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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김 Aug 12. 2020

모두에겐 각자의 수련이 있다

몸과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요가, 그리고 명상

2020년 나의 목표는 좋은 습관 만들기...였다. 그리고 이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시간이 흘러 어느덧 8월, 

연말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 나는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이제는 일상이 된 내 루틴의 출발점, 요가와 명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 3월부터 3개월 간의 베를린은 그야말로 조용했다. 가게들도 거의 닫혀있고 밖에 나가도 사람도 별로 없어 그야말로 썰렁했다. 다행히도 마트도 자유롭게 갈 수 있었고 공원 산책도 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위험할까봐 마스크로 코와 입을 막고 적어간 리스트에서 살 것만 후다닥 사오길 반복했던 나날들. 

거의 집에만 있으니 해외에 나와 살고 있으나마나(는 아니지만...) 한 느낌으로 스크린 속 사람들과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며 하루의 절반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보니 몸이 슬슬 고장나기 시작했다. 원래 다니고 있던 헬스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공원 산책 외에는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더니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척추측만증으로 중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 한의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었고, 디스크 고위험군에 속해있어 항시 자세를 주의하고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야했다. 때문에 한국에 있었을 때에도 계속 헬스장을 다녔고, 요가나 발레 등 특히 체형교정을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었다. 독일에 온 직후에는 워낙 (여기저기 놀러다니느라)운동량이 많았기 때문에 따로 운동을 하진 않았지만, 나중에는 헬스장에 등록해서 잊을만하면 한번씩 가는 정도로 다니고 있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나마도 거의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이거슨 완전 핑계다) 아예 갈 수 없게 되버리니 답답했다. 그 전에 좀 더 자주 갈 걸... (돈아까워)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점차 목과 어깨가 무거워졌고, 손목이 아프고 두통이 생기기 시작할 때즘, 함께 사는 룸메이트가 좋은 유투브 채널을 추천해주었다. 이름은 무려 요가소년. 

마침 지친 육신과 마음을 달래고자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던 차에 한번 해볼까 싶어 들어가보니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동작이 있는 게 아닌가. 목 / 어깨 통증 완화에 15분? 이정도면 완전 할만하지! 



요가소년 (https://www.youtube.com/watch?v=EGGe07oYRkU )

이거 진짜 최고... 초강추... 별 열 개!!!!! ©요가소년 유투브


귀여운 로고와는 달리 머리를 삭발하신 까까머리 선생님이 매트 위에 앉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동작을 알려주는데 너무 시원한 것이었다. 물론 나는 한국에서도 요가를 접해봤었고 나름 자주 해왔던터라 익숙한 동작들도 많았지만 영상을 보며 요가를 해본 적은 처음이었고, 간만의 스트레칭이어서 뭉친 근육이 시원하게 풀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조곤조곤한 말투 때문인지 더 해볼만 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찾아보니 영상이 꽤 많았고, 뭐부터 시작할지 고민이 되는데다 이 요망한 유투브의 알고리즘은 나를 다른 삼천포로 빠지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유혹에 약한 나란 사람) 그때그때 찾아서 하기엔 왠지 지속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눈 딱감고 한달 프로그램인 30일 요가 챌린지로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더랬다.  


처음 일주일은 오전에 일어나자마자 요가를 했다. 하지만 나란 사람 게으른 사람..... 점차 시간이 늦어지더니 밤에 자기전에 하다가 약 20일차가 되었을 때즈음 한번 안했더니 3일을 내리 쉬었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함게 찌뿌둥해진 몸뚱아리를 다시 일으켜 30일을 다 채웠을 때의 그 희열이란! 동영상 썸네일 아래 빨간색 라인이 30개가 떠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ㅎㅎ 그런데 누가 그랬던가, 뭐든 반복적으로 30일을 지속하면 그게 습관이 된다고? 진짜 그렇더라. 나같은 의지박약이 일단 약(ㅋㅋ) 30일을 반복해서 요가를 하고 나니 이제는 요가를 안하면 바로 몸이 눈치를 채는 것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왠지 다음날 바로 몸이 뻐근한 느낌... 

요가를 하고 나면 느껴지는 몸 구석구석의 개운함+편안함에 중독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분명 내가 모르는 더 좋은 채널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중간에 다른 요가 채널이나 스트레칭도 찾아봤었고, 몇 번 해보기도 했었지만 잠깐 하다가 요가소년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요가 수련으로 시작하는 나의 하루는
그렇지 않은 날과 분명히 다를 거예요. 
지금은, 오늘의 가장 처음을 온전히 나에게 쏟는 시간입니다.

 

1.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담백한 맛 - 헤드라인 텍스트 

보통 일반 유투브의 썸네일 또는 타이틀은 일명 어그로를 끌기위해 과장하거나, 또는 애매모호하여 보충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영상을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든지.. (근데 아무것도 없으면 빡침)  

하지만 요가소년 유투브는 타이틀에 나에게 필요한 동작이 거의 정확히 표현되어 있다. 물론 요가 유투브 채널이 대부분 비슷한 방식이긴 하지만 썸네일 사진이 왠지 필터를 쓴 것처럼 감성적이고, 정확한 동작이 썸네일에도 표현이 되어 있으며, 함께 달려있는 텍스트 또한 과장스럽지 않고 담백하게 느껴진다. 무조건 성공이라든지, 이것만 따라하면 살이 빠진다든지 하는 별로 믿기지도 않는 문구들보다 필요한 정보만 정확하게 나열된 느낌? 

