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고양이 눈에서 자꾸 눈물이 흘렀다. 얼마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 조카에게 물었더니 화장실 먼지 날림이나 이런저런 문제를 얘기하길래 화장실을 다시 바꿔주고, 모래도 새 걸로 갈아 주었다. 그 후로 좀 괜찮은 듯싶더니 또 눈물을 흘리고 다녔다. 옆에 다가와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고 있자니 애가 쓰였다.
말을 할 수 없으니 얼마나 불편한지 알 수 없고 그럼에도 아무 소리 않고 다니는 게 안쓰럽기만 했다. 더러 산책 냥이도 있지만 우리 집 고양이는 어렸을 적 병원에 몇 번 다녀온 이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때도 얼마나 소리소리 지르는지 저도 힘들고, 사람도 힘들어 혼을 쏙 빼놓아서 병원에 한 번 가는 것이 대사 중에 대사였다.
하루를 더 두고 보았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아 하는 수없이 병원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어릴 때 담아 가던 가방은 작아서 새로 이동장을 샀다. 오자마자 친해지라고 간식을 넣어주었는데 얍삽하게 머리만 집어넣어 간식만 다 빼먹고는 들어가지를 않는다. 조금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하고 오며 가며 친해지라고 거실에 가방을 놓아두었는데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택배 박스는 제 궁디를 구겨서라도 기어이 들이미는 녀석이 가방의 의도를 알았는지 도통 들어갈 생각이 없다.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아들이 퇴근 후에 운동을 가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와서 같이 병원에 가기로 했다. 퇴근하고 집에 온 아들이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서 얼쩡거리자 녀석은 무엇을 느꼈는지 소파 밑으로 들어가 꿈쩍을 않는다. 어찌 알았는지 귀신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간식으로 꼬드겨도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 뿐 나오게 할 방도가 없었다.
전략을 바꾸어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음식 냄새를 풍기며 식탁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하자 어느새 녀석은 슬그머니 나와 테이블 밑에서 편안히 쉬고 있었다. 진한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방심하고 있던 녀석을 번쩍 안아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을 이동장에 가까스로 넣어 병원으로 향했다.
몇 년 만에 밖에 나온 녀석은 밖을 보지 못하게 커버를 씌웠는데도 우려한 그 이상이었다. 걸어서 7~8분 거리인 병원이 천 리나 만 리처럼 멀게 느껴졌다.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병원에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 개들이 있었다. 다른 개들은 한결같이 조용한데 우리 집 고양이만 빽빽거리고 울었다. 억울한 건지, 두려운 건지 구석에 머리를 박고 한동안 울더니 조금 지나 안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그치고 병원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요리조리 둘러보며 조용히 제 차례(?)를 기다렸다.
순서가 되어 의사 앞에 불려 간 녀석은 아무리 의사가 눈을 뒤집어보고 제 몸을 만져도 울거나 몸으로 반항하지 않았다. 그것이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얼마나 무서우면 그럴까 싶어 짠하기도 했다. 의사는 안압과 여러 가지 눈 검사를 해봐야 한다며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진찰실 안에서는 조용하더니 검사실로 들어가는 녀석의 울음소리가 대기실까지 크게 울려 퍼졌다.
"꼭 내 자식을 보낸 것 같아요"
"..............."
"니가 자식 보낸 마음을 알아?"
"당연히 잘 모르죠. 그래도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아픈 자식을 혼자 검사실로 들여보낸 어미의 심정을 지금의 상황으로 유추해 보는 아들의 말은 실로 뜻밖이었다. 10월 초에 교육을 가서 생긴 소화불량이 근 한 달 반 가까이 온갖 짓을 다 해도 낫지 않아 고생을 하는 나를 옆에서 보면서도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던 녀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그랬다.
"야 이놈아! 엄마를 그렇게 좀 챙겨라. 엄마는 한 달이 넘도록 소화가 안 돼서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도 말 한마디 없더니, 고양이가 눈물 흘리니까 그렇게 가슴이 아파?"
"푸하하하하. 고양이는 말을 못 하잖아요"
나도 말을 안 하면 아들한테서 사랑받으려나??????
그랬던 것 같다. 어미의 순서는 언제나 다음이었다. 짬 나면 하지, 좀 여유가 생기면 하지, 다음에, 다음에....... 그러다가 나도 내 어머니를 잃고 나서야 알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부모님에게는 순서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이따금 무심한 아들에게 고한다.
"아들! 엄마는 안 기다려줄 거야. 엄마 가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제때제때 효도해"
"넵! 알겠습니다"
아들의 효도가 부족하면 이따금 일러준다. 내가 간 후에 아들이 나처럼 후회하며 아파하지 말라고......
다행히 냥이는 눈이 약간 충혈되긴 했지만 크게 문제는 없다며 감기로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한다. 병원 다녀온 다음 날 거짓말같이 눈물이 그쳤다. 세상 걱정 없이 집에 있는 기물들을 이용해서 편하게 잘도 잔다. 냥이 녀석을 통해 아들이 그나마 부모의 마음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으니 병원을 다녀오느라 치른 홍역 값은 단단히 챙긴 셈이다.
두 번 다시 동물 병원을 가고 싶지 않다. 비록 냥이 녀석이 나를 귀찮게 할 때가 많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아주길 바라며, 울 아들 눈곱만큼 철들게 해 줘서 고마운 냥이를 위해 새로운 간식을 한 보따리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