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타이밍을 존중하는 말
단어의 미묘한 사용이나 뉘앙스를 발견하는 걸 즐기는 나는, 특히 외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어와 같은 뜻이지만 다른 의미와 어감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을 찾는 습관이 있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 자체는 한국어에 내재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일인 동시에 나의 뇌 사용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일임을 몸소 체감한다.
일드에서 한국어와 다르게 사용되는 단어 중에 인상적인 것은 かける를 들 수 있다. 이 단어는 번역하면, ‘걸다'이다. 보통은 声をかける。 이렇게 말한다. 즉 ‘말을 걸다'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 단어는 여러 차원의 의미를 가진다. 내가 평소 즐겨보는 형사 드라마에서는, 형사가 검찰이나 경찰청에 들러서 필요한 자료를 보려고 할 때, 안내를 받아 사무실에 들어가면 기다리던 담당직원이 자료를 건네주면서, “仕事が終わったら、声をかけてください。”라고 말하는 모습을 자주 만난다. 번역하면, ‘일이 끝나면 알려주세요.’로 말하지만, 직역하면, “일이 끝나면 말을 걸어주세요.”라고 해석할 수 있다. 비단 형사드라마뿐 아니라, 어떤 장면에서든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는 이 문장을 사용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일이 끝나기 전에 담당자가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는 일종의 암묵적인 관습이기도 하다.
한국어에서 말을 걸다란 문장의 쓰임새와는 전혀 다른 맥락을 갖는다. 이렇게 보면 단어는 단순히 명사라는 기능적인 면만 가지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사고방식, 관습 등의 의식이 스며있음을 알 수 있다. 이거야 말로 재미있는 언어 공부가 아닐지!
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이렇듯 바로 직역되지 않는 단어들을 무수히 많이 만나게 된다. 실제 사람들이 어떤 맥락과 상황에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 알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단순한 줄거리 차원 이상의 정서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일어에서 声をかけてください。라는 문장이 발화될 때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대사 한 마디라기보다, 상대와 나의 거리감, 예의, 배려를 생각하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에 좀 더 다가가는 것만 같다.
또 이 말은 약속을 정할 때도 사용한다. 다음에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될 때, 상대방에게 요청하는 맥락에서도 쓰인다. 예를 들면, “映画を見に行く時には、私にも声をかけてください。” 이렇게 말한다. 직역하면 즉 “영화 보러 갈 때, 제게 말을 걸어주세요.” 결국 같이 갈 때 불러 달라는 말이다. 일어에도 부르다는 단어가 물론 있지만 かける를 사용한다.
이처럼 간단한 말이지만 표면적인 뜻 외에도 분명 사람들 사이의 정서가 숨겨져 있다. 이렇게 감정을 품은 단어를 발견하는 순간, 나는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차이점에 끌려서 단어를 찾게 되지만, 나중에는 단어가 품은 의미에 놀라고 만다. 오늘부터 여러분도, 저와 같이 보물 찾기에 동참하지 않으시겠어요? 외국어 공부가 훨씬 더 즐거워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