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나다] 숨고가 만난 3번째 사람
잘 쓸 것 같죠? 제 친구들은 제 직업을
들으면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얘기를 해요.
'흠... 민정아 네가 글씨를 잘 썼던가?'
숨고가 만난 두 번째 사람
캘리그라퍼, 김민정
혹은
숨고 캘리그라피 고수, 김민정
캘리그라퍼라는 직업이 익숙한 단어는 아니죠? 캘리그라퍼는 단어 그대로 캘리그래피를 하는 사람이에요. 전공이 일본어라 그런지 언어와 글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캘리그래피를 업으로 삼을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오빠가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데 속으로 '내가 오빠보다는 잘하겠네'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오빠가 배웠던 책과 붓으로 혼자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 캘리그라피를 시작할 때가 한두 명씩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가질 즈음이었어요.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전무후무한 상태였죠. 다만 기존에 서예를 하시던 선생님들이 캘리그라피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죠. 캘리그라피를 처음 시작할 때 서예, 잉크 팬, 영어 캘리그라피를 함께 들으면서 나름 독학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캘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은 많았는데 배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알게되었고 자연스럽게 동아리와 학교에서 캘리그라피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죠,
전과 비교하면 연습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캘리그라피를 처음 배울 때는 정말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연습만 했어요. 아!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저렇게 연습하는걸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많은 분들이 캘리그라피를 처음 시작할 때 오늘은 한 시간을 해야지, 두 시간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세요. 생활계획표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이 생활계획표가 나중에는 압박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점심 먹고 시간이 남으면 5분 정도 연습해 봐야지! 이런 마인드가 중요해요. 재미있고 즐겁게 캘리그라피를 생각하는 것. 5분, 10분 연습하는 게 쌓여서 실력이 되니까요.
캘리그라피는 글씨를 보는 순간 의미가 보여야 해요. 때문에 심미성과 가독성 모두가 중요한데 늘 그 사이에서 중간점을 찾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미적으로는 뛰어 나도 글자가 조금이라도 안 읽히면 캘리그라피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서예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캘리그라퍼의 필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그분들의 정교함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욱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대신 저는 가볍게 쓰는 걸 선호해요. 최근에는 볼펜, 잉크 팬, 만년필 등 도구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가벼운 글씨체를 쉽게 접할 수 있죠.
캘리그라퍼라고 하면 평소에도 글씨를 잘 쓸 것 같죠?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제 직업을 말하면 깜짝 놀라요. '흠... 민정아 네가 필기가 예뻤던가...?' 학교 다닐 때 반에 꼭 예쁘게 글씨 쓰는 친구들이 있었잖아요. 저는 그런 친구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악필에 가까웠으니까요. 캘리그라피는 단순 글씨 쓰기가 아니고 생각과 의미를 불어 넣는 과정이에요. 즉, 캘리그라피는 표현력이에요. 평소에 어떻게 글씨를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는 종이와 펜보다는 컴퓨터 타자기가 익숙하고 연필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메모를 하는 게 훨씬 익숙한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캘리그라피를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아날로그적인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평소 좋아하는 단어나 문장을 차곡차곡 저장해 보세요. 언젠가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된다면 어느새 자신만의 글씨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숨고에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시작을 먼저 경험한
고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