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다 끈 어두운 방에서 평소 안 쓰던 비음을 적당히 섞어가며 나름 철저하게 신분 세탁을 했다고 생각했다. 밤 문화의 시세를 모르니 내가 적당한 가격을 제시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남편의 집 밖의 생활이 어떤지도 알 겸, 밑져봐야 최저 가격인 십만 원은 건질 수 있겠다 싶었다. 카드로 결제하겠다고 하면 현금만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야지 하며 남편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 사람이!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헉!.........'
술이 떡이 되어 갈지자로 들어온 사람이 내 목소리는 기똥차게 알아차린다.
"난 줄 어떻게 알았어?" "아, 그럼 마누라 목소리를 몰라?"
'콧소리가 좀 더 들어갔어야 했나? 아님 너무 들어갔나?'
불도 다 끈 어두운 밤인데 어떻게 나를 알았지?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모를 일이다. 남자들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정신을 잃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정신이 번쩍 드는 족속인가 보다. 인사불성인 상태에서도 어쩜 그렇게 본처 목소리는 귀신 같이 알아듣는지......
그날 나는 삼십만 원짜리도, 십만 원짜리도 아닌 꽝이었다.
술자리를 빠지면 나라라도 망하는 줄 알고 나라를 지키듯 한결 같이 새벽을 지키던 사람이 세월이 가면서 술 앞에 장사 없다더니 언제부턴가 귀가 시간이 점차 빨라졌다. 열 시에도 들어오고 심지어 저녁 반주만 하고 여덟 시에도 온다. 그러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그건 그것대로 또 기분이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