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원숭이가 되자

by 백정순

몽키포레스트를 가보려고 고젝앱으로 택시를 예약했다. 공항에서부터 줄곧 그랩보다 고젝앱이 더 싸다는 정보에 이용해왔다. 숙소에서 몽키포레스트까지 37000루피아가 결제되었다.(한화로 3000원 정도) 30분 이상 거리인데 싸긴 싸군. 준비를 하고 나와서 기다리는데 택시 기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택시비가 너무 싸니 70000루피아를 더 내라고. 앵,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뭔 원숭이 풀 뜯어먹는 소리야? 서서히 열기가 치밀기 시작했다. 이것이 또 덤티기의 시작인가. 당장 전화를 걸었다. 이미 호출할 때 선결제가 되었는데 무슨 말이냐고. 트래픽잼으로 거리는 있고, 요금은 턱없이 낮고 주절주절 하소연의 폭풍이 몰아닥친다.


나는 현금이 지금 없고 그 때문에 고젝을 호출한 거라고 되받아치며 전투태세로 들어가고자 했다. 그래도 감정을 워워 다운시키며 취소를 하려니 이미 결제된 돈을 날리고 두 배의 시간을(아니 세 배, 네 배일지도 모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협상 모드로 전환하고자 했다.(나는 최악의 협상가다. 이미 우붓 마켓에서 호구 노릇했다)


결국 몽키포레스트 근처 ATM에서 현금을 뽑아 추가요금을 주기로 합의가 아닌 승복을 하고야 말았다.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 위해 온 여행인데 기사와 끝까지 싸워 이겨먹고 싶지 않았다. 드라이빙을 하면서 나는 말했다. 당신도 일리가 있다.(기껏 합해 우리 돈 만원도 안되는 요금이다) 나도 당신과 싸워서 오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다. 유 해피, 아임 해피, 오케이? 그러자 기사도 씩 웃는다. 초반에 상했던 기분을 떨쳐내기로 마음 먹으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감정도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 음, 원숭이들을 행복하게 보러 갈 수 있겠구나.


기사와 기분좋게 바이바이하고 원숭이숲에서 그들의 재롱과 몸짓에 흠뻑 빠졌다. 그래, 원숭이처럼 그냥 웃자, 행복하자. 발리 전통댄스 공연도 관람하고 세계 각지에서 온 가족, 연인, 친구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만끽했다.


숙소로 돌아올땐 그랩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한국인처럼 생긴 젊은 기사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니 수마트라 출신이고 어머니가 말레이인이란다. 동글동글 앳되게 보이는 젊은이가 운전도 편안하게 잘한다. 그랩앱으로 69000 루피아가 결제되었다. 그것도 첫 이용시 할인이 들어간 요금이다. 음, 결국 난 호구는 아니었다는 생각, 안심은 되는 동시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발리 #우붓 #몽키포레스트 #고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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