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카 라인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의 차로 30여분 정도 달렸을까? 꼭 보고 싶었던 차우치야 묘지에 도착했다. 나스카 라인보다 더 와 보고 싶었던 곳이다.
다른 장소에 비해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이 곳으로 오는 대중교통편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단체 관광이나 개별적으로 투어 신청을 통해 올 수 있는 곳 같다.
이카에서 나스카 라인 예약을 할 때 차우치야 묘지 투어 프로그램이 없는 여행사도 꽤 있어서 방문이 가능한지 확인을 하고 신청을 해야 한다.
도착한 곳에는 끝없이 펼쳐진 건조한 대지만 있을 뿐 황당하리만큼 아무것도 없다. 이글거리는 햇빛은 당장에라도 모든 것을 녹일 듯 한껏 쏟아져 내리고, 대지는 말없이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드문드문 세워진 그늘막에서만 햇빛을 잠깐 피할 수 있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 보았다. 가리키는 땅 밑을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2천 년이 넘었다는 미라가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머리카락, 치아를 그대로 간직한 채 동쪽을 향해 앉아 있다. 오래전에 정말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미라는 너무도 작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한 것이 가슴을 누른다. 다시 어머니 뱃속으로 돌아간다는 믿음과 태양을 섬기는 마음으로 동쪽을 향해 앉아 있다는 미라에게 한참 늦었지만 머리 숙여 명복을 빌었다.
그들이 원한 것인지, 아닌 지 그것은 잘 모르지만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이 곳 또한 비라고는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날씨 때문에 미라가 잘 보존되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비가 오지 않아 사람이 살기 척박하면서도 야속한 그 날씨가만들어주는 관광 상품으로 사람들은 또 어찌어찌 먹고 살아간다.
작은 아기 미라까지 있다. 정말 저 미라와 나 사이에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나간 건지 보고 있으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미라는 다 똑같은 것이려니 했는데, 미라가 놓여있는 상황에 따라 다 다르다고 한다. 한 구가 있는 것과 둘, 또는 여러 구가 있는 것이 다르고, 묘지의 크기는 살아생전 신분의 위치에 따라 구분된다고 하니, 죽어서 미라가 되고 수 천 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신분의 경계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비록 육신은 아직 이 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그들의 영혼은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원하는 대로 해가 뜨는 동쪽을 향해 앉아 저들은 과연 어머니 뱃속으로 잘 돌아갔을까?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다. 황량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이렇게 쳐 둔 그늘막이 있어 한낮의 타는 듯한 햇빛은 겨우 가릴 수 있다. 이것이 죽은 자를 위한 최고의 예우인 것 같다.
비록 오고 싶어서 왔지만 보는 내내 마음 한편이 무겁다. 수 천년 전에는 저들도 나처럼 이 곳에서 걷고, 생각하며 살았겠지....
저 긴 머리 자라 나오도록 굴곡진 소소한 세상사도 함께 빗고, 땋으며했겠지.....
다 헤아리지도 못하는 오래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메마른 육신을 두고 간 저들의 발자취를 자분자분 마음으로 더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