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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Nov 07. 2020

(일상)
​여행 동무

여행을 그리다



2020. 11. 06.  여행을 그리다


사진을 즐겨 찍던 친정오빠는 틈만 나면 카메라를 메고 여기저기 발 닿는 대로 다녔다. 혼자 다닐 때 굳이 옆에 누가 있지 않아도 카메라만 있으면 든든한 친구 같다며 사진을 배워보라고 권했다.

그림 그리는 취미에 오랫동안 빠져 있다 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오빠의 말이 여행을 다니면서 가끔 생각나곤 했다.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카메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아서 배워보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았다. 

그러나 직장 때문에 저녁 시간만 가능하다 보니 빛을 활용하지 못해서 사진 촬영에 한계가 있었다. 직장녀의 설움을 또 한 번 절실하게 느끼며 퇴직하고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고 접어야 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될 때마다 늘 맥이 빠진다. 직장에 매이다 보니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다. 항상 시간을 쪼개 쓰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며 동동거려야 했다. 배우고 싶거나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도 대부분 주간에만 편성되어 있다 보니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젠가 백화점 문화센터 글쓰기 수업도 주간 강의만 있어서 백화점 측에 야간에도 개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맙게도 다음 학기에 회원 모집을 해주었다. 부푼 마음으로 개강 첫날 강의실을 찾았으나 겨우 3명만 등록을 해서 폐강할 수밖에 없다는 허탈한 통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자구책을 찾아 대체하거나 스스로 위안을 하며 살았다. 제한된 여건 안에서 선택과 집중, 때로는 포기와 보류로 적절히 나 자신과 딜을 해야 했다.


이번에도 생각해 낸 대체안이 펜 드로잉이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카메라가 있으면 그저 그만이겠지만 가지고 다니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반면에 작은 수첩과 펜만 있으면 언제, 어느 때고 퍼질러 앉아 그릴 수 있어서 나 같이 힘없는 솔로 여행자에게는 안성맞춤이다. 

그렇게 호구지책으로 좋은 여행 동무(?)를 마련하고, 예전보다 조금 더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고 나니 코로나가 앞을 가로막고 섰다. 나는 차츰 준비된 여행자가 되어가는데 언제쯤에나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을지.......... 

그 날이 올 때까지 나를 달래며 펜이나 굴리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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