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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Sep 19. 2021

독립 출판 후기

알게 된 것과 평생 모를 것들

A5 사이즈에서는 30.5자가 가장 가독성이 좋구나. 보기에 예쁘더라도 눈을 피곤하게 할 수 있는 글씨체가 있구나. 여태 편하게 읽었던 글씨체는 거의 다 윤명조체였구나. 박, 에폭시, 형압, 왜인지도 모르게 고급지다고 느꼈던, 그러면서도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 충무로 인쇄 골목의 근무 시간은 단축된 게 평일 24시구나. 인쇄기기와 사람들은 지금도 불을 밝히고 있겠구나. 인쇄소 아저씨의 말투는 건조할 수밖에 없었구나. 여태 배송받았던 책 봉투의 이름은 안전봉투구나. 그 안전봉투의 규격과 재질은 정말 각양각색이구나. 지금 받은 소포는 편의점 택배에서 왔구나. 지금 스마트 스토어를 갓 연 사람이 한 땀 한 땀 다 포장해서, 또 맞게 보내는지 재차 확인하면서 보냈겠구나. 운송장은 이렇게 출력을 하는 거구나. 책날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구나. 내가 살고 있고, 알고 있던 세계는 또 너무 좁았구나. 세상의 저 편으로 느껴졌던, 암묵적인 배경들이었던 것들이 하나씩 살아나는 게 신기하고, 또 그렇다. 아마 내가 알고 있던 것들도 계속 바뀌고, 끝없이 모르는 것들은 끊임없이 생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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