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개고깃집(Feat. 어버이날)
나흘을 내리 앓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했다. 아이에게 옮은 감기는 몇 년 만에 내 몸을 흔들어놓았고, 정신없이 콧물과 기침과 가래로 앓다가 끝내는 갈비뼈가 울렸는지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쑤셨다. 며칠 더 지켜보다가 영 낫지 않으면 엑스레이를 찍어보려 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그래도 숨쉬기가 훨씬 낫다.
낮에는 우연히 스쳐 지나가다 전부터 눈여겨보던 봉개고깃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정식이 만원인데, 구워 먹는 고기에 갖가지 반찬과 국과 밥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 뒤편에서 8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먹는 손님들의 식탁에 눈길을 돌리며, 생각보다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에 다음에는 찌개를 먹으러 와봐야지 마음을 먹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이들이 뭐라 한마디라도 할까 기대를 했더니 암말 없이 학교로 가는 녀석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이 둘 다 없다. 어디를 갔나 궁금해할 새도 없이 빽다방을 다녀왔다며 신이 나서 돌아온 녀석들.
엄마에게 할 말이 없니? 하고 묻자.
“안녕하세요?”라는 둘째.
“미안합니다?”라는 첫째.
땡!
“어서 오세요?”라는 둘째.
“감사합니다?”라는 첫째.
아~
그제야 어버이날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둘이 손을 모으고 새색시처럼 곱게 절을 한다.
근데, 둘째는 한 번 더 하려는 것을 겨우 말렸다.
엄마는 아직 이 세상 사람이란다.
근데 엄마, 어버이날에 적당한 말은 도대체 뭐야? 라고 묻는 둘째.
그럴 때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거야. 라고 했더니 아아~ 이런다.
심부름을 시켜 둘이 함께 갔다 오랬는데, 첫째가 먼저 들어온다.
동생은?
걔는 뭐 산다고 갔어.
너는?
나는 추워서….
잠시 뒤 돌아온 둘째는 선물이라며 조그마한 것을 내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