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morebi Feb 25. 2019

새로운 습관

a new habit

 혼잣말이 늘었다. 이 전에는 일시적인 상황의 감정으로 내뱉은 거라 무심코 넘어갔지만 어느덧 돌아보니 일상에 물들어 하나의 습관이 돼버렸다. 평소에 혼자 있어도 말을 잘 안 하는 성격이다. 집에 있는 경우에는 나의 소리로 공간을 채우기보단 주위의 TV나 컴퓨터, 혹은 음악을 틀어 적적함을 없앤다. 하지만 이젠 주위의 소리에 추임새를 넣듯이 혼잣말을 한다. 밖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와우, 춥잖아?"라고 입 밖으로 내뱉는다. 물론 주위에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때 가능하다. 입 밖으로 내뱉는 혼잣말뿐만 아니라 속으로 묻고, 대답하는 혼잣말도 늘었다. 예를 들면 잠들려고 누웠을 때 "제발 오늘은 꿈꾸지 말자. 제발 오늘은 꿈꾸지 말자."라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무언가의 공포에 지배당하는 것 같아 입속으로 꾹꾹 눌러 담아 말을 한다.


 외출을 할 때 노래도 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꽂는 경우가 늘었다. 이전에는 집에서 정신없이 나가는 상황에서 이어폰을 꽂았어도 까먹고 음악을 못 재생한 경우는 있었지만 어느덧 나는 일부러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꽂고 길거리를 방황하는 짓을 즐기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보통 이어폰을 꽂는 이유가 지나가며 보이는 일부를 어느 정도 차단하고 혼자만의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래를 안 듣고 이어폰을 꽂으며 지나다니면 뭔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새로운 통로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것은 일부러 행하여야지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종종 그것을 즐기고, 새로운 공간으로 빠져든다.


 눈에 보이는 아파트 층수를 세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사는 동네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로 구성되어있고, 이곳에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아파트이고,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아파트밖에 안 보인다. 그런 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면 문득 아파트가 아파트로 안 보이고 벽으로 보인다. 갈 길을 막고 있는 벽. 그런 벽을 어느샌가부터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곳엔 불빛이 켜지고 또 꺼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1,2,3,4……20층. 1,2,3,4……25층." 마음속으로 1층부터 맨 위층까지 센다. 눈으로 세면서 동시에 속으로 숫자를 세다가 서로 안 맞으면 짜증 난다. 그러면 숨을 한번 내쉬고 더 빠른 속도로 1층부터 센다. 정확히 이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유도 없다. 단지 아파트만 보이면 층수를 세고 싶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Predic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