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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Jun 17. 2023

초리조를 닮은 달, 낙성대 호캉스

[숨GPT] 열세 번째 의뢰 - 낙성대 호캉스

[숨GPT] 열세 번째 의뢰.  
초리조를 닮은 달, 낙성대 호캉스
- 투자자 뚜미사랑단 대장 -

...

의뢰하신 글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소설 <낙성대 호캉스>  작가: 김수민 / 투자자: 뚜미사랑단 대장


관악산 인근 낙성대에 특급호텔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물고 뜯고 맛보기에 아주 적합한 특식이었다. 
육하원칙 모두가 맛있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끈따끈한 살을 발라내어보면 

누가: 불륜으로 구설에 올랐던 대기업 총수가, 

어디: 낙성대에, 

무엇을: 특급호텔을, 

언제: 3년 안에, 

어떻게: 완공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왜? 그의 불륜은 숨겨야할 불륜이 아니라 기념비를 세워야 마땅할 로맨스이기 때문에


라고 밝히며 83세의 대기업 총수는 눈물을 보였다. 그가 열렬하게 사랑해 마지않던 그의 소중한 동거인은 삶을 사는 내내 불륜녀라는 오명을 써야 했으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 결국 67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녀가 아름다운 눈을 감는 순간 대기업 총수는 결심했다. 관악산에서 등산을 한 뒤 그들이 사랑을 나누었던 낙성대에 특급호텔을 지으리라. 암암리에 불륜 커플들이 드나들 수밖에 없는 모텔이 아니라 무궁화 특1급 - 5성급 호텔을. 


특급호텔 건립이 혀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건 


낙성대 일대의 지가가 오른다는 부동산 뉴스

 - 맛 자체는 빤하지만 실패하지 않는 단맛이었고, 

조금 더 씹다보면 암암리에 존재하던 등산 불륜 커플들이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양지로 나서겠다는 

선포가 함축되어 있어 

- 육포마냥 고소하고도 매운 맛이 느껴졌다. 

혀를 자극한 이 소식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많은 사람들을 바빠지게 했다. 

여기저기 부동산이 바빠졌고, 등산 동호회에 가입된 모든 유부남녀들이 의심의 덫에 빠져, 변호사들은 갖가지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 허벅지와 허리가 동시에 들썩거리고 있는 유선호 씨(男, 21세)는 다른 의미로 바빴다. 방음이 안되는 모텔은 오히려 더 자극적이었다. 사십 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옆방의 신음소리에 힘입어 유선호 씨는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각자의, 하지만 공동의 사정을 마치고 유선호 씨 커플은 모텔에서 휘휘 나왔다. 한 노년의 남성과 중년 여성도 나오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빨개진 귀를 보니 그들과 왠지 모르는 합일감을 느낀 건 유선호 씨뿐만이 아닌 듯했다. 여자친구를 배웅한 뒤 유선호 씨는 모친이 운영하는 세탁소로 발길을 돌렸다. 이래 보면 연인뿐만 아니라 제법 효자 노릇도 하는 듯했지만, 유선호 씨는 그저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모친이 운영하는 세탁소 윗층이 그의 본가였다.


“하. 자취하고 싶다.” 


유선호 씨는 자취가 하고 싶었다. 사실 자취방에서 하는 섹스를 꿈꿨다. 모텔에 적응했지만서도 친구들이 SNS에 올린 호캉스 사진을 보면 묘하게 하급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모텔 섹스는 하급 동물로서 욕정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호텔 섹스는 고급져보인달까. 그들은 호텔에서 인간의 사랑을 나누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선호 씨는 누구보다 분수를 잘 알았다. 호텔을 꿈꾸기엔 돈이 없었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인 자취방이 있었다. 자취는 많은 학생들이 하기도 하고, 자취방에서 밥을 먹다가 섹스로 이어지면 보다 자연스럽고 사랑에 가까운 형태가 아닐까 했다. 그러나 그나마 현실적인 자취방도 그의 모친의 사업장이자 자신의 본가가 대학교에서 너무 가까운 나머지 비현실적이 된 것은 유선호 씨의 작은 슬픔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웬일로 외출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유선호 씨는 이때다 싶어 옷을 갈아입고 얼른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었다. 모친이 없을 때 모텔 발 세탁을 돌리는 게 아들로서의 예의이자 도리였다. 세탁을 돌리면서도 생각했다. 


