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보상

by 백정순

빌라에 며칠 전부터 머무는 한 가족이 인상적이다. 단기로 머무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라 나처럼 장기로 머무는 여행객은 드물었다. 커플들, 가족들 등 짧은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그들에게 마주칠 때면 인사나 하는 정도다.


이 가족은 보름을 머물었다. 아빠는 백인, 엄마는 흑인에 아이가 셋이다. 매일 아침식사 시간에 출근하는 두 명의 시터까지 대가족이다. 혼혈의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밀크 초콜릿 빛깔의 피부색, 반짝이는 눈망울에 아침을 먹을 때마다 나는 사르르 녹았다.

식당이 정원에 있기에 열대의 향기짙은 꽃들과 조그만 연못으로 우거진 식탁에 매일 행복했다.

어젠 보이지 않던 새 얼굴들을 보며 반가이 인사 나누며 안부도 오가니 매일 설렘이 디저트가 되었다.


아이 둘은 다람쥐 마냥 뛰어다니고 막내 갓난쟁이를 두 시터가 번갈아 안는다. 그 와중에 엄마는 우아하게 브랙퍼스트를 먹는다. 가나 출신의 엄마는 예쁘고 멋쟁이에다 예의도 넘친다. 내가 갔던 멋진 장소들을 추천해주니 너무 고마워한다. 덕분에 내가 고맙지! 영어를 맘껏 연습할 수 있으니. 워싱턴 D. C에 살고 발리는 처음이라는 이 가족은 매일 스케쥴을 짜고 아이들 중심으로 알차게 하루를 보낸다. 매일 아침 식탁에서 그들과 스몰톡을 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니 향수병으로 쭈글쭈글했던 기분이 살며시 펴진다.


2살짜리 막둥이가 아장아장 걸으며 둥그렇게 나를 보며 눈을 굴린다. 난 내 막둥이 키울 때로 타임슬립한다. 헬로우 하며 손을 흔드니 저도 헬로우 하며 손을 흔든다. 아이들은 떼를 쓰다가도 나를 보며 자중한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이 소리를 크게 내서 연신 쏘리를 연발하며 양해를 구한다.

식당에서 구르고 드러눕고 난동을 부리곤 했던 두 아들을 기르며 외식도 마음놓고 한 번 못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니 빙그레 절로 웃음이 인다.


요즘엔 그런 광경을 보고도 훈수조차 두지 못하는 풍경에 씁쓸하다. 우리 엄마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예의도 가르치면 좋으련만. 하긴 남 탓하면 뭐 하나. 나도 끝내 실패했는데. 쩝쩝이다.


어쨌든 아이를 기르는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미국맘에게 말한다. 진심을 담아, 당신은 대단하다. 좋은 엄마다. 어느날 또 그렇게 반복하니 고맙다고 활짝 웃는 눈매에 이슬이 맺혔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보상한다. 슬픔, 외로움, 근심도. 난 분명히 보았고 믿는다. 혹 그렇지 않을지라도 살아있다는 것. 그 하나로 만족하고자 한다.


#발리 #우붓 #나홀로여행 #삶 #시간의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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