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함에 대하여
대만드라마 <잊어도 기억할게>를 보고.
주인공 러러는 40대에 접어든 이혼녀이자, 스탠드업 코미디를 얼떨결에 시작한 여자다. 그녀의 어머니는 오래전에 집을 나갔고, 아버지와 둘이 살아왔다. 삶이 고단하다고 느낄 즈음,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다.
남편과의 사이는 점점 악화일로를 걸었고 결국 이혼에 이른다. 가벼운 치매에서 시작한 아버지의 노쇠함은 갈수록 그녀의 어깨에 짐으로 다가오지만, 홀가분하게 벗어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힘겹고 늘 지치지만, 어느 때보다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지낸다.
인생무상이라는데, 아버지의 삶은 어떠했는지, 어린 자식과 남편을 두고 집을 나간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후 행복했는지 그녀는 알 길이 없다.
그녀의 이름은 쉽게 말하면 즐거움인데, 인생은 전혀 즐겁거나 재미있는 일이 별로 없다. 작가는 보란 듯이, 주인공의 이름에 아이러니를 실어서 시청자를 기만한다. 러러가 처음부터 스탠드업코미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고, 낮에는 편의점에서 알바하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런 날이 있지 않나? 뜻대로 되는 일이 없는 그런 날들의 연속선에 서게 되는. 곁에 친구들이 있어서 힘들 때 위로해 주고 격려도 해 주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 게 인생임을 실감 나게 해 주는 게 러러의 인생 스토리이다.
알고 보면, 러러의 어머니는 산후 우울증이었다. 그 당시의 여자들은 그저 시간이 지나면, 견디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 괜찮아지겠지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어린 러러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 어머니가 집을 나가려고 할 때, 보내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갑자기 집을 떠난 어머니는, 어느 날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러러는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러 가서야, 어머니가 자기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그제야 러러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미소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러러는 어쩌면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서 씁쓸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는 힘이, 가장 큰 장점 아닌가? 그런데 이런 식의 지난한 인생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세 번째 보고 있는 나는?
볼 때마다 조금 다른 점을 발견하곤 한다. 처음에 볼 때는 주인공에게 몰입했다가, 두 번째는 주변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 이후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서 본다. 그러다 보면,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인생이라는 큰 산 앞에서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서게 된다.
러러는 끝내 아버지와 결별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아버지였지만, 러러는 그런 아버지를 기억하겠다고 말한다. 드라마의 제목처럼, “잊어도, 기억할게.” (忘了,我记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