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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집 May 15. 2023

나의 사랑하는 피아노 선생님

스승의 날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을 잠깐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4개월, 중학교 1학년 때 6개월.

총 10개월의 기간 동안 체르니 40번까지 쳤다.

당시 나의 피아노 선생님은 음대를 다니던 대학생 언니였다.

우리 집 앞 골목 안에 있는 주택에 피아노 세 대를 놓고, 언니는 그렇게 아이들을 가르쳤다.     


큰아이는 어릴 적부터 손가락에 힘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늘 음식을 흘리고, 연필을 똑바로 잡지 못하고, 무언가를 잡는 것을 어려워했다. 아이의 악력을 기를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나를 가르쳤던 피아노 선생님에게로.     


언니는 내내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면, 학교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서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맞벌이였던 우리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던 곳.


피아노 학원.


그곳에서 아이는 피아노도 치고, 동네 아이들과 놀고, 과학잡지를 보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작은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자 당연히 남매를 피아노 학원으로 보냈다. 아이들은 느릿느릿 진도를 나가고 있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체르니 30번까지 이르지 못했다.     

작은아이가 중학교에 가면서 피아노 학원은 자연스레 끊었고, 아이는 가끔 친구들과 피아노 학원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오늘 오랜만에 피아노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작은아이가 스승의 날이라고 친구들과 초콜릿을 사서 들고 왔더라고.


선생님 그동안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예쁘게 말도 하더라며.     


뭉클.     


내 가슴 어딘가가 몽글몽글해졌다.     


그래, 그동안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어주던 선생님과의 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

이렇게 내가 나의 피아노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맡겼던 것처럼,

그렇게 너의 피아노 선생님에게 마음을 의지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의 날 생각나는 선생님이 피아노 선생님이라니,

나의 어려운 육아를 늘 보듬어주던 선생님이라니. 


참으로 고맙고 고마워요.

내게는 유일한 피아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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