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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Dec 18. 2019

낯선 동네

2018년 12월 11일


 이 곳에 있는 건물들은 아무리 쳐다봐도 뭘 하는 건물인지 도통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물론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뭘 하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곳은 다른 동네와 다르게 어색하고 낯선 분위기를 띄고 있다. 전체적인 풍경을 본다면 다른 동네와 다를 바 없지만 눈을 찌푸리고 주위에 있는 것만 둘러봐도 어딘가 낯선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겠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확실히 있으리라라고.  골목골목엔 온통 외제차들로 주차되어있고 정작 그 차들을 타는 사람을 운 좋아야 볼 수 있다. 불빛이 들어온 가게들에는 손님이 없고,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항상 말끔한 차림으로 생김새가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집으로 보이는 빌라에는 종종 사람들이 출입한다.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비밀을 감추기 위해 연기를 하는 사람들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마치 '트루먼쇼'처럼. 말 그대로 나는 알 수 없는, 내가 살고 있던 세상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존재들 같다. 이 동네를 꾸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알 필요도 없지만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들의 직업은 무엇이고, 그들의 과거는 무엇이고, 그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들이 누구를 만나고 다니는지 나의 세계에선 티끌만큼도 떠오르지 않는다. 정녕 내가 같은 나라에, 같은 도심에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볼 일이 있어 '낯선 동네'로 오게 되었지만 다음부터는 가능한 이 곳을 벗어나 다른 먼길로 돌아가고 싶다. 낯설지만 기분 좋은 낯섦이 있는 반면에 지금 느낀 낯섦은 다신 느끼고 싶지 않게 거부감이 든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직감. 그런 비밀스러운 동네를 걸어 다니다 보면 발가벗고 있는 느낌이 든다. 어디선가 몰래 숨어 나를 관찰하며 그들끼리 히죽히죽 웃는 것 같다. 덩그러니 거리에 놓여 모든 걸 보여주며 구경거리가 된 듯이. 동물원에 갇힌 한 마리의 원숭이가 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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