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붓에서 머문 지도 두 주일이 훌쩍 가버렸다. 드디어 약간의 향수병과 외로움이 엄습한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려니 기분이 다운된다.
내가 머무는 빌라 근처엔 논뷰가 펼쳐진 길 외엔 차 하나 지나가면 딱인 길 뿐이다.(그 길조차 오토바이, 개들 차지다) 사실 산책을 하기엔 터프하다. 벽 쪽으로 바짝 붙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차나 오토바이에 팔 하나가 날아갈지 모른다. 늘 점심을 먹던 숙소 앞 식당이 살짝 지겨워 새로운 곳을 개척하기로 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 오르막을 오르니 식당, 카페들이 보인다. 차와 바이크들을 피할 길이 없는 고갯길을 목숨 걸고 오르니 멋진 식당이 보인다. 정글과 광활한 논이 한눈에 들어오며 내 안구는 초록 물결로 시원하게 샤워한다.
두어 시간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다.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인다. 그럼에도 오늘따라 기분이 가라앉는다. 홀로 여행을 즐기는 것도, 거기에 동반되는 외로움도 온전히 내 몫이다. 보통 여행을 떠나면 처음 며칠간 진한 향수병이 몰려온다. 하지만 발리의 첫주는 마냥 신났다.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제 보름쯤 되니 모든 것들이 서서히 익숙해져가고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외로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늘 다짐한다. 내가 여행을 떠나려함은 철저히 고독해지기 위해서라고. 그 내공이 쌓이노라면 내 삶도 단단해지리라고. 나의 개똥 철학은 변함이 없건만 이토록 허를 찔리고야 만다. 그렇지만 그 순간이 오래 머물진 않는다. 여행지에서도 고수하는 루틴이 나를 지탱하고 다시 한걸음 나아가게한다.
남편은 아직도 여행을 떠나는 나를 물 가에 내놓은 아이 대하 듯한다. 응원은 커녕 누가 어디에서 흉흉한 사고를 당했더라며 호들갑을 떤다. 절대적으로 안전한 내 라이프 스타일 덕에 아직까지 무탈하게 여행해왔다. 보통 현지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경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확률이 더 높다. 밤새도록 술마시고 클럽에서 놀고 밤거리를 배회하다 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9시면 잠자리에 드는 나같은 새나라의 어린이는 먼 나라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여행이란 황홀한 고독이다. 여행 중의 향수병도 삶이 선사하는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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