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다 포기해야 하는 사랑을 지키는 것이 두려웠다
하얀 눈송이들이 말없이 내리더니 내 손에 소복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하얀 눈송이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내 손에 내려앉아 잠시 머물러 있었다.
그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눈은 차가웠다.
차가운 그 눈송이들은 어느덧 시간이 흐른 후에 말없이 조용히 서서히 녹아 없어져 버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얼었던 눈송이들이 내 손에 녹아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지난 사랑의 감정들도 같이 녹아 없어져 버리려 한다.
깨끗하던 순수하던 백색의 하얀 사랑이 사라져 버리는 순간
지난 사랑 속에 묻어있던 순수한 깨끗한 사랑도 같이 사라져 버리려 한다.
녹아내리는 눈송이를 잡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녹아내리는 눈송이를 가지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사랑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해야 하는 두려움에 내가 졌기 때문이다.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모든 인생을 바꾸어야 하는 두려움에 내가 졌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이 사랑했던 마음들을 차가운 눈송이처럼 아주 차갑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 차가운 사랑이 손에서 녹아 사라져 버리는 순간 나는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지 못해 나의 모든 인생을 포기하지 못해 지키지 못한 사랑이 없어져 버리려 하는 순간
미안함에 절망함에 두려움에 아픈 마음에 나는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매년 소복이 쌓이는 하얀 눈송이들을 볼 때마다
매년 나는 이 차가운 사랑들을 기억할까봐 두렵다
사랑의 따스함도 크지만
사랑의 차가움도 크기에
두 가지 사랑의 모순에 사랑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 것인지 그 어떤 것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