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오늘만의 먹거리는 아닌 날들의 기록
살면서 매일 고민하는 오늘 무엇을 먹을까.
매일 무언가를 누군가와 먹고, 다시 또 힘을 내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버티는 힘이 되어주는 음식은 한 끼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것은 맞다.
배워오고 살아온 방식은 맛없는 음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좋아하는 음식을 자신의 의지와 감정에 맞게 먹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사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도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
아이들이 남긴 게 더럽다고 생각하거나 남은 음식을 아까워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위장이 그렇게 음식을 많이 소화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은 음식으로 내 위장을 채우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내가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러니 마라탕을 먹고 싶어 안달하는 딸내미 앞에서 그저 앉아 구경해주었을 뿐.
아이는 엄마가 먹든 말든 자신의 욕구대로 숙주 한 가락 남기지 않고, 마라탕 한 그릇을 휘리릭 해치웠다.
지난달 생일 모임이 있어서 토요일 아침 브런치 카페에 갔다.
이번에 만난 곳은 아라동에 있는 라이터스 블럭이었는데, 브런치 세트와 라자냐, 프렌치토스트 등을 시켜 사이좋게 나눠 먹고 식당 뒤의 산책로를 한 바퀴 가볍게 돌고 헤어졌다.
어느 날에는 모토이시 연동점에서 사람들을 만나 소고기를 구워 먹고, 대창 전골을 곁들여 소주를 마셨다.
모둠을 시키면 순두부와 육회가 기본으로 나오는 곳.
가게 실내장식이 일본식 골목을 재현해놓은 듯해서 마치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에는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이끌고 좋아하는 맛장터해장국에서 해장국을 한 그릇씩 뚝딱했다.
이곳에서는 수육 백반이라고 수육과 우거지 해장국을, 함박스테이크 세트로 해장국과 스테이크가 함께 나오는 메뉴가 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어떤 날 점심은 사무실에서 상추에 고기쌈을 싸서 직원들과 함께 먹었다.
엄마에게 내가 상추를 얻어와 직원들과 나누려 했으나 상추를 본 직원들이 한 명은 제육볶음을 해오겠다, 한 명은 삼겹살을 구워오겠다고 해서 난 고추와 오이와 마늘을 맡아 다음날 함께 점심을 먹었다.
다들 맛있다며 다른 날보다 많이 먹어서 졸리는 바람에 오후 내내 몽롱한 기분으로 지냈던 날.
요즘 부쩍 눈에 띄던 서진향 해장국.
제주대학교 부근에도 있고, KCTV 뒤편에도 새로 생겨서 맛이 어떤지 궁금했다.
건더기가 많고 진득한 스타일의 해장국이어서 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점심때에는 사람들의 대기가 꽤 길었다.
바로 옆집에는 편의점이 있는데 해장국집과 함께 3시에 닫는다. 편의점에서 파는 짭조름한 달걀 김밥이 인기다.
엄마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은 제주인양.
동생 친구가 사장님이어서 식구들이 양갈비가 생각날 땐 한 번씩 가는데, 꽤 인기가 좋아서 예약을 잡기가 어렵다. 일찌감치 예약하지 않으면 방문하기 힘든 곳.
숄더랙과 갈빗살을 섞어서 시키고, 비빔 생면과 게우볶음밥을 함께 먹었다.
서비스로 나온 양곰탕도 맛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라 이곳에서는 먹어라 먹어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들 먹는다.
전복물회가 당기던 어떤 날.
동치미 육수에 양념을 해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온갖 채소들을 썰어놓고, 배송시킨 전복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아뿔싸 딱 전복이 품절이라는.
그래서 부랴부랴 배민으로 자주 가는 동네횟집 회식에서 전복을 시켰다.
반은 회로 먹고, 반은 전복물회로 만들어 먹었다.
오늘도 내일도 지겨워 지겨워, 뭐 상큼한 거 없을까, 뭐 획기적인 게 없을까 하며 메뉴를 뒤적여보지만 그래도 가던 곳에 다시 가고, 먹던 메뉴를 다시 고르는 건 각자가 가진 입맛 때문이다.
어느 곳에 꽂히면, 그 메뉴는 거기다! 하며 메뉴마다 베스트 식당을 마음속에 정해놓는다.
어떻게 보면 그게 또 재미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제주에 와서 맛집 탐방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그들이 가는 맛집을 가보지 않은 곳이 너무나도 많다.
제주인이 아닌 사람들이 남긴 맛집 정보를 보며, 우리는 그렇게 맛집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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