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코룰디호수의 이유!

메스티아 코룰디 호수에 머물다

by 파란 해밀


2019. 10. 05. 메스티아 코룰디호수



우쉬굴리에서 메스티아로 돌아오자마자 다음 날 코룰디호수를 가기 위한 택시를 예약했다. 차량 한 대당 7~8만 원 정도 하는 비용이라 동행을 구하는 구하는 글을 여행카페에 올려보았다. 마침 동행 의사를 밝힌 여행자가 있어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연락이 없다. 가타부타 사정을 알려주면 좋을 텐데 연락이 안 되어 그냥 혼자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처럼 걷는 것에 간절했던 적이 없다. 이십여 년 전 무릎 수술 이후로 가급적이면 다리를 아껴 쓰고 있다. 한 때는 마라톤도 열심히 했었지만 간간히 탈이 나서 고생하는 바람에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되었고, 등산도 내려오는 게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한다.



주말마다 그저 평탄한 길을 서너 시간 정도 걸으려고는 하지만 조지아에서 대여섯 시간 이상 하이킹을 하기에는 남은 여행 일정 때문에 무작정 덤벼들 수가 없다.



우쉬굴리에서도 그림 같은 코스를 말 잔등에 앉아 주마간산처럼 훑은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평탄해서 걷기 쉬운 길을 좀 더 경치를 즐기며 걸었어야 했는데 말과 씨름하며 가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다음 날 다시 걸어보려 하였으나 호스 라이딩의 후유증으로 걸을 때마다 엉덩이가 깨질 듯이 아파 더 이상 오랫동안 걷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구불구불 휘도는 산 길을 무거운 배낭까지 매고 오르는 배낭족들을 보며 나도 처음으로 그들처럼 잘 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올랐지만 오르내리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골이 났다. 예닐곱 시간 정도 걷는 건 산보 나서듯 쉽게 걷는 사람들에 비해, 서너 시간 걷는 것도 내겐 저울질을 해봐야 하는 거사라는 것이 번번이 억울하기만 하다.



혼자 차 안에서 복닥거리는 속을 끌어안고 꽁꽁거리는 사이 목적지인 정상에 다다랐다.



호수라고 하기에는 실없는 웃음이 나올 지경으로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그곳에 물이 있어 힘들게 오른 여행자들이 정상에 도착해 땀을 훔치며 보는 것만으로도 더운 가슴을 식혀주는 것 같다.



호수 위로도 정상을 향해 누군가는 또 올라가 보았는지 끊어진 듯, 이어진 좁다란 길이 나 있다. 끝인 듯, 끝이 아닌 듯, 다 알지 못하는 우리의 인생처럼.....



코룰디 호수의 사방은 갖가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모습이 있는가 하면,



한 치의 곁을 내어줄 것 같지 않은 아득한 계곡의 날 선 모습도 품고 있다.



저 끝에서 손을 뻗으면 한 움큼 눈덩이를 쥐어볼 것도 같은데,



뜨거운 여름이 다 가도록 끝내 맨몸을 허락하지 않는 저 설산의 생고집에 마음속으로 '그래, 그래' 하며 돌아섰다.



그래. 이유가 있겠지, 차마 다 녹지 않은 이유가.....
땅 밑으로 다 스며들지 않고 버티는 저 코룰디 호수의 한 뼘 남짓한 모진 이유처럼, 차마 그러지 못하는 까닭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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