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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에게 밥이었다

by 겨울집

어떤 절실함이 누군가에게 닿을 때

우리는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아이는

제 스스로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아무것도 스스로 한 것은 없었다.


인풋이 들어가야 아웃풋이 나오는 구조를 워낙 오랫동안 겪어서일까.


아이들은 여전히

여전히

주체적으로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귀하게 여긴다고

단 한번 설거지도, 방 쓸기도, 심부름도, 쓰레기 버리는 것도

시키지 않고 살았더니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공주님, 도련님이 되어

엄마의 노고는 호구로 여긴다.


스카를 다녀온 아이가 아무말 없이

식탁에 앉아 있는 나를 스쳐지날 때


투명인간처럼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면서


저 녀석들이 어떤 인간이 될까.


고민하면서

동시에 나는 그들에게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겨우 밥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나에게


엄마, 오늘 저녁 뭐 먹어


말을 허공에 건네는 아이.



나는 그동안 어떤 허깨비로 살아온 것인가.



아이들에게 나는 그저 밥이었나.


밥이 아니고서는 쓸모가 없는 인간이었나를 자문하게 되는 쓸데없는 시간.


나는 매우 슬프고,

오래 입을 닫게 되는

나의 모자란 마음이 아프다.


늘 이렇게 단절된 소통이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덧.

엄마라는 존재는 언제든 아이들이 "엄마, 밥!" 이러면 채워줘야 하는 사람이다.

정서적인 허기도, 마음의 양식도 채워주며

정신적 지지자로 굳건히 그 자리에서

기꺼이 밥이 되어 주어야 하겠지.

내가 내 부모에게 받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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