마을 뒷산이 금병산이기 때문이었다.
1933년 다시 서울로 올라가서 <산골 나그네>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고향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고향 이야기를 쓰면서 실제로 고향 사람들이 쓰는 말을 그대로 써서 김유정의 소설에는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 또한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서 욕설이나 비속어까지도 그대로 썼다. <동백꽃>에서도 "아 이년아! 남의 닭 죽일 터 이야?" "더러운 걸 널 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등과 같이 욕설과 비속어를 써서 점순이에 대한 '나'의 얄미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게 하였다.
김유정은 1933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37년 3월 29일 서른 살 나이로 폐결핵으로 죽기 전까지 수십 편의 소설을 썼다. <만무방>, <땡볕>, <봄봄>, <동백꽃> 등이 김유정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