보니까 최근에는 다른 유투브도 비슷하게 하는 것 같긴 한데... 왠지 모르게 아무튼 눈에 띈다. 


2. 그때그때 원하는대로 - 용도별로 적절하게 구성된 프로그램 

요가소년으로 요가를 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것들 중 하나는 프로그램 구성이다. 사람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시키는 것 같다. 크게 시간별, 그리고 용도별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간별은 10분, 20분, 30분, 40분 짜리가 있고 용도별은 모닝, 베드타임, 통증완화, 빈야사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걸 하지.. 라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 40분짜리는 해보진 않았는데 처음에 10분짜리로 시작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았던 덕분에 이제는 점점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침에 일어나서 해보기도 하고 저녁에 잠들기 전에 해보기도 하면서 나만의 맞는 루틴을 찾아가는 보람을 느꼈다. 요새는 잠들기 전 요가니드라로 마무리하곤 하는데 이전에는 잠들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었다면 요즘은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기절하곤 한다. (덕분에 한번도 끝까지 듣지 못한 것은 안비밀) 


3. 함께 하는 느낌 - 라이브 스트리밍 

요가소년님은 확실히 딕션이 좋다. 거의 성우? 아나운서처럼 정돈된 목소리톤과 발음으로 요가동작과 호흡을 얘기해주니 화면이 보이지 않아도 (거의 누워서 하니까) 동작을 정확히 따라할 수 있다. 거의 매일 밤 스트리밍으로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요가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요새는 화수목만 하시는 것 같다. 사실 30일 챌린지 끝나고 한동안은 스트리밍을 즐겨했었는데 요가가 나만의 루틴으로 자리잡은 지금은 스트리밍은 가끔씩만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매달 바뀌는 챌린지와 프로그램(수련달력도 있음)은 매우 알차기 때문에 자주 애용한다. 


+번외로 좋은(이라 쓰고 재밌게 느끼는) 점 

로고의 귀여움을 보면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빡빡이 요가소년님은 의외의 귀여움이 있으신 분이다. 처음 부모님에게 따라해보라며 이 채널을 추천했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요가소년이라길래 어린 친구가 하는 건 줄 알았더니 왠 요가중년이 나왔다며...ㅋㅋㅋ 무서운(?) 머리스타일과는 반대로 목소리는 정갈하며 조곤조곤한 말투로 구독자들과 도란도란 소통하는 모습에는 그리고 가끔 던지는 무리수의 조크  왠지 반전의 매력이 있다. 

그리고 추가로... 요가하는 뒤로 보이는 풍경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대부분 비슷하지만 간혹 같은 소품(인형)이 다른 곳에 놓여있기도 하고, 특이한 조명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공간의 분위기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가끔씩은 야외에서 찍은 영상도 있는데 요즘같은 때에 해변에서 요가를 하는 영상을 보면 너무 그립기도 하고 괜히 대리만족이 된달까. 아 바다가고 싶다...   


아무튼 여기까지 요가소년에 대한 리뷰이고, 다음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명상이다. 

요가를 하면서 요가니드라를 통해 명상을 더 자주 하게 된 것도 있지만, 사실 요가소년보다도 전부터 애용하던 앱이 있다. 이름은 TIDE타이드로, 흐름이라는 뜻이다. Insight timer라는 어플도 썼었는데 Tide의 심플한 레이아웃이 더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앰비언트 사운드와 이미지의 느낌이 좋아서 쓰게 되었다. 



TIDE (https://tide.fm/en_US/)

©TIDE Website


처음에는 포모도로 타이머로 사용하기 시작했었다.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또 한번 집중하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스스로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25분 집중 + 5분 휴식용 적절한 타이머를 찾고 찾다가 발견한 것이 타이드였다. 타이머로 쓰기 시작한 것이 Sleep 모드로, 그리고 Meditation 명상 모드로 점점 확장되어 사용하게 되었다. 아침 명상은 하루를 시작할 때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정돈하기 좋고, 밤에 잠들기 전 하는 명상은 몸을 이완하면서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 모든 기능들 포함해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디자인! 직관적이면서도 단순한데, 로고부터 이미지들까지 전부 예쁘다. 또한 명상모드의 경우 Wake up Refreshed, Before Work, Lunch Break부터 Commuting, Bus, Waiting, Bathing, Nervous, Loneliness 등 카테고리별로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옵션이 있는데 먼저 1-3분정도 호흡을 한 후 각각의 프로그램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Focus, Sleep, Nap, Breath로 심플하게 구성된 레이아웃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감성적인 배경 이미지, 그리고 편안한 사운드까지 취향저격이라 내 핸드폰의 첫 배경화면에 약 반년째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매일 바뀌는 배경이미지와 문구. '다른 이들의 제한된 상상력에 결코 자신을 제한하지 말라.'오른쪽 사진은 글을 올린 날의 화면. ©TIDE Website




언제든 괜찮습니다. 수련 중간에 멈추어도 괜찮아요.
다만, 매트 위에 있는 동안만큼은 오직 나 자신만을 바라보기로 합니다.

요가도 명상도 마음을 가다듬고 수련하기에 좋다는 것을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혼자 지내게 되면서 그 좋음의 효과를 몇배로 느끼게 되었다. 불안한 상황 한가운데에서 걱정을 가라앉히고 자신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우는 것, 개운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가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나를 훈련시키는 이 여정을 거치다 보면 나도 현실도,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힘들고 우울해질 때마다 지금 나의 삶이 내가 꿈꾸던 곳에서의 삶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며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오늘도 나만의 수련을 한다. 


모두에겐, 각자의 수련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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