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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B예요.
하루에 최소 한 번의 식사 시간, 만족스럽게 보내고 계신가요? 바쁜 일정 탓에 늘 허겁지겁 삼키다 보면 뭘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이번에는 그 익숙한 밥상을 조금 다르게 마주하는 방법으로 '먹기 명상'을 이야기하려 해요!
점심시간이 되면 ‘오늘 뭐 먹지?’가 제일 큰 고민인데요. 정작 먹는 순간에는 휴대폰을 보거나, 혹은 눈앞에 있는 상사의 표정을 살피느라 바빠요. 분명 밥을 먹었는데 속이 허한 그 느낌, 혹시 아세요? 먹기 명상은 이 익숙한 패턴을 잠시 멈추고 식사라는 순간을 다시 제맛 나게 바꿔주는 연습이라 할 수 있어요.
위빠사나 명상에는 몸을 관찰하는 신념처 수행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분명한 알아차림 sampajāna'예요. 몸의 모든 움직임을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연습으로 일상선이자 일상 수행이라 불리기도 해요. 대념처경에는 '음식을 먹을 때도 분명하게 알아차린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오늘날 말하는 먹기 명상, 차 명상의 근거가 되는 대목이에요. 아마 2,500년 전에도 허겁지겁 먹는 사람이 있었던 거겠죠.
왜 이렇게 허겁지겁 먹게 될까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은 마음챙김 식사가 과식 방지와 섭식 습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해요(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 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 늘 빨리 먹기 챔피언을 가리듯 밥을 흡입하죠.천천히 먹으면 좋다는 걸 알지만 유독 짧게 느껴지는 점심시간 동안 줄 서고 음식을 기다리다 보면 씹는 건 사치라는 생각까지 들어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끈 밥친구와 함께하며 시각 경험에 더 집중하기도 하고요. 먹기 명상은 이 악순환을 끊고 다시금 내가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아차리도록 해줘요.
집중해서 먹을 때 교감신경의 긴장이 줄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몸은 휴식ㆍ소화 모드(restㆍdigest)로 전환돼요( Cherpak, 2020, PubMed ). 더부룩해서 자주 소화제를 찾던 사람이 먹는 방식만 바꿔도 속이 편안해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어떤가요.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나요?
'명상'이라는 단어에 괜히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생각보다 간단해요.
1. 식사 전 휴대폰을 내려두고 나를 위해 마련된 음식의 색과 모양, 향을 먼저 관찰해보세요.
2. 그리고 숟가락을 드는 손동작을 의식하고 입안으로 들어오는 첫 수저의 감각을 천천히 따라가 봐요.
3. 급하게 삼키지 말고 음식의 온도, 질감,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피며
4.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까지 관찰한다면 그게 바로 먹기 명상이에요.
옆자리 동료의 면치기 소리에 신경이 쓰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그 장면까지 관찰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덜해요.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관찰이라도 하는 거죠 뭐.
감각을 먹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가 먹는 이 한 숟갈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도 떠올리게 돼요. 농부, 운송 기사, 조리사 등의 노고가 더해진 밥 한 그릇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죠. 물론 반찬이 김치 한 가지뿐이면 서운할 수 있어요. 그래도 먹기 명상을 하다 보면 그 한 조각의 김치가 메인 디쉬처럼 다가오는 순간도 경험할 수 있달까요. 믿거나 말거나.
특별한 공간도 별다른 도구도 필요하지 않은 먹기 명상. 매일 세 번 찾아오는 밥상 앞에서 단 한 입만 온전히 집중해도 충분해요. 한 입이 한 끼가 되고, 하루가 되면서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니까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아까운 점심시간, 식당에 줄을 서 있다 보면 빨리 먹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명상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다음 글에서는 걷기 명상을 다루려 해. 점심 먹고 바로 달리듯 복귀하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속도를 늦추며 걸을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볼까요?
대념처경(Mahāsatipaṭṭhāna Sutta)
위빠사나 수행의 근거가 되는 경전
위빠사나(Vipassanā)
여러 대상의 생멸현상을 관찰하는 통찰 명상
신념처(身念處, Kāyānupassanā)
대념처경의 네 가지 마음챙김(신ㆍ수ㆍ심ㆍ법) 가운데 하나. 몸의 움직임과 행위를 관찰하는 수행법
분명한 알아차림(Sampajāna)
그저 행동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