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병원 첫 방문기

가정의학과를 거쳐 물리치료실까지

by 수민

나는 한글학교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실은 비대면 학생들과의 수업이 훨씬 많다.


애당초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한 때가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고, 실제 교수 경험을 얻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온라인 과외 선생님으로 등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난 2월부터 여러 나라의 학생들과 비대면으로 만나면서 나는 조금씩 한국어 교수 경험을 쌓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대개 1시간 단위로 이루어지는 데다 나름 편안한 집 의자에서 손과 입만이 부지런히 움직이니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면 수업에서 서너 시간씩 학생들 앞에서 움직이면서 수업을 하려니 몸에서 삐걱거리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면 수업을 하고 온 날은 엉덩이 근처가 영 뻐근해서 퇴근한 후에도 움직이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주치의(Huisarts, GP)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주치의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쉽게 할 수 있었으며 이틀 뒤 평일에 잠깐 찾아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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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병원 입구(左)와 대기실(右) 사진.


주치의는 허리와 골반 쪽을 살펴보더니 물리치료사에게 소견서를 써 주겠다며, 선호하는 물리치료사가 있냐며 물었다. 사실 이 나이에 물리치료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기에 집에서 가까운 곳 아무 곳이나 일단 해 달라고 했다.


가깝지만 너무 다른 두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


독일에 있을 때는 다른 전공의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꼭 진료 소견서를 실물로 들고 갔어야 했다. 아마도 개인 정보 유출 우려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는 주치의가 물리치료사에게 소견서를 시스템으로 전달하자마자 환자의 기본적인 의료 정보가 해당 병원에 공유되고, 한두 시간 뒤 바로 예약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당연하지 않냐고? 유럽 살이 n년차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속도였다. 독일에서 일할 때 네덜란드 동료가 "독일 의료 시스템 참 느리다"며 불평할 때는 '유럽이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네덜란드 속도가 이 정도면 그 친구가 그렇게 생각할만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주치의를 방문한 바로 다음 날 물리치료실을 들를 수 있었다.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대기실에 계시는 할머니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저 나이쯤 되어서야 방문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에 진료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KakaoTalk_20211221_150329159.jpg 물리치료실 한쪽 면에 붙어 있던 게시판. 유료 주차장에 대한 안내와 소속 의사들의 인터뷰 기사 등이 스크랩되어 있다.


먼저 물리치료사와 인사를 하고 진료카드를 작성했다. 언제부터 증상이 있었는지, 얼마나 아픈지 등을 묻고 대답하는데 물리치료사가 슬쩍 시계를 보더니 '정말 빨리 끝났네요. 아시다시피 제 환자분들이 모두 고령층이라...' 라며 엷은 웃음을 비쳤다.


그리고 간이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검진하기 시작했다. 다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두 다리 길이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다행히 주치의가 생각했던 것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간단한 마사지와 집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알려줬다.


과연 얼마가 청구될까


그리고 물리치료사를 방문한 지 2주가 지났다. 다행히 그 이후로 통증이 이전 수준으로 가라앉은 덕분에 생활에 큰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예약은 취소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2주가 지난 지금 '과연 30분짜리 진료에 얼마나 청구되었을지'가 궁금하긴 하다. 는 최소한의 보험만 들어놓은 상태라 치과, 물리치료 등은 온전히 자가부담을 해야 한다. 대략 인터넷을 보니 30~60유로 사이라고 하니, 미국처럼 어마어마한 금액은 아니라 다행이긴 싶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내년 보험에는 물리치료도 일부 보장되도록 특약을 들기로 했다. 이제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내 몸뚱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내년엔 그래도 조금 마음 놓고 병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가장 좋은 건 갈 일이 없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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