어떻게 자취를 얻어내지?


어렸을 때만 해도 집과 학교의 거리가 가까운 게 장애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모친은 늘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녀야 편하다고 끊임없이 말해왔다. 물론 그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교인 서울대학교라는 건 중학생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마침 사춘기의 치기에 치받아 교묘했던 모친의 입시 전략에 푸념을 쏟아놓으려던 때, 유선호 씨는 그럴 수가 없었다. 


*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짐승보다 못한 새끼.

부친 유길남이 세탁소 손님과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불륜녀와. 바람을 피운 유부녀를 흔히 불륜녀라고 부르지만, 유길남의 불륜녀가 불륜녀라는 의미는 유길남과의 불륜 이전부터 불륜녀였다는 의미였다. 현재는 유선호 씨 모친의 소유지만, 과거에는 유길남의 소유였던 세탁소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불순한 등산동호회원들 사이에서는 관악산에서 땀을 빼고 낙성대 모텔에서 씻는 불륜 코스가 성했기 때문이다. 불-륜이라는 말이 윤리에 어긋나다 라는 사전적 의미를 알고는 있는 건지, 모두 증거 인멸을 위해 힘을 쓰기는 했다. 씻어야 할 빨래거리가 많다는 의미기도 했다. 


*

“아저씨. 아시죠? 깨끗하게 씻어주세요.”
“씻는 건 제 전문인 걸요.”


흥하는 세탁소에 유선호 씨 모친은 신이 났었다. 어떤 이는 저눔의 발정난 새끼들 하면서 더럽다며 세탁을 해주지 말라고 했지만 세탁소 주인 부부 입장에서 그들은 엄연한 단골이었다. 어떤 빨랫감을 세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세탁은 원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빠는 것이었다. 규칙적인 일감에, 돈벌이에 충실할 뿐이었다. 너무 충실했던 나머지 유길남은 세탁소에 번질나게 드나들던 등산동호회 회원 얼굴에 친근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녀의 세탁물들이 다른 고객의 것과 구분이 되기 시작했으며, 그녀의 레이스 브래지어, 팬티 하나하나가 손에 잡혔다. 그녀의 세탁물들에서는 점차 그와 친숙한 세탁소 섬유유연제 향이 났고, 그 향이 감싸고 있을 옷감 아래 그녀의 부드러운 몸과 친밀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유길남의 얼굴은 또 반질했고, 세탁으로 다져진 생활 근육이 있었기에 그 둘이 친해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풍수지리학적으로 관악산에 화(火)기가 넘친다더니. 아무리 화를 화로 다스린다고 총명하고 젊은 애들이 득실한 명문대학교를 넣어놨는데도 말이야. 그 기운이 주체가 안되나보네. 


속옷이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유선호 씨 모친은 파경을 맞았다. 그들과 생판 남인 사람들조차 유선호 씨 모친의 세탁소 공동 운영과 육아 전담의 노력을 인정하였다. 그들의 법적 수호 아래 모친은 불륜으로 덧칠된 일터이자 가정인 세탁소와 이층집을 위자료 세트로 선물받았다. 물론 낙성대의 허름한 세탁소는 강남의 것과는 태생부터 달라 딱 허름한 만큼의 값어치를 인정받았다. 


*

선호 엄마 참 독하지. 나 같으면 지아비 눈 맞아서 뒹굴었을 그 세탁소, 그 집에 못있을텐데 말이지.  


길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방앗간, 분식집, 파스타집, 술집 주인들은 모두 유선호 씨 모친을 걱정했다. 그 불편하고 불미스러운 장소에서 모친은 꾸역꾸역 세탁을 했다. 지금 와서 물러선다면 유선호 씨의 가정뿐만 아니라 미래 또한 파탄나는 것이었다. 가정이 파탄난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들의 미래까지 파탄나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모두 길게 봐야 일 년 버틴다고 했지만들, 모친은 오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서 있었다. 그 즈음 됐을까. 낙성대 일대는 샤로수길이다 뭐다해서 그럴 듯한 이름으로 단장하여 지가가 올랐고, 모친의 맹모삼천지교 전략 또한 성공을 거두었다. 유선호 씨는 유길남에게 부족했던 책임감을 대신 넘겨받아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명문대학교 입학에 성공했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수업도 듣고 여자친구도 만나 섹스도 할 수 있었다. 


“여기 아드님이신가?”


한 칠팔십 되어보이는 할아버지였다. 그런데 얼굴과 목소리가 익숙한. 분명한 건 유선호 씨의 할아버지, 모친 또는 유길남의 아버지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빙글빙글 도는 속옷에서 눈을 뗐다가 다시 속옷을 보았다. 모텔에서 마주했던 노년의 남성이었다. 남성은 자신을 회장이라 소개했다. 유선호 씨가 오늘 아침 편의점에서 사서 마신 생수, 여자친구와 키스하기 전 먹었던 민트 사탕, 아 그 세탁소에서 쓰는 섬유유연제까지. 모두가 아는 기업의 회장이었다. 


*

오른쪽 다리를 반 걷으면 나 오늘 너랑 하고 싶다는 이야기. 


회장은 목을 큼큼거리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고인이 된 동거인과 관악산에서 만나게 된 경위. 등산을 하다가 옆에서 냉커피를 한 잔 나눠줬고, 다리를 반 걷었고,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 유선호 씨는 회장의 구체적인 러브스토리가 듣기 싫었다. 그에게나 러브스토리지 누군가에겐 불장난, 유선호 씨에겐 파국이었다. 회장은 자신이 날 것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단어의 조합을 혀로 뱉었다. 그들의 사랑 끝엔 명함 위에 숫자들을 얹어 마무리되었다. 회장은 꼭 호텔 부지에 이 세탁소와 이층집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동거인이 이 세탁소를 즐겨 찾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0을 많이 얹어주었다. 주변 매입 가격보다 이미 두 배는 높은 금액이라고 했다. 유선호 씨 모친이 몇 주간 거들떠도 보지 않은 탓에. 직원 나부랭이들이 찾아와서 설득했는데도 어림이 없었고, 해서 회장님이 세탁소로 오늘 직접 행차하셨다고 했다. 유선호 씨는 스무 배를 불렀다. 그의 혀로 방금 모친의 세탁소와 이층집은 강남의 빌딩과 단번에 맞먹었다. 직원 나부랭이들은 어림도 없다고 했겠지만 통 큰 회장님은 단번에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건 유선호 씨의 설득뿐이었다. 유선호 씨는 세탁소를 나와 이층집으로 올라갔다. 누군가가 샤워를 했을 화장실, 그 옆에 누군가가 불을 켜고 껐을 조명, 그 옆에 누군가가 실컷 잤을 침대, 그 위의 깨끗하게 빨린 이불. 그 이불에서는 유선호 씨 모친의 체취도 배어있었다. 침대 옆 서랍 속 도장을 꺼내들었다. 

“팔게요.”


*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관악산의 정경은 쾌청했다. 산의 정기를 받아 유선호 씨는 허벅지와 허리를 동시에 들썩거리고 있었다.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방음이 잘되는 덕에 울음소리와 신음소리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유선호 씨는 그저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작가의 말

관악산에 화(火)기가 넘친다더니.

풍수지리학적으로 화를 화로 다스린다고 하는데요.

관악산 자락의 서울대학교, 등산 불륜, 그리고 호텔. 화기는 잡혔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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