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아빠는 내게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라고.
당시 운전면허 학원 비용은 15만원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수능을 치르고
친구와 자동차 학원 등록을 했을 땐 아마 할인을 받아 12만원 정도에 등록을 했었던 것 같다.
필기시험을 치르고 1종보통면허를 가지게 된 첫날,
나는 아빠의 갤로퍼를 몰고 친구의 집까지 몰고 갔었는데
이 친구는 피곤하다며 스르륵 잠이 들었고
나는 초긴장 상태 속에서 평소 나지도 않는 땀을 흘리며
친구의 집까지 데려다주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아무 긴장도 없이 눈을 감고 잠이 들 수 있었지?
어쩌면 당연한 듯 운전면허를 따야된다고 생각했었지?
아빠는 엄마가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할 때마다
집에 운전기사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따려고 하냐며 엄마를 말렸었다.
어떤 곳이든 어디에서든 부르면 태우러 왔던 일등 기사 아빠,
우리도 어디에선가 놀다가 아빠를 부르면 그렇게 태우러 오셨더랬다.
엄마는 늘 어디를 가든 아빠가 태워가고 태워오며 그렇게 지냈고
우리도 엄마가 아빠가 원할 때면 태우러 움직였다.
고등학교 때는 물론, 대학교를 다닐 때도 차가 끊기면 늘 부를 때마다 아무 거절 없이 데리러 오던 아빠
우리의 기사가 사라진 후 엄마는 아빠의 간병을 하면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젊은 시절에도 하지 않은 운전을 늦은 나이에 한다는 것이 영 불안했던 딸들은 왜 그래? 라며 말렸다.
결국 엄마는 운전면허 없이 그렇게 사는 것을 택했다.
오늘도 공항에 도착한 엄마는 도착 시간을 말한다.
나는 엄마를 데리러 가고, 집까지 태워다 준다.
엄마에겐 당연한 일.
나에게 일정이 있느냐 묻는 일은 생략된다.
아빠가 없는 시간, 엄마를 데려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엄마의 기사를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쉿 그만, 잡음을 치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