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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주 수요일 밤마다 노트북 앞에서 반가부좌를 틀고 있는 에디터 B예요.
요즘 명상 지도자 과정을 이수 중이라고 하니까 주변에서 다들 "와, 나중에 명상 가르쳐줘!" 하더라고요. 그럼 저는 조금 당황하며 "그...래" 하고 답해요. 사실 속으로는 '아직 나도 잘 모르는데...' 라고 말해요. 명상은 생각보다 배울 게 정말 많아요. 매주 절실히 느끼는 중이에요.
저는 사마타 위빠사나 명상을 20주 과정으로 듣고 있어요. 원데이 워크샵과 2박 3일 수련을 포함해 총 100시간을 채워야 하는데요. 처음 신청할 때만 해도 이론은 적당히, 실습 위주로 배우겠거니 했어요. 느긋하게 생각했죠.
근데 강의마다 3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가 펼쳐지면서 본격적인 이론 수업이 시작돼요. 초기불교에서 전해 내려온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정확한 의미부터 경전에 나오는 수행법까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부담감도 밀려오더라고요. 이걸 다 소화해야 한다고?
최근에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 이래요. 사마타 명상이 마음을 하나에 집중시키는 연습이라면 위빠사나 명상은 그 마음을 관찰해서 통찰로 나아가는 연습이에요.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사마타는 숨을 고르며 과녁에 집중하는 양궁, 위빠사나는 전방위적인 관찰과 기민함이 필요한 축구와 닮았어요.
친구가 물었어요. "명상은 종교랑 상관없는 거 아니야?" 사실 저도 처음엔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제가 배우는 사마타 위빠사나 명상은 2,500년 전 붓다께서 직접 가르친 초기불교의 수행법이에요. 그래서 경전을 인용하기도 하고 빨리어 용어도 나오고 오래 수행해 오신 스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시는 거죠. 처음엔 낯설었는데 듣다 보니 오히려 맥락이 잡히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수업에서 종교적 믿음을 강요하지 않아요. 마음을 다루는 과학이니 직접 경험해 보라는 입장이죠. 서구에서는 불교 명상법에서 종교색을 뺀 MBSR(마음챙김 명상)이나 MBCT(마음챙김 인지치료)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요.
요가가 힌두교에서 왔지만 지금은 운동으로 인식하듯이 명상도 불교에서 왔지만 마음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뿌리와 맥락을 알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겠죠. 적어도 저한테는 그랬어요.
실습 시간엔 직접 체험하면서 명상법을 배우는데요. 몇 주간 수업을 들으며 가장 신기했던 건 같은 호흡명상이라도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꽤 다르다는 거예요. 사마타 호흡명상은 호흡 자체에 푹 빠져들어 마음이 고요해지는 걸 느끼는 반면 위빠사나 호흡명상은 호흡뿐 아니라 그때그때 일어나는 생각, 감각, 감정까지 다 알아차리는 훈련이 필요해요. 처음엔 이 둘을 구분하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 차이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해요. 아, 이게 다른 거구나 하는 순간이 오거든요.
수업 중에 짝을 지어 명상 지도를 연습하는 시간이 있어요. 평소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화하는 걸 어려워 해서 처음엔 정말 어색했어요. 호흡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왜 이렇게 낯선지. 내가 나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누군가를 흉내내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다고 믿어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요.
20주 과정은 벌써 절반을 넘겼지만 배워야 할 것도 여전히 산더미예요. 그래도 확실한 건 매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 예전엔 명상하면 좋다더라 정도였다면 이제는 왜 좋은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어려워하는 사람에겐 뭐라고 조언하면 좋을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거든요.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다정하면서도 단단하게 명상을 안내할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 매주 수요일 밤 성실히 배우고 수행하려 해요. 명상을 더 깊이 배우고 싶으신 분들,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런 체계적인 과정도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이 생각보다 크거든요.
초기불교
기원전 6세기 붓다 당시부터 약 150년간의 불교 전통. 남방 상좌불교를 통해 현재까지 전승
바와나(Bhāvanā)
빨리어로 '명상'을 뜻하는 말. '경작하다, 기르다'는 의미로, 마음을 경작하는 정신적 수행을 의미
사마타 위빠사나 명상
초기불교의 두 가지 핵심 명상법. 사마타(止)는 마음을 집중시키는 고요 명상, 위빠사나(觀)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관찰하는 통찰 명상
자애명상
자신과 모든 중생의 행복을 기원하는 명상법. 마음에 사랑과 자비를 기르는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법
알아차림(사띠)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명료하게 관찰하는 마음챙김